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고양바람누리길·평화누리길 걷기축제

아름다운 이 길… 당신과 함께라서 더 멋져요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에서 만난 이웃들

 


[고양신문] 지난 3일 고양바람누리길·평화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고양의 깊은 가을길을 걷자는 함께 제안에 1500명이 화답하고 참여했다. 청소년자원봉사 시간 없이 처음 열리는 걷기축제여서 주최 측은 걱정이 많았으나 기우였다. 예년보다 신청이 조기 마감됐고, 예년과 다르게 신청자들이 거의 참석했다. 바람누리길춤을 함께 춘 호수공원 출정식을 시작으로 한강까지 이어지는 10km 평화누리길 코스와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30km 바람누리길 코스는 가족과 모임과 이웃들의 걸음으로 잔잔한 물결을 이뤘다. 걷기축제는 고양걷기연맹과 경기관광공사가 공동주최하고 고양시와 고양신문 등이 후원했다.
참가자들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동기로 축제에 동참했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함께 멋진 가을날을 즐기기 위해, 누군가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정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른 아침 출발지점인 호수공원으로 모여들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걷기축제의 매력을 누린 이들을 만나보았다.
 


“엄마 손잡고 씩씩하게 걸었어요”
파주에서 온 윤정희·옥주원·옥주아 가족

10km 코스의 종착점인 행주산성 역사공원에서 만난 옥주원(8), 옥주아(5) 남매는 엄마 윤정희(34)씨의 손을 잡고 호수공원에서 행주산성까지의 거리를 거뜬히 걸었다. 파주 운정 산내마을에 거주하는 주원이네는 “이웃 가족의 소개로 대회 참가를 신청했는데, 소개한 이들이 사정이 생겨 우리 셋이서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는 왜 함께 안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원이는 “아빠는 세 살짜리 막내 동생 데리고 차타고 따라와요”라며 “주차장에서 만나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희씨는 “평소에도 아이들이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해 주고 싶어서 마을 공원에도 자주 나가고, 가까운 심학산이나 월롱산 숲길을 걷기도 했다”면서 “오늘 긴 거리를 걸어보니 힘들고 다리도 좀 아팠지만,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긴 것 같아 참 좋았다”고 말했다.
코스에 대한 소감을 묻자 “철책이 제거되지 않은 자유로변 구간이 조금 지루했지만, 마지막에 탁 트인 한강이 나타나서 상쾌했다”며 “다음에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함께 참가자하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의리로 결정한다”
정발중학교 1학년 1반 친구들

정발중학교 1학년 1반 친구들 16명은 백주열 담임선생님과 함께 바람누리길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친구들끼리 함께 걸으니 수다와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10km 구간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도중에도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에 바빴다.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친구가 “혼자 힘들었으면 짜증이 났을 텐데, 옆에 있는 친구도 같이 힘드니까 버틸 만했다”고 대답하자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어떤 친구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안 해 뒤쳐지는 친구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단다.
친구들의 분위기가 참 밝다고 말하자 “정발중 1학년 1반은 원래 단합이 잘 되기로 유명한 반”이라며 십대 특유의 쿨한 답변이 돌아온다.
담임선생님에 대해 묻자 “인자하고, 노래 잘 부르고, 착하고, 잘생기셨고…” 이구동성 칭찬이 이어진다.
평소 등산을 즐기며 체력을 다진다는 백주열 교사는 “바람누리길 걷기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반 아이들과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신청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유로변 신평초소 길을 오늘 처음 걸어봤습니다. 막혀 있는 길을 아이들과 걷는 기분이 무척 특별했어요.”
30km 완주 여부를 묻자 학생들은 “아직 모르겠다. 친구들 전체가 합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매우 민주적인 답변을 했다. 결국 정발중 1학년 1반 친구들은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창릉천길의 중간 휴식지인 덕수공원에서 걷기를 종료했다. 일부는 완주를 희망했지만, 약자의 체력에 맞춰 “오늘은 여기까지”로 ‘의리적 결정’을 내린 것.
 



“뒤풀이 비용 확보, 행복 두 배”
걷기·문화 동아리 ‘오케스트라’

이날 행사에서는 가장 많은 인원이 함께 참가한 단체를 시상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최다 참가 단체로 선정돼 뒤풀이 비용을 지원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걷기·문화 공감 클럽 ‘오케스트라’였다. 문화생활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동아리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들 걷기를 무척 즐기기 때문에 바람누리길 30km 걷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흥분해서 곧바로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오늘 코스도 날씨도 너무 좋았다. 함께 못 온 회원들에게 꼭 권유해 내년에는 훨씬 많은 인원으로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걸으니 먼 거리도 거뜬”
화정동에서 온 박상표·조혜경 부부

전혀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30km 완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여유만만 부부’도 있었다. 화정동에 거주하는 박상표(66)·조혜경(60)씨 부부는 남편이 퇴직하고 나서 평소에 부부가 함께 걷기를 자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와 고양시걷기연맹이 함께 진행하는 ‘토요일엔 고양누리길’ 걷기 프로그램에도 한 달에 2번씩은 참여한다는 부부는 “30㎞ 걷기행사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평소에 많이 걸어서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상표씨는 “항상 아내와 함께 걷는다. 그래야 심심하지 않고 상쾌하다”고 말했고, 조혜경씨는 “누리길을 걸으면 계절보다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오늘도 호수공원과 창릉천을 따라 걸으며 낙엽과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한지 3년 만에 걷기 마니아가 됐다는 부부는 “좋은 행사를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친구 손잡고 완주! 함께 먹는 저녁도 꿀맛”
백송초등학교 5학년 2반 친구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이들은 18명의 친구들이 함께 참가한 백송초등학교 5학년 2반 친구들이었다. 여기에 6명의 부모님들이 동참해 친구들의 활기찬 걸음을 응원했다.
출정식부터 몸풀기 줌바댄스를 신명나게 따라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km 지점에서 만난 양서진양은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선생님이 완주하면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고, 신희원양도 “친구들과 떠들다보니 어느 새 3분의 1을 왔다. 나머지도 걱정 없다. 다 같이 꼭 성공하고 싶다”며 야무진 각오를 밝히고 다시 길을 나섰다.
30km 완주지점. 한 명 한 명 들어오는 완주행렬의 말미에 백송초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자 많은 이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줬다. 이들은 다리가 조금 아파 중도에 진행차량 신세를 진 한 친구를 빼고는 17명이 30km의 짧지 않은 거리를 거뜬히 완주했다.
하루 종일 목소리를 높이며 친구들의 행렬을 챙긴 이은 담임교사는 2년 전에도 반 아이들 몇 명이랑 바람누리길 걷기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중 1이 된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함께 걸었던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올해가 백송초에서의 마지막 해라 반 아이들이랑 꼭 참가해서 추억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는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완주를 해 줘서 많이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든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이겨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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