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온수배관 파열사고 왜 발생했나

일산 등 1기 신도시 노후배관 집중
10월 위험1등급 진단 후 조치없어
“배관관리 잘됐다면 예방” 지적도
지반침하 사고지역서 100m 떨어져 
“노후배관 점검, 지질조사 해야”


지난 4일 저녁 발생한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27년 된 노후배관이 지목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서 자주 발생했던 지반침하문제 해결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일산동부경찰서는 7일 1991년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설치됐던 노후배관의 용접부분이 터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아울러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배관의 점검유지보수를 맡은 하청업체 2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원인으로 배관 노후화가 지목되는 만큼, 30년 가까이 된 배관을 규정에 맞게 보수하고 점검했는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산업부 내달 12일까지 정밀진단
정부 측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곳은 긴급 점검을 해서 1주일 안에 조처하고 20년 이상 노후관로 686㎞에 대해 한 달간 정밀진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전국적으로 20년 이상 된 배관은 32%, 15~20년 된 배관은 15%, 10~15년 된 것은 16%, 10년 미만은 37%를 차지한다. 이중 20년 이상 배관은 주로 일산, 분당 등 지은 지 30년 된 1기 신도시 4곳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산업부는 우선 20년 이상 배관에 대해 오는 12일까지 열화상 진단 등의 방식으로 점검을 할 예정이며 다음달 12일까지 위험등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진단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해 위험예상구간에 대해서는 조기교체공사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난방공사 측, 매설환경 취약이 ‘원인’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역 온수배관 구간은 지역난방공사 내부점검에서도 가장 위험한 수준인 ‘1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감사원이 조사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난방공사는 온수관 잔여수명 정도에 따라 위험도가 가장 높은 잔여 수명 1년 이하는 ‘1등급’, 1~5년은 ‘2등급’, 6~10년은 ‘3등급’, 11~15년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고가 난 백석역 인근 2047구간 온수배관은 이 기준에 따라 지난 10월 위험도가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았지만 별다른 후속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당시 난방공사에 일반 통보 조처를 한 ‘열 배관의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 및 유지보수 업무 부적정’ 보고서에서 난방공사의 부실한 열 수송관 관리 시스템에 대해 위험도 등급에 따른 구체적인 대처 규정과 반영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난방공사 측 또한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시공된 지 27년이 경과한 장기 사용 배관이어서 초기 공법이 적용됐고, 현장 여건상 매설 환경이 취약한 것이 사고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어 배관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후배관 전면점검, 지질 조사 건의
백석동 지반침하현상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작년 2월 백석동 간송로 도로 일대에 지반침하(싱크홀)현상이 3차례 연이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반침하현상이 발생했던 지역은 이번 사고지역에서 불과 1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고양종합터미널 공사를 하던 2007년, 백석역에 인접한 오피스텔을 건설하던 2004년에도 땅꺼짐 현상이 일어났다.

백석동 일대는 과거 한강물이 드나들던 펄(진흙층)이었던 곳으로 지하수 유출 등의 원인으로 지반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지반침하현상 당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송 단장은 “백석역이 한강지류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질학적 지반이 취약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흙속에 묻힌 온수관로가 흙과 같이 꺼지면서 이음새가 벌어져 발생했다고 판단된다”며 “지질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양시는 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노후배관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노후배관 전면교체 및 지역 지질에 대한 면밀조사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정부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백석동 열수송관 누수 사고와 관련해 고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건강센터)가 재난심리지원 대응팀을 구성하고 피해자 심리안정을 위한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정신상담센터 재난심리지원팀 가동
한편  백석동 열수송관 누수 사고와 관련해 고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건강센터)는 재난심리지원 대응팀을 구성하고 피해자 심리안정을 위한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정신건강센터가 이번처럼 특정 사고를 지정해 긴급히 재난심리지원팀을 꾸린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고가 지역주민들에게 던져 준 심리적 충격이 중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이면도로에서 상상하지 못한 재난이 터졌고, 원인과 대처방법을 미처 떠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난심리지원팀 관계자는 “장기간 외상후 트라우마 증후군으로 발전할수도 있다”면서 “증상이 의심되는 시민들의 많은 이용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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