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한 중학교 외국인학생 난민인정 못 받아 추방위기

난민 인정 못 받아 시한부 등교
친구 위해 손글씨 쓴 탄원서 제출 
난민신청 소송 패소 후 재신청
“인권과 교육권도 보호받기를”


[고양신문] “좋은 친구인데 갑자기 떠나게 되어 버리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공정한 심사를 받아서 난민으로 인정받고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란학생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례가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키르키즈스탄 출신 A학생(15세, 여)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학교 측과 A학생에 따르면 A학생의 아버지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키르키즈스탄과 러시아를 거쳐 2017년 3월 한국에 입국했으며 일자리 문제로 고양시에 일자리를 구함에 따라 A학생 또한 올해 덕양구 소재 B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낯선 환경과 언어적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법도 했지만 A학생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담임인 정모 교사는 “학교생활을 너무 좋아해서 아침 7시에 등교해서 기다리고 주말에도 나오고 싶어 할 정도”라며 “입국한 지 1년 만에 한국어를 능통하게 할 정도로 학업욕구가 높으며 특히 시를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A학생이 난민불인정문제로 곤란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알게 된 것은 최근 무렵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던 임모양은 “재판 때문에 수업을 빠진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고 교실에 혼자 엎드려서 울고 있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그게 난민신청과 관련됐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며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 지난 5월쯤에 친구들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B중학교 1학년 학생 40여 명은 직접 손글씨로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으며 교사들도 이에 동참했다. 교사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학업에 대한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A학생에게 국적과 법을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실정법이 아닌 학습권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달 5일 서울행정법원은 A학생 가족이 제기한 난민소송(난민불인정결정취소)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렸다. 키르키즈스탄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아 러시아로 도망쳤으며 러시아에서도 FSB(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로부터 이슬람단체 스파이활동을 강요받는 등 각종 위협을 받았다는 A학생 아버지의 주장을 법원 측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A학생의 가족은 내달 24일까지 한국에서 떠나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지위 재신청을 하는 방법이 남아있지만 1차 신청에서 거부된 탓에 다시 난민신청이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학생의 가족들은 난민신청 과정에서 허위통역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A학생은 “2차례 면접을 했는데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각자 다르게 번역하는 바람에 법원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판결을 하게 된 것”이라며 “특히 1차 면접 당시 통역담당자는 우즈베키스탄어도 능숙하지 못했고 한국어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허위통역문제는 난민신청 과정에서 상당수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 단체인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최근 난민신청 과정에서 허위통역문제가 인정돼 법무부가 패소한 판례도 있었으며 조사결과 55건의 문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현재 한국의 난민신청절차는 99명의 진짜 난민을 쫓아내더라도 1명의 가짜난민을 잡아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난민 인정률도 낮고 무고한 피해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난민인정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A학생의 가족은 우선 내달 24일 전까지 출입국에 난민인정 재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A학생은 “지금도 FSB가 러시아에 사는 아버지 지인들을 찾아와 행방을 묻는다고 들었다”며 “러시아로 돌아가게 되면 체포될 상황이기도 하고 또 학교생활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머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A학생의 친구인 안모 학생은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갑자기 쫓겨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슬펐다”며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같이 졸업할 때까지 학교생활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백모 학생 또한 “그전까지는 난민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제 친구 일이 되다보니 검색도 많이 하게 되고 또 난민 혐오글 같은 걸 보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다”며 “정당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난민을 인정받아 계속 한국에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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