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공동체주거 코디네이터,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북콘서트

대안적 라이프 트렌드, 공동체 주거
공간·시간 이웃과 나누는 삶의 방식
정서적 장점과 경제적 효율 매력 

 

공동체 주거에 대한 철학과 경험을 담은 책 『쫌 앞서가는 가족』의 저자 김수동 코디네이터.


누구나 ‘길고 외로운 노년’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 오늘날, 대안적 라이프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동체 주거’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지난 7일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열렸다.
아람누리도서관이 시니어 세대 공감 북콘서트로 기획한 ‘parking 해제, 내 삶의 p턴 전환’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에 공동체 주거에 대한 철학과 경험을 담은 책 『쫌 앞서가는 가족』(궁리)을 쓴 김수동 작가가 주인공으로 초대됐다.
4주에 걸쳐 북콘서트를 진행한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는 이날 주제인 ‘공동체 주거’에 대해 “모든 세대에 걸쳐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장 힙한 주제”라며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공동체 주거와 관련한 활동을 펼치는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수동 작가는 “북한산이 건너다보이는 효자동에 공동체 주택을 지어 이사 온 3년차 고양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공동체 주거에 대한 A부터 Z까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줬고, 한미화 칼럼니스트는 청중들의 궁금증을 적절히 대변하는 질문으로 김수동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콘서트를 알차게 채워 준 또 한 명의 주인공은 뮤지션 게스트로 초청된 싱어송라이터 조준호 였다. 인기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에서 활동하는 조준호씨는 호기심, 옥탑방의 추억, 누군가와의 만남 등 강연과 연결되는 주제의 자작곡들을 우쿨렐레 반주를 곁들여 감미롭게 들려줘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몇몇 청중들만 듣기에는 아까웠던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공동체 주거를 테마로 한 흥미진진한 북콘서트를 선물해 준 3인방. 왼쪽부터 싱어송라이터 조준호, 콘서트 주인공 김수동 작가, 진행을 맡은 한미화 북칼럼니스트.


■ '외로움’이 호출한 대안적 삶의 방식

공동체 주거가 뭘까? 공동체 주거는 공공주택이나 공동주택처럼 건물의 형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참여하는 이들이 자신의 공간과 시간, 재능 등을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보편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모여살고는 있지만 관계적으로는 완전히 남남이다. 이에 반해 공동체 주거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자발적으로 규약을 만들고, 무언가 도움을 주고받는 삶을 지향한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령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귀농귀촌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점점 농촌이 소멸하는 추세여서 이마저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U턴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 주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 쉐어하우스와 코하우징, 뭐가 다른 거지?

우선 헷갈리는 용어부터 풀어보자. ‘쉐어하우스’와 ‘코하우징’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쉐어하우스는 하나의 대문으로 들어가 각각 방은 따로 쓰지만 거실과 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형태다. 주로 젊은 층이 선호한다. 반면 코하우징은 각각 대문이 구분된 집을 가지고 있고, 함께 쓰는 공간을 플러스한 형태다. 세대를 꾸린 이들에게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이제 경제적 궁금증에 답해보자.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그걸 처분하고 공동체 주거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공동체 주거가 지닌 경제적 장점이 무척 크다. 준비만 잘 하면 평균 전세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평생 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주거는 다운사이징을 지향하고, 입주자가 동시에 건축주가 되기 때문에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어 실제로 2억~3억원의 비용으로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다.

■ 공동체 주거문화 연 스칸디나비아와 독일

해외에서는 이미 코하우징의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삶의 수준이 높기로 이름난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에서는 1970년대부터 코하우징이 유행했다. 1인 가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고 행복지수가 높은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코하우스는 대개 개인공간이 작고 콤팩트하다.
반면 세탁실, 공방, 공동식당 등의 공유 공간은 무척 풍족하다. 여기에서 함께 식사도 하고, 취미활동도 하고, 문화생활도 나눈다. 공동으로 텃밭을 가꾸고 정원을 꾸미는 일도 중요한 요소다.
독일의 코하우징도 합의된 관심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프리랜서들이 만든 한 코하우스는 개별주차장을 아예 없애고 자전거주차공간만 만든 곳도 있다. 대규모 코하우스 단지의 공방이나 주방, 파티룸 등의 공용공간은 체계적인 공간 활용 규정을 정해 예약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이야기와 질문, 그리고 감미로운 노래가 어우러져 지루할 새 없이 진행됐다.


