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이웃> (사)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생태모니터링팀

장항습지 생태변화 16년 동안 모니터링
발로 뛰며 600여 생물종 찾아내고 기록
“관리대책 절실, 보전과 방치 혼동 안했으면”

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은 장항습지에 깃들어 사는 생물들을 찾아내고 지켜보는 일을 16년째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모니터링에 참가한 팀원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이은정 사무처장과 이명혜, 김윤선, 김옥주, 정인숙 김혜미 회원.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누군가는 장항습지를 두고 ‘강과 바다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땅’이라 일컫는다. 한강이 몰고 내려온 민물과 서해바다가 밀어올린 바닷물이 뒤섞여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기수역(汽水域) 생태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한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말똥게와 선버들숲은 장항습지를 상징하는 이상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장항습지는 자유로를 따라 이어진 군 철책선에 둘러싸여 오래도록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금단의 땅이었기 때문에 장항습지의 복잡한 진면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많지 않다. 다행히 고양에서 활동하는 생태·환경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장항습지를 찾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장항습지의 생태적 현주소를 관찰하고 있다.

(사)에코코리아는 가장 먼저 장항습지에 첫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도 가장 전문적으로 시민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남들보다 일찍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에 주목해 2003년부터 모니터링 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장항습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종을 찾아내고, 변화상을 지켜보고,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긴 시간을 두고 생물들이 펼치는 소리 없는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본방 사수’한 성실한 목격자들인 셈이다.

사실 장항습지를 포함하는 한강하구 일원은 2006년 환경부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환경부에 의한 공식 생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에코코리아와 같은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시민생태모니터링이 왜 필요할까?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지속성’이라고 답한다.

“생태모니터링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오랫동안 할수록 가치가 쌓입니다. 그래야 조사 결과에 숨어있는 의미를 비로소 해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환경부나 학술단체의 일시적인 모니터링이 놓치는 것들을 찾아내는 시선이 바로 시민모니터링이 갖는 강력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모니터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관점과 지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활용’과 ‘보전’이라는 두 측면으로 나누자면, 에코코리아는 이 중 ‘보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항습지의 아름다운 생태를 적극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자리에 서야 할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을 가득 품은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올해도 에코코리아는 6명의 모니터링 전담팀을 꾸려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장항습지를 찾았다. 여건은 늘 녹록지 않았다. 통제구역을 출입하기 위해 매번 군장병과 동행해야 했고, 시간도 2시간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마저도 관측에 불리한 한낮 시간만 허용돼, 역광과 불규칙한 물때 등의 난관을 무릅써야 했다.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광활해요. 신곡수중보에서 이산포까지, 길이만도 약 8㎞에 이릅니다. 의미 있는 모니터링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시간을 아껴 열심히 뛰는 수밖에요.”

그렇게 찾아내고 기록한 결과들을 모아 에코코리아는 지난 7월 『한강하구 장항습지 시민생태모니터링 보고서』를 펴냈다. 고양시 환경보호과가 발행한 이 책자에는 습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람사르 협약에 대한 설명, 장항습지를 찾는 다양한 동·식물, 시민생태모니터링의 역사가 정리됐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사진도 책자의 가치를 빛나게 한다.

장항습지를 16년 동안 지켜본 이들은 요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항습지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균형과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거저 지켜지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한강유역환경청도 고양시 환경보호과도 ‘보존’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장항습지를 고립된 공간 안에 숨겨두고 방치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장항습지에 대한 보다 냉정한 인식과 적극적인 관리 계획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보고서 말미에는 에코코리아가 하나하나 찾아내고 기록한 다양한 생물종 목록이 첨부됐다. 조류가 36과 122종, 식물은 무려 66과 391종에 이른다. 포유류는 10과 11종, 거미류는 3과 5종, 육상곤충은 34과 64종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저마다의 생명들이 지닌 세밀한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생태모니터링팀의 밝은 눈과 부지런한 두 발 덕분에 600여 종 생물들의 이름이 장항습지에 주소를 둔 고양의 생태 시민이 됐다. 흰날개해오라기, 갈밭쥐, 가는잎모새달, 개개비사촌, 털보깡충거미, 왕실잠자리…. 생소하지만 친근하고, 강인하지만 연약한 이름들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오늘도 에코코리아가 부지런히 통역하고 있다.

 

말똥게가 공생하는 장항습지의 선버들 숲. 에코코리아가 만든 『장항습지 시민생태모니터링 보고서』 표지로 쓰였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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