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수선집 운영하던 ‘풍동 이웃’

지난 4일 백석동 온수배관 파열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송모씨가 운영했던 풍동의 구둣방. 주인 잃은 가게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구두수선집 운영하던 ‘풍동 이웃’
결혼 앞둔 딸내외와 식사 후 참변
주민들 “친절하고 따뜻했던 분”
지역사회와 봉사에 적극 참여하기도

[고양신문] ‘백석역 사건 희생자 분이 아저씨라는 사실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아저씨 진짜 거기서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따뜻한 아저씨의 마음을 잊지 않을 거예요. 많이 보진 못했지만 잘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사랑합니다.’
‘아직도 아저씨의 환한 미소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거기서도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꽃길만 걸으세요. 항상 감사했습니다.’

닫힌 셔터 문에 붙어있는 메모와 함께 한가득 놓인 국화꽃들. 이번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송모(67세)씨가 운영했던 풍동 구두수선가게(구두방) 앞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평소 구둣방을 애용했던 동네주민들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행인들도 걸음을 멈춰선 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사고 당일이었던 지난 4일 저녁 송씨는 결혼을 앞둔 딸 내외와 함께 백석역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사고 직후 긴급 복구반은 온수관 밸브를 잠그고 복구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고립된 카니발 차량을 발견했고 차량 뒷좌석에서 송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딸과 헤어진 뒤 불과 10여분 만에 닥친 비극이었다.

이웃들은 고인에 대해 “평소 친절하고 따뜻했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네주민인 이모씨는 “몇 번 구두수선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솜씨도 좋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대해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황망해했다.

10년 넘게 단골손님이었던 정모씨는 “오래되고 낡은 신발과 가방을 이곳에 가져가면 항상 새것처럼 정성스럽게 고쳐주던 최고의 명장”이라며 “가끔씩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사장님을 찾아가면 ‘우리 사모님을 누가 힘들게 하냐’며 항상 제 편을 들어주고 응원해주셨던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셨다”고 이야기했다. 정씨는 “최근 만났을 때 막내딸이 곧 시집간다며 이제 여한이 없겠다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은 IMF 당시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여러 일을 전전하던 중 구둣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 차량사고로 한쪽 다리에 의족을 사용했으며 20년 전 부인과도 헤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와중에도 송씨는 지역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왔다. 해당 지역구인 김경희 도의원은 “예전에 구두수선업자 모임인 일산기능미화협회 회장도 맡으시는 등 평소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며 “당시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했던 백혈병어린이 돕기 행사에서 회원들과 함께 후원하셨던 일이 기억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번 백석역 사고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 1명, 중상 1명, 경상 39명으로 집계됐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 5일 대책회의 자리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합당하고 빠른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인자인 지역난방공사와 피해자 간 보상관련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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