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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못 쉬고 일해도 한 달 수입 100만원”불공정한 편의점 가맹 구조, 대책이 필요하다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8.11.05 09:32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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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 경쟁, 가맹점 피해 악순환
본사는 매출 증가, 막무가내 확장 
1995년 800개 올해 4만934개 증가
‘제살 깎아먹기’ 과당경쟁 개선 시급


화정역 인근에서 A업체 브랜드 편의점을 차렸던 백준현(가명)씨는 최근 5년간 운영해온 점포를 내놓았다. 집안사정이 계기가 됐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편의점 운영이 너무 힘들었던 탓이다. 가맹비와 초도상품비 등 8000만원의 투자비용으로 시작했지만 알바 인건비와 월세 등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한 달 동안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00만원 남짓. 이마저도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해서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처음엔 한 달 200만원 정도만 벌어도 할 만하겠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했어요. 본사에서 나온 개발담당자도 250만~300만원의 수익까지 가능하다고 했죠.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수입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다가 계약상 한 시간도 빠짐없이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쉴 수도 없었어요. 거의 빼도 박도 못하는 노예가 된 셈이죠.”

편의점 점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장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선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은 당일 모두 본사로 송금된다. 하루라도 늦어질 경우 연체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비싼 이자까지 붙는다. 거기에서 제품원가, 관리비, 기타 부대비용 등을 뺀 금액이 매월 점주에게 입금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24시간 운영이라는 계약조건에 묶여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구조였다. 이쯤 되면 자영업이라기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월급 받는 고용관계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건비 줄이려다 이혼하는 경우도
편의점 특성상 점주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급격한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도 마땅치 않고 열심히 한다고 더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택하는 방식이 결국 인건비 줄이기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백준현씨는 “알바생을 줄이면 그만큼 점주들의 삶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인근 편의점의 경우 남편과 아내가 맞교대로 운영했는데 그러다보니 부부관계가 깨져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편의점 간의 과당경쟁이었다. 백씨는 “겨우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됐다 싶으면 주변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온다. 심지어 같은 업체 편의점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해 항의하면 ‘다른 업체가 들어올 바에는 같은 업체가 들어오는 게 낫지 않느냐’는 논리로 무한경쟁을 유도한다”고 이야기했다. 매출타격이 심해지다 보니 편의점 점주 간의 다툼도 빈번했다. 


백준현씨는 “다행히 저 같은 경우 편의점을 그만둘 때 인수희망자가 있어서 손해가 크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만두고 싶어도 위약금과 인테리어 잔존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출점경쟁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위의 사례처럼 편의점 업계의 과당경쟁은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수는 1995년 800개를 시작으로 2010년 1만6937개, 2014년 2만6452개, 2018년 6월 기준 4만934개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박근혜정부 당시 공정위가 편의점 거리제한 모범거래기준(동종 브랜드 250m, 타 브랜드 80m)에 대해 ‘기업활동 제약’을 이유로 폐지결정을 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막무가내식 점포확대에 점주만 피눈물
편의점 가맹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본사 매출은 급속히 증가한 반면 개별 편의점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지난 18일 민경선 도의원이 주최한 ‘경기도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토론회’에서 박지훈 CU점포개설자피해자모임 대표는 “편의점 본사 매출은 2008년 6조원에서 2016년 16조원으로 큰 상승폭을 나타낸 반면 개별 편의점 매출은 같은 기간 고작 6000만원이 올랐다”며 “특히 주요 5개사의 경우 지난 10년간 가맹점 수가 3.7배 증가하면서 본사의 영업이익은 3.8배, 당기순이익은 5.8배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즉 편의점 과당경쟁으로 인해 점주들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본사 측은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개별 편의점과 본사와의 매출구조가 불일치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박지훈 대표는 지난 29일 전화인터뷰에서 “편의점 유통업체와 내부 설비관리, 심지어 간판교체까지 모두 자회사로 운영하기 때문에 개별 편의점의 매출과 상관없이 많이 생길수록 본사가 이득을 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이 증가할수록 프랜차이즈 계약 비용을 더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폐업을 하더라도 리스크를 가맹점주가 감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본사입장에서는 막무가내 식으로 점포를 늘려도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반면 개별 점주들은 한정된 매출규모를 두고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편의점 최저수익보장 등 도입 필요
그렇다면 이러한 편의점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제도적 해법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박지훈 대표는 편의점 산업의 원조 격인 일본 사례를 토대로 “본사가 가맹점주의 기본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일본의 경우 매월 167만엔(약 1650만원)의 한 달 수익을 보장하도록 하기 때문에 본사가 가맹점을 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고 조건도 까다롭다”며 “자연스럽게 과당경쟁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종브랜드 250m, 타종브랜드 80m 신규출점 금지에 대한 모범거래기준 마련, 24시간 영업강제 폐지 및 야간운영 자율화, 편의점주의 단체 교섭 인정, 위약금 없는 희망폐업 실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기도의회 또한 편의점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을 위한 제도 정비 촉구 건의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은 ‘담배 판매점 거리제한’이다. 대표발의자인 민경선 의원은 “담배 판매점 거리를 기존 50m제한에서 100m제한으로 확대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라며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40~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신규 출점 시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보고 담배 판매 업소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편의점 과당경쟁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미 서울시의 경우 8월 말 담배판매점 거리제한 추진을 발표한 바 있으며 경기도 또한 해당 권한이 각 지자체장에게 있는 만큼 충분히 시행가능하다는 게 민 의원의 입장이다. 

아울러 해당 건의안에서는 편의점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약에 대해 공정거래위가 긍정적으로 재해석 할 것, 가맹점의 최소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경선 의원은 “올해 내로 도의회 차원에서 촉구건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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