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나무요? 먼나무입니다." 겨울철 제주도 가로수 가운데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열린 신기한 나무를 볼 수 있다. 바로 먼나무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11월 중순, 제주도에 들렀습니다. 단풍 구경을 위한 나들이가 아니라 일 때문이었습니다. 올레길 한 코스를 짬 내서 걸을 기회도 없었고, 난대림 나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전혀 낼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와 버스에서 책 읽기로 무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주도는 공항 가로수부터 달랐습니다. 잠깐잠깐 제주도에 들렀던 저로서는 사계절 변하는 제주도 나무를 관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무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 늦가을 나무들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무 종 구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주도에서 먼나무, 삼나무, 사스레피나무, 구실잣밤나무, 담팔수, 가시나무, 굴거리나무 등을 보았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난대 나무들입니다. 일상적으로 보지 않은 나무들이 신선했지만 당혹스러웠습니다.

11월 3일 고양시 걷기 축제가 있었습니다. 고양걷기연맹, 경기관광공사가 공동주최한 행사입니다. 평화누리길,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였습니다. 참가자들은 10킬로미터, 30킬로미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걸었습니다. 저는 걷기 출발 시간 즈음에 호수공원 작은도서관이 주최한 ‘호수공원 나무 산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10시부터 나무 산책을 시작하기 때문에 8시쯤 코스를 사전답사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걷기 출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걷기 축제는 지난해와는 다른 게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습니다. 참여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흥겹게 활동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행사를 취재하는 고양신문 기자와 우연히 만나 상황 설명을 들었더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봉사활동 점수를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참가자가 적을까 노심초사했는데 걱정 이상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 호응도가 뛰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전까지 걷기 축제에는 부모들이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나왔으니 큰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끌려온 아이들은 스스로 걷기를 즐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걷기를 두고두고 짜증나는 기억으로 몸과 마음에 새기겠지요.
 

제주도 구실잣밤나무. 제주도 가로수로 많이 심어 놓았다. 구슬+잣밤나무에서 이름이 왔다고 추정한다. <사진=김윤용>


2017년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을 조사해 2018년 초에 발표한 설문조사 자료가 있습니다.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 한 권이 안 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생이 책을 가장 많이 읽고, 자라면서 서서히 줄어들어 어른은 책을 안 읽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신은 책을 읽지 않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책읽기가 중요한 활동이라며 닦달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발적이고 즐겁지 못한 책읽기는 아이를 책과 더 멀어지게 합니다. 책읽기에 호기심을 갖도록 이끌었을 때 아이들은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데 말입니다.

걷기와 책읽기와 나무 공부는 닮았습니다. 모든 세상 이치가 그런 것처럼 천천히 과정을 즐기며 가야 진정 다다를 수 있는 길입니다. 과정을 압축하거나 단축하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강요하는 독서가 어땠는지를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나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라 할지라도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면 아이들은 금세 싫증을 내고 도망갈 것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천천히 자발적으로 익혀 나갈 때 책읽기와 걷기, 나무 공부를 즐겁게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 걷기와 책읽기, 나무 공부는 스스로 즐길 때, 시간을 압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갈 때 가능한 활동입니다.
 

11월 3일 열린 고양 바람누리길 평화누리길 걷기축제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즐겁게 몸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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