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이웃> 이주영 한국정보교육문화협회 중앙지부 대표

다문화맘앤키즈공동체 ‘엄마나라 알고 싶어요’
몽골·베트남 이주민 여성과 자녀 참여
“다문화 지원, 자발적 역량 증진에 초점 맞춰야”

 

이주영 한국정보교육문화협회 중앙지부 대표.


[고양신문] 다문화 교육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다문화 이주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익히도록 돕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문화맘앤키즈공동체(대표 이주영)는 거꾸로 이주민 여성이 모국의 언어를 자녀들에게 가르쳐주는 ‘엄마나라 알고 싶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도 따복공동체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올해 고양시에 거주하는 몽골과 베트남 각각 20가정의 다문화이주여성과 자녀들이 참가해 소기의 교육적 성과를 거뒀다.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 이주영 대표는 법무부 관할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인 (사)한국정보교육문화협회 중앙지부를 꾸리고 있는, 고양의 대표적 다문화활동가 중 한 명이다.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이주민 본인의 근로와 가정생활, 의료상담은 물론,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과 문화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엽동 사무실에서 이주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지난달 27일 열린 '엄마나라 알고싶어요' 발표회 모습. <사진제공=다문화맘앤키즈공동체>


▶ ‘엄마나라 알고싶어요’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결혼이민자 엄마들이 직접 강사가 돼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이다. 올 한 해 베트남과 몽골 2개 수업을 주엽커뮤니티센터와 주엽동 교육장에서 각각 16회씩 진행했다. 이 중 5번은 두 개 반이 함께 모여 인성교육과 놀이를 겸한 정서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 다문화 이중언어 교육을 기획한 까닭은.

알려진 것처럼 다문화 이주여성들은 한국생활과 문화 적응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다문화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지 10여 년이 흐르면서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학령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들 역시 언어발달과 학습적응에 장애를 겪고 있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은 대체적으로 사회로 나오려는 노력 자체에 무척 소극적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집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엄마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교육을 시도하게 됐다.

▶ 다문화 이중언어교육의 효과는 무엇인가.

우선 엄마 입장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강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모국의 언어를 가르친다는 사실에 자존감도 높아진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엄마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다.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이 동시에 높아지면 다른 정서적 교육적 문제들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
언어 교육의 효율성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사는 셈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모국어를 제대로 익힌다면, 글로벌 시대를 맞아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단계까지 가려면 양질의 교육 교재와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

▶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언어교육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말도 조금 서툰 경우가 많고, 엄마나라 말은 거의 교육받지 못한다. 여건상 다문화 이주 여성이 모국어를 쓰는 것을 주변에서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중언어교육을 진행하며 다문화 여성들의 모국어 사용을 양성화 하니, 엄마들도 아이들도 조금은 더 당당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발상을 전환해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라 할까.

▶ 몽골과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몽골, 베트남 다문화 이주민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현재 고양시만 해도 학령기를 맞은 베트남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400여 명, 몽골은 100여 명이나 된다. 특히 베트남은 정서와 문화가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하다.

▶ 난관도 있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이민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적 문제에 집중돼 있다.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가치에는 모두들 동의하지만, 시간과 정서적 에너지를 쏟을 만한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는 양질의 이주민 강사를 발굴해 키워내는 것이 과제다.
또 하나는 적합한 교재를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수의 학교나 기관에서 만든 교재를 사용했는데, 교육 현장의 실정과 맞지 않는 측면이 많이 발견됐다. 엄마나 아이들이 더 즐겁게 참여하는,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과 교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지난달 27일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축제를 열었다고 들었다.

그동안 배운 과정을 발표하고 친교를 나누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베트남반은 이솝우화 중 ‘햇님과 달님’을, 몽골반은 동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텍스트 삼아 교육을 진행했는데, 이날 엄마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 편의 연극처럼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동요를 부르기도 하고, 음식도 장만해 푸짐하고 행복한 파티를 열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열린 발표회에서는 베트남과 몽골 전통음식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다. <사진제공=다문화맘앤키즈공동체>


▶ 다문화 활동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문화 이주민들이 우리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사실을 함께 인정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 2세들이 차별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성장하도록 각별한 관심이 절실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단순한 도움주기를 넘어,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올해의 공식적인 따복공동체 지원사업은 마무리됐지만, 동화구연가 손경숙 선생님과 함께 일부 아이들이 동화구연 수업을 지속하고 있고, 효율적인 이중언어교육 교재도 연구하고 있다.
내년에는 교육의 질적 측면을 더욱 알차게 다지고 싶다. 그러려면 단순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 다문화 이주 여성들 스스로가 커뮤니티를 조직해 지속적인 만남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엄마나라 알고싶어요' 발표회 모습. <사진제공=다문화맘앤키즈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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