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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법인 바뀔때마다 고질적 문제, 개인 일탈로 치부하면 안돼”청소년수련관 직원 미행·도청 왜 일어났나?
  • 이성오 기자
  • 승인 2018.11.16 20:10
  • 호수 1395
  • 댓글 0

위탁법인 바뀌면 기싸움 ‘빈번’
해당수련관도 1년 새 4명 사표
고충처리위 등은 강제성 없어
개인 도덕성에 기대는 ‘한계’


[고양신문] 고양시의 한 청소년수련관에서 벌어진 직원들 간 미행·도청·불법촬영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는 지난 9일 온라인 기사(본지 1394호 1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최초로 알렸다. 해당 청소년수련관은 최근까지도 불법촬영과 미행을 한 직원이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등 평소처럼 업무를 보게 했으며, 피해자와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관은 사건이 보고된 지 3주가 지난 뒤인 지난 16일에야 가해자와 피해자를 출근정지(대기발령) 시키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고양파주여성민우회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중징계할 것을 촉구했다. 민우회는 입장문에서 “청소년수련관(토당동 위치) 직원들이 동료 여직원을 미행하는 등 직원 여러 명이 사건에 개입된 정황을 알고도 기관장은 수사의뢰를 미루는 등 조직적 은폐가 의심된다”며 “해당 시설이 청소년시설이라는 데서 더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 책임이 있는 고양시는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해 사후 조치가 명확히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부적절한 대처로 시설 이용자들로 하여금 심각한 불안을 갖게 한 기관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이 기관이 민간위탁 기관이란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며 “위탁법인이 이번 사건에 중대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관련기관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위탁법인이 바뀌었을 때 일어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발생한 청소년수련관도 한 민간단체가 10년 넘게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위탁법인이 변경됐다. 불법촬영이 시작된 시기가 작년인 것을 감안하면 위탁이 바뀌면서 조직을 장악하려는 새로운 법인이 이번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탁단체 관계자는 “새로 들어온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촬영을 했다면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위탁기관이 바뀌면 조직문화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이렇게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기존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수련관의 위탁법인이 바뀌면서 기존에 일했던 직원들이 대폭 물갈이된 것도 확인됐다. 직원 12명 중 4명이 작년에 회사를 그만 둔 것. 서류상에는 퇴직이유를 ‘개인사유’라고 썼지만, 퇴직 직원과 통화해 본 결과 “새로운 위탁법인에서 내려온 직원들의 괴롭힘이 있었고, 앞으로도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서 초기에 사직서를 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위탁법인은 바뀌지만 고용승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기존 직원과 새로 온 관리직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양쪽세력이 서로 왕따를 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심지어 서로의 약점을 잡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결국은 인사관리와 업무평가를 하는 쪽은 조직을 새롭게 위탁받은 관리직이기 때문에 바뀐 위탁법인이 기관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도를 지나쳤을 뿐 다양한 기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양시에서 여러 청소년시설들을 직영하거나 위탁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고양시청소년재단이다. 재단 관계자는 사건 재발방지와 관련해 “재단 내부에서는 고충처리위원회, 노사위원회 등의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체크할 수 있는데, 이런 시스템은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과 관리직 개인의 도덕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재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청소년기관은 업무강도가 높고 그에 비해 처우는 낮은 편이다. 수련관이 한 달에 한 번만 쉰다면 직원들은 그 만큼 더 일해야 한다. 주말당직과 야간근무는 필수이고 그런 스트레스가 직원들 간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청소년수련관은 징계위원회를 5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징계는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의심되는 기관장이 징계위원회에 포함돼 있어 징계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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