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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무너진 마음 살려내는 심폐소생술입니다”『당신이 옳다』 펴낸 심리치유자 정혜신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11.16 00:04
  • 호수 1395
  • 댓글 0

고양사회복지시민대학 초청으로 고양의 독자 만나
인간 존재의 핵심은 마음과 감정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

 

고양사회복지시민대학에 초청돼 공감의 놀라운 힘에 대해 역설한 마음치유자 정혜신.

[고양신문] 거리의 치유자, 사회적 심리치료자 등으로 불리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그의 배우자이자 도반인 심리기획자 이명수와 함께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린 고양사회복지시민대학의 강사로 초청돼 독자들을 만났다. 정혜신과 이명수는 고문피해자, 해고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우리 사회의 아프고 시린 현장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안아주고,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 온 심리치유 최전선의 전사들이다.

최근 자신의 깨달음과 경험을 정리한 책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를 펴낸 정혜신은 이날의 자리를 일상적 북토크나 독자와의 만남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위한 심리적 CPR 워크숍’이라고 명명했다. “긴급한 상황에서의 CPR(심폐소생술)이 호흡 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듯,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을 되살려내는 실질적인 방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정혜신은 책 제목 『당신이 옳다』는 “누군가의 판단과 행동이 다 옳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과 감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의미”라며 “그 이유를 들어주는 것이 바로 공감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데도 참고 견디는 것은 결코 공감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라며 “공감은 상대를 알아가는 만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공감은 상대의 존재의 핵심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호적이고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심리적 CPR이라고 표현한 ‘공감’을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힘”이라고 말했다.

“공감은 국가폭력 피해자나 세월호 유가족과 같이 더 이상 내려갈 곳 없이 마음의 토대가 붕괴된 사람들마저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혜신이 참석자들의 사연이 적힌 쪽지를 읽는 동안 이명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스스로를 “아내(정혜신)로부터 늘 공감을 선물받은 덕분에 결핍감이나 부러움, 열등감이 전혀 없이 사는, 살아있는 공감의 교보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한 독자가 책의 내용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 보내 준 ‘엄마는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엄마는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내 편이어야지, 내게 물어봐야지, 어떤 경우에도 내가 옳다고 해 줘야지…”
초등학교 아이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겼다는 노래가사는 공감 받아야 할 대상에게조차 공감 받지 못한 존재의 상처와 슬픔을 너무나도 적절히 대변해줘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스스로를 '살아있는 공감의 교보재'라고 소개한 심리기획자 이명수.


하지만 정혜신은 공감을 무책임한 긍정심리학과 혼돈하면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섣부른 긍정심리학은 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옥죄거나 회피하는 방편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참된 공감은 상대에 대한 마음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축적하며 서로의 존재의 핵심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하며 ‘존재의 핵심’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가 말하는 인간 존재의 핵심은 이성이나 판단이 아니라, 솔직한 감정과 느낌이었다. 바로 거기가 ‘공감’이 위력을 발휘하는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존재의 핵심인 두려움, 수치심 등을 솔직하게 까보였을 때 상대로부터 ‘아, 네 마음이 그랬구나’라는 공감을 돌려받는 경험을 하면, 기운을 내고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적 같은 힘이 아닐 수 없지요.”

이날의 자리는 청중들이 적어 낸 질문에 정혜신이 실질적 답변을 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다채롭고 솔직했다. 누군가는 사춘기 딸아이와의 갈등을 토로했고, 어떤 이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배우자로 인한 고통을 솔직히 내보이기도 했다.
각각의 질문에 정혜신은 심리치유 최고의 내공 소유자답게 깊은 눈빛과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적확한 언어를 총동원해 심리적 심폐소생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가 펼치는 CPR 시연에는 수첩을 펼쳐 적어놓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했다. 많이 배운 부모가 아이들에겐 가장 유해한 환경이다, 가까운 이들과의 공감이 오히려 힘든 경우가 많다, ‘쓸데 없이’ 하는 행동은 하나도 없다, 등등….

특히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동시에 안겨줬다.
“누군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그럼에도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세요. 내 존재가 지금 너무 아프다고, 사무치도록 외롭다고. 그러지 못하면 나는 결국 무너지고, 상대는 괴물이 되고 맙니다.”

이번 강연은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대표 정성진)와 한양문고 주엽점(대표 남윤숙)이 공동으로 기획·주관하는 ‘2018 고양사회복지시민대학’의 첫 번째 시간으로 열렸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장승철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의 기초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성”이라며 “이해와 공감을 통해 공동체성을 고양시켜 주실 분들로 강사를 초청했다”고 밝혔다.
고양사회복지시민대학 두 번째 시간은 오는 20일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쓴 류승연 작가를 초청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장소는 마찬가지로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이다.
 

초청강사의 명성을 증명하듯 일찌감치 신청이 마감된 이날 강연에는 50여 명의 청중이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을 빼곡히 채웠다.

 

정혜신 작가와 한번 더 눈을 마주치기 위해 사인회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던 몇몇 독자들이 정혜신·이명수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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