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서클 대화협회 사회적협동조합 이미숙 이사장·신호승 소장

학교폭력문제가 한창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2012년 경. ‘엄벌주의’를 내세운 교육부의 지침과 별개로 지역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양시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진행했던 ‘회복적 생활교육’ 학부모 교육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참여한 학부모들은 교육이수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임을 이어가며 학교폭력 갈등조정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오고 있었다. 

내년 고양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과 맞물려 학교 내 회복적 생활교육 확대를 고민하던 이들 또한 의기투합을 선언했다.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회복적 서클 대화 협회’ 사회적 협동조합이 지난달 창립된 것. 다음달 11일 창립식을 앞둔 이미숙 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오른쪽, 이하 이>과 신호승 부설연구소 서클랩 소장<사진 왼쪽, 이하 신>을 만나 협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와 활동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동조합을 만든 취지는. 
신 그동안 회복적 정의, 학교폭력 갈등해결 등의 주제로 전문가적 입장에서 강의를 해왔다. 하지만 5년 동안 전국을 돌며 강의하다보니 에너지가 소비된 측면도 있었고 지역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욕구도 생겨났다. 마침 고양혁신지구를 준비하는 분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회복적 정의에 관한 교육을 고양시 각 학교에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결합하게 됐다. 마침 제가 교육했던 학부모들이 지역에서 고양동그라미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차에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보자고 결정하게 됐다. 

 5년 전 교육지원청이 진행한 학부모교육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을 접하게 됐다. 당시 제 아이가 왕따 피해를 겪기도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고 이후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회복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내 아이뿐만 아니라 지역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이어왔고 협동조합까지 연결됐다. 

어떤 분들이 주로 참여하나.
신 조합원 모두 회복적 정의에 관한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했고 실제 학교나 지역사회에 투입됐을 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분들이다. 사실 대부분이 학부모인 만큼 전문적인 강사라고 볼 순 없지만 지난 5년 동안 지역사회 다양한 학교현장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진행해온 만큼 경험은 풍부하다. 

 집밥 같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 엄마들이 학교의 민원인이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함께 하는 분들과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신 간단히 말하면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자는 것이다. 기존 법 시스템은 누가 잘못을 저질렀고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학폭위 또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가에 관심을 맞춰보면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피해자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고 이에 대한 질문에서 회복적 정의가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학폭위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기 때문에 가해학생 측은 자신의 처벌수위에 대해 협상을 하려하고 소송도 불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사과받을 기회도 상실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응보적 방식보다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관계회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회복적 정의의 관점이다. 

 실제 학폭위가 진행되면 피해학생측이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제 아이의 경우 왕따를 당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했던 계기가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갈등상황을 맞았을 때 대화 등을 통한 관계회복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부터였다.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회복적 생활교육이라고 명명되는데 가장 핵심은 일상시기에 평화로운 관계맺기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타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 인권감수성을 길러가야 한다. 가령 국어수업에서 사과하고 싶은 친구에게 편지쓰기와 같은 방식의 회복적 생활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수업에 이러한 회복적 정의가 반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문화적, 제도적, 의식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상적 평화교육뿐만 아니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다루는 방식(회복적 서클운영)에 대해서도 미리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학폭위 전 단계로 갈등조정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안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 학교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결국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키퍼라는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의 주요 목적이다. 

 현장교육을 나가보면 한 반에 30명 정도의 학생들 가운데 1년 동안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친구들이 서너 명이 넘을 정도로 서로를 알아가는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교과과정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일상적인 관계맺기라고 생각한다.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1년 단위의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컨설팅하는 방법도 있고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할 학교폭력 사안이 있다면 갈등해결 조정자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교사나 법률전문가가 이런 역할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며 이 때문에 우리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학부모와 전문가들을 조정자로 참여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맡고자 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신 앞서 이야기한 회복적 생활교육 노하우를 지닌 키퍼들을 지역 내에 200명 이상 길러내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나 지역인사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콘텐츠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학교안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생활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도 중요하고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보수교육도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회복적 생활교육의 주체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찾아와 재충전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역할도 필요하다.

이 고양시에서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서클을 운영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이곳에서 길러내고 싶다. 아울러 여기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에게 키퍼활동을 통해 제 2의 인생설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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