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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가을 호수공원에서 ‘나무’를 만나다‘호수공원 나무 산책’ 참가 후기
  • 최미혜 (호수공원 작은도서관 이용자)
  • 승인 2018.11.06 13:59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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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나무들과 만나는 소박한 산책이 호수공원 작은도서관 주최로 지난 3일 진행됐다. <사진제공=호수공원 작은도서관>

[고양신문] 일산에 산 지 이십년이 넘었다. 집값이 서울하고 비교해서 너무 싸다는 점을 빼고는 살기 좋은 곳이다. 일산을 좋아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호수공원이다. 호수공원은 매력적인 곳이다. 전 세계를 다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나름 외국에서 살아 보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보았는데 호수공원처럼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고, 안전하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많이 보지 못했다. 물론 나의 관점에서 너무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것 같은 불만도 조금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에는 꽃박람회, 여름에는 음악분수쇼, 가을에는 소소한 야외강습과 공연, 겨울에는 빛 축제 등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매일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벚꽃이 피고 지는 봄날 저녁과 비가 살짝 온 후 낙엽이 물든 나무들로 가득 찬 가을날의 호수공원 산책은 내 생애 꼽을 만큼 황홀한 순간이다.

호수공원에는 추억도 많이 있다. 특히 가족과 함께한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 호수공원 곳곳에 깃들어 있어 산책을 할 때면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이 자전거 타던 모습, 겨울 매점에서의 따듯한 어묵국물 맛 등 갖가지 기억들이 떠오른다.

호수공원에서 내가 사랑하는 장소 중에 하나인 ‘호수공원 작은 도서관’이 주최하는 호수공원 가을 나무산책에 참여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놓은 추억에 디테일한 부분을 플러스해 산책하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를 좋아하시는 김윤용 선생님(『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과 20여 명 되는 참가자들이 함께한 특별한 강의였다. 가벼운 산책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얻어 왔다. 시골에서 산 경험이 없었고 식물 동물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이름을 많이 들어본 나무도 구체적인 생김새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나무 산책을 함께하며 ‘내가 나무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깨닫게 됐다. 다른 참가자들이 잎의 생김새만 보고 나무 이름을 척척 말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뭇잎 모양으로 나무 이름 알기, 주맥·측맥·세맥 등 나뭇잎 구성부분의 명칭, 살구나무와 매화나무처럼 비슷한 모양의 나뭇잎을 가진 나무들을 구분하는 법을 처음 배웠다. 빈도리나무는 가지가 비어서, 물푸레나무는 잎을 물에 담가 놓으면 물이 푸른색이 되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나무 이름에 대한 생소하지만 재미난 정보도 들었다. 찔레나무, 느티나무, 산유수나무 그리고 물푸레나무와 같이 이름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나무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들을 직접 대면하니 반가웠다.
 

봄 가을 진행되는 호수공원 나무 산책은 반가운 이웃들과의 소통의 자리이기도 하다. <사진제공=호수공원 작은도서관>

물론 태어나서 처음 듣고 보는 나무이름이 더 많았다. 복자기나무, 빈도리나무, 팥배나무, 들메나무가 그들이다. 오늘 호수공원에서 만난 대부분의 나무가 순 우리말을 가지고 있었다. 순 우리말로 된 나무이름은 듣기만 해도 정겹고 마음이 따듯해진다.

나무선생님이 나무에 관련된 시를 중간 중간에 참가자분들이 읊어 주셨는데 나중에 시집을 읽게 되면, 특히 나무와 관련된 시를 만나면 더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올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침에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강의들 들으며 질문하고 답하고, 같이 시를 감상하며, 나무를 통해 작게나마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젊은 시절에는 꽃이 좋았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나무가 좋아진다. 예전에 가을의 단풍나무가 좋았는데 지금은 사시사철의 나무들이 나름 다 좋다. 봄에는 연두빛, 여름의 초록, 가을의 단풍, 심지어는 겨울의 헐벗은 나무들도 나쁘지 않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을의 단풍나무들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낙엽이 더 떨어지기 전에 호수공원에 한 번이라도 더 가 보려고 한다. 가서 오늘 만났던 나무들 하고 다시 만나서 나뭇잎 모양도 들여다보고 이름도 불러볼 것이다. 다시 만날 기대감에 지금 행복하다.

후기를 쓸 기회가 주어져 김윤용 선생님의 설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행사를 준비하고 후기를 부탁해주신 호수공원 작은 도서관 김정희 관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무에 대한 생물적 지식과 인문적 설명을 함께 들려 준 김윤용 작가. <사진제공=호수공원 작은도서관>

 

 

최미혜 (호수공원 작은도서관 이용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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