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흥신소 수준의 조직적인 미행

▲ 사무실에서 발견된 박스에는 카메라렌즈 크기와 비슷한 동전만한 구멍이 있다. 몰카 가해자는 ‘고프로’라는 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몰카, 도청, 미행 등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흥신소 수준의 조직적인 미행
관장, 보고 받고도 수사의뢰 안 해
조직 내에서 사건 은폐하려는 정황


[고양신문] 고양시의 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직원들이 동료 여직원을 차량으로 미행하고 잠복하면서 영상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사무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총 9개월에 걸쳐 불법적으로 직원들을 촬영했으며, 여성들의 휴식공간으로 주로 사용되는 방제실에서는 직원들의 대화를 녹음하는 등 불법도청한 녹음파일도 확인됐다.

청소년시설 관장과 부장 등 관리직 관계자들은 사무실 불법촬영과 도청 등은 청소년시설 직원인 A씨가 단독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직원을 미행하고 잠복하는 영상에서는 영상물을 촬영한 가해자 A씨 외에도 직원 2~3명(동료직원, 전 부장)이 함께 여직원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파악됐다. 때문에 사무실 몰래카메라에 대해서도 일부 직원들끼리는 사건을 모의하고 영상을 공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해당 영상·녹음파일이 든 외장하드를 피해자가 확보하면서다. 몰카피해자 B씨는 평소에도 A씨가 몰래카메라를 찍지 않을까 의심을 하던 차에, 사무실 내에서 몰래카메라 설치가 용이하게 구멍이 뚫린 종이박스를 책상에서 발견하고 카메라를 찾아보지만 대신 주변에서 외장하드를 발견했다. 피해자 B씨는 외장하드가 의심돼 파일을 확인했는데, 거기에는 A씨가 촬영한 다수의 불법영상과 녹음파일이 들어있었다.

청소년시설에서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동료 직원을 미행하는 등 사건 자체도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을 기관 내에서 조직적으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보더라도 범죄라고 의심할 만한 영상임에도 수련시설 내 가장 높은 직급인 관장과 부장들은 이 영상물을 보고받고도 경찰에 곧바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으며, 시 감사관실에 보고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장은 몰카 피해자 B씨에게 “몰카는 나쁜 짓이다. 수사를 의뢰하겠다”라고 약속하고서는 불법영상이 촬영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의뢰하지 않았다.

관장과 부장들은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외장하드 절도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불법영상물을 입수했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부장은 영상을 촬영한 A씨의 담당형사(외장하드 도난사건 담당)에게 직접 연락해 B씨가 외장하드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다. 정리하면 피해자 B씨는 관장에게 동료직원 A씨가 미행·도청·몰카 등의 범죄를 벌였다고 보고했는데, 오히려 관장과 부장은 절도범이 확인됐다는 정보를 경찰에 알려주고 영상물에 대한 수사는 요청하지 않은 것.

관장과 부장은 “불법촬영과 미행 등 영상의 심각성은 인지했다”면서도 “몰카, 미행 피해자들이 알아서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다. 감사실에도 직접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몰카 피해자 B씨는 “관장의 약속대로 불법촬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줄 알았는데, 거의 일주일이나 시간을 허비하며 절도범으로만 몰려 억울한 면이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사건을 관장에게 보고하고 2주일이 지난 11월 8일에야 고양경찰서에 불법촬영물을 수사해 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불법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도청한 A씨는 취재진의 전화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시설 부장은 “A씨는 사무실에서 물건이 없어져서 범인을 찾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미행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관장은 “미행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더 관련돼 있는 것 같아 사건이 밝혀지는 것이 두렵다”라고 취재진에게 설명해 사건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했다.

9일 현재까지 불법영상 촬영자 A씨는 청소년수련시설에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몰카·미행 가해자 청소년수련시설 버젓이 출근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