■ 각양각색, 형태와 성격 모두 달라

이번에는 국내의 경우를 살펴보자. 국내에서 공동체 주거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곳은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의 ‘소행주’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라는 뜻의 성미산 소행주는 공동육아를 중심으로 모여 2011년 1호가 지어진 후 현재까지 5호까지 확산되며 민간 주도 공동체 주택의 모델을 제시했다.
공공영역의 공동체 주거로는 서울 신내동 ‘의료안심주택’을 꼽을 수 있다.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시범적 공동주거시설로 지어진 이곳에선 응급의료 등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전남 곡성에 조성된 ‘강빛마을’은 100세대 규모의 아름다운 전원마을이다. 환경과 시설이 나무랄 데 없지만, 아쉽게도 정주율은 낮다. 지방에서의 공동체 주거를 시도한, 의미와 한계를 함께 보여준 경우다. 다가구주택의 형태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강서구의 ‘행고재’는 3가구가 함께 집을 지었고, 부산 ‘일오집’은 14가구가 함께 했다. 그런가 하면 연남동 ‘어쩌다 집’은 건축가가 공동주택을 지어 공동체 주거의 가치에 동의하는 참여가구를 찾아 전세계약을 한 경우다. 원룸과 투룸 등 다양한 사이즈가 공존하며, 공간과 삶을 실험하는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이처럼 열이면 열, 형태나 성격이 다 다른 것이 공동체 주거의 특징이다.

■ ‘함께’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삶의 재미
 
내가 직접 참여한 주택협동조합 ‘여백’은 2014년 공동체 주거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임을 시작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거쳐 최종 9가구가 함께 집을 짓기로 약속을 했다.
많은 곳을 둘러보다 최종적으로 찾아낸 장소가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흥국사 입구 절골마을의 택지였다. 바로 앞에 창릉천이 흐르고, 건너편으로 웅장한 북한산이 건너다보이는 멋진 장소였다.
집을 설계할 때부터 토박이 주민들과 열심히 인사를 트고 지낸 덕분에 완공됐을 때는 주민들이 ‘입주 환영’ 현수막을 걸어주기도 했다. 공동체 식구들은 푸짐한 마을 잔치를 열어 고마움을 표했다.
입주 후 그동안의 로망이었던 집 앞 텃밭을 가꾸었다. 한 달에 한 번 밥상모임은 여백 공동체에서 가장 즐겁고 소중한 일정으로 자리잡았다.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마을 청소도 하고, 여행도 다녀왔고, 나눔장터가 자연스레 열리기도 했다.
사실 공동체 생활을 시작할 땐 대개 이런 저런 걱정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서 대부분의 걱정은 해결된다. 오히려 식구들 중 각자가 잘 하는 분야의 역량을 공동체를 위해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살지 않았다면 맛볼 수 없었던 재미가 아닐까.
 

'여백'이 함께 지은 고양시 효자동 창릉천변의 공동체주택. <사진제공=주택협동조합 여백>

 
■ 나에게 맞는 공동체 주거, 도전해 볼까?

공동체 주거의 ‘생활 규약’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다만 공동체 주거의 가치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기에 규약은 최소한인 경우가 많다. 규약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존중이다.
공동체 주거를 시작하려면 어떤 이들과 함께 해야 할까? 대개는 자신의 주변 사람부터 떠올리게 마련인데, 실제로는 학연, 지연, 혈연을 따져 만들어진 공동체가 문제가 생긴다. 그보다는 느슨한 관계, 서로에 대해 적당히 정서적 거리를 둘 수 있는 이들끼리 만나는 것이 훨씬 성공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을 테마로 공동체 주거를 시작하려는 모임이 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깊은 공감대를 나눌 수 있고, 주거 형태도 반려동물을 고려해 설계할 수 있다. 공동체 주거를 시도하려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일이 바로 나와 같은 공동체 주거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은퇴 이후 아파트 안에 갇혀 산다는 건 너무 불행한 일 아닌가. 주거 사이즈는 줄이고, 대신 타인과 관계를 늘려보자. 오랜 시간 고독한 노년을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 공동체 주거는 주거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 공동체 주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김수동 작가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은 서울혁신파크(은평구 불광동)의 ‘오십플러스 캠퍼스’에서 공동체 주거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문의 : 010-7345-6013
 

입주 전 오픈하우스 행사 모습. <사진제공=주택협동조합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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