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 ‘소동’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엄마들 모여 함께 고민하며
권익보호 위한 정책 제안
배움·여행·체험 프로그램 운영

 

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 '소동'은 창단 첫해부터 많은 활동을 펼쳤다. 정기모임 시간에 작가를 초청해 '이유 있는 수다'의 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진제공=소동>


[고양신문] ‘소동’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모임이다. 모임 이름은 여러 가지 뜻을 함께 품고 있다. 세상에 나가기에는 작은 아이들(小童)을 뜻하기도 하고, 그들이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작은 움직임(小動)을 뜻하기도 한다. 좀 더 경쾌한 의미로는 회원들이 세상을 향해 “뭔가 흥미진진한 소동을 피우겠다”는 속셈이기도 하다.

이들은 올해 초 초등학교 특수교육지도사 미배치 사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계기로 모임을 시작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맞서고, 보다 합리적인 관련 정책을 촉구하고, 무엇보다도 고민과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엄마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용기를 얻기 위해서다.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나현 대표는 소동의 결성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개인이 감당했던 무게를 함께 나누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 스스로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자조모임입니다. 우리의 작고 소박한 실천이 아이들에게 좀 더 값지고 가치 있는 결실로 돌아가기를 꿈꾸면서 말이지요.”

결성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회원은 어느 새 40여 명이 됐고, 첫해부터 참 많은 일들을 했다. 매 월 2차례 모이는 정기모임에서는 작가나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댄스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생일잔치를 열어 가족들이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장 재미난 시간은 역시 ‘가족여행’이었다. 소동의 나들이 총무 김재희씨는 “그동안 강화도 옥토끼우주센터, 파주 쇠꼴마을 수영장, 춘천의 꿈자람어린이공원 등을 함께 다녀왔다”면서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던 나들이를 회원들과 함께 하니 다들 너무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강화 옥토끼우주센터로 나들이를 다녀온 모습. <사진제공=소동>


도움을 주는 고마운 이들도 여럿 생겼다. 한 재단은 치과 이동진료를 지원해주기도 했고, 장애인고용률이 높은 지역 모범기업인 태건상사는 소동의 가족나들이를 위해 매 달 관광버스 운행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과나무치과병원은 회원들이 마음껏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의실을 제공해주고 있다. 김나현 대표는 “따뜻한 마음으로 소동의 작은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시는 이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소동은 오는 13일 한 해의 활동을 결산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정기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2019년의 3대 활동방향을 함께 설계할 계획이다. 첫째는 권익보호 활동이다. 이를 위해 특수교육 발전응 위한 토론회도 열고, 특수교육 관련 문제점을 발굴하는 일에도 주력하려 한다. 둘째는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이다. 경기꿈의학교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나눔장터를 열어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려는 계획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행복추구를 위한 활동이다. 올해 진행했던 학부모 역량강화교육, 장애인고용기업 견학, 소모임 활성화, 주말농장 운영, 자녀와 함께 하는 체험 활동 등을 보다 다양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치기를 꿈꾸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디고 힘들지만 즐겁고 씩씩하게 걸어가려고 해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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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소동’이 있어 참 좋아요
 

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 '소동' 멤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 왼쪽부터)김나현 대표, 김유미 사무장, 김재희 나들이총무, 유신실 회원.


가장 좋은 제도는 ‘통합학교’
- 김나현 대표(9살 지율이 엄마)

저는 소동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네트워크를 넓히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장애인들의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도 게을리 해선 안 되겠죠.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가장 좋은 제도는 바로 통합학교 교육이예요. 학령기의 발달장애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은 장애인식 교육이 없거든요. 문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움츠러들지 않게 교육 여건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특수교사, 또는 지도사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이 배치되기를 바라지요. 아이들의 생활을 세심하게 돌봐주는 특수교사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아이가 6~7세 되는 무렵에 고비를 겪어요. 장애등급을 받으며 아이의 상황을 현실로 인정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저는 소동이 힘든 시기를 먼저 겪은 경험을 다른 엄마들에게 전해주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지요. 사회에서 뭘 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뭔가를 찾아 하는 능동적인 모임이 되기를 꿈꾼답니다.
 

아이들의 모습, 있는 그대로 봐 주세요
- 김유미 사무장(8살 준범이 엄마)

발달장애가족으로서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이예요. 엄마들은 지은 죄 없는 죄인이 되고 말지요. 다행히 저는 좀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은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어요.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엄마의 눈에는 너무도 제 아이가 예쁘거든요. 그런데 세상은 내 아이를 예쁘게 봐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아픈 거지요. 결국 소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개선되는 것이예요.
지난 1년 동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정말 많은 일들을 ‘소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경험했어요.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커 나가고 있답니다. 내년에도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들을 다채롭게 해 보며 모임의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 싶어요.
 

스트레스 훨훨~~ 모닝스타 최신 댄스 체험. <사진제공=소동>


이렇게 멋진 엄마들이 모였다니!
- 김재희 가족여행총무(10살 윤성이 엄마)

장애를 갖지 않은 딸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우리가 윤성이 때문에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윤성이 때문에 기쁜 순간도 많지 않냐고. 해맑고 착한 윤성이가 뜬금없이 가족들에게 웃음을 줄 때가 많아요. 남들보다 느리지만 뭔가를 해 내면 너무 예쁘구요.
소동은 엄마들에게 힐링을 선물해줘요. 때로는 자기 안에 숨겨둔 끼를 발산하기도 해요. 이렇게 대단한 능력자들이 함께 모였다니, 참 신기해요. 그래서 저는 소동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어요. 엄마들이 점점 단단해지는 곳, 쉽게 마음 꺾이지 않는 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소동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회원들 눈빛에 행복한 기운이 반짝반짝 빛나요. 하지만 사정들이 여의치 않아 참석 못하는 회원들이 많아 아쉬워요. 내년에는 45인승 버스를 꽉꽉 채워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관광버스를 지원해주시는 태건상사 대표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이제 혼자만의 섬에서 나오세요
- 유신실 회원(9살 종현이 엄마)

소동 최고의 매력은 바로 ‘공감’이예요. 어떤 고민을 얘기해도 서로가 척척 알아들으니까요. 슬픈 이야기도 웃으면서 맘 편히 나눌 수 있어 마음의 치유를 얻곤 한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은 학부모 모임에 끼지를 못해요. 섬처럼 외톨이가 되는 거죠. 종현이가 올해 1학년이 됐는데, 소동이 없었다면 많이 외로웠을 거예요. 임원님들이 고생 많이 하셔서 나 같은 일반 회원들이 잘 누립니다. 감사해요.
사실 소동에 나오는 엄마들은 용기가 대단한 분들이예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가 움츠러들지 말고 뭔가를 하겠다고 나온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더 많은 엄마들은 여전히 혼자만의 섬에 갇혀 세상에 나올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서라도 소동이 더 좋은 모임으로 커나갔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을 격리시키거나 숨겨놓지 말아주세요. 사회 구성원 중 우리와 조금 다른 친구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도록 하는 게 최고의 교육 아닐까요. 내년에는 발달장애아동 부모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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