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숙 소각장 시민대책위원장

“과연 저렇게 좋은 시설이 그대로 우리에게 올 수 있을까. 그리고 제대로 유지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고양시 쓰레기 소각장 시민대책위 안효숙(48·백석동)위원장은 7월 14일부터 8박 9일까지 4명의 주민들과 함께 일본, 유럽등의 선진 소각장과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돌아본 소감은 ‘좋더라’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안위원장에게 생긴 의문은 우리에게도 좋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산 백석동 소각장과 방식, 규모에 회사까지 같은 시설인 비엔나의 소각장을 들러보고 그런 의문이 더욱 굳어졌다.

“벌써 20년이 된 시설인데 전혀 문제가 없이 가동이 되고 있었어요. 우린 20년 수명이라는 시설을 이제 8년 써놓고 대체시설을 고민하는데 말이죠. 부실하게 건축한 탓도 있을 수 있고 쓰레기 재활용 등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방식, 시설이 무슨 소용이겠냐 싶으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또한가지 안위원장 눈에 들어온 것은 대부분의 시설들이 주택가와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본 야메 소각장은 녹차밭 가운데 있었지만 고양처럼 새롭게 건설하는 경우엔 주거지와 많이 떨어진 지역에 세워져있었다.

“솔직히 백석동 주민들이 8년여 동안 고생을 많이 했죠. 피해라면 피해도 컸고. 1기를 대체할 시설로 2기를 짓는다면 이전 검토도 신중히 고려해야죠. 함께 다녀온 시민대책위 회원들도 모두 이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견학다녀온 후 고양시에 이전 검토를 요청했는데 매우 난감해하더군요.”

소각장 이전 요구는 고양시 뿐아니라 백석동 주민들에게도 매우 민감한 주제. 8년전 처음 소각장이 들어올 때 반대 투쟁부터 다이옥신 저감시설 요구 등 백석동 주민들의 고된 싸움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안위원장은 바로 소각장과 쓰레기 ‘싸움’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8년 됐죠. 이번에 견학가서 우리 주민들이 질문을 하는데 다들 그래요. 고양시 주민들은 그런 걸 어떻게 다 아느냐고. 이젠 쓰레기 더미만 봐도 딱 안다니까요.”

8년 동안 소각장 직원들과 소장들이 바뀌면서도 시민대책위는 제자리를 지켰다. 매일 새벽 5시마다 쓰레기 반출 검사도 8년째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이젠 쓰레기차에 쌓인 쓰레기를 보기만 해도 문제가 있는지를 알 정도로 ‘도사’가 됐다고.

외국 소각장들도 주민들의 반대를 해결하는 일이 과제 중 하나였다. 주민 편의시설로 수영장도 짓고 목욕탕도 설치하고. 유명 예술가에게 소각장 벽면을 멋지게 장식시키기도 했다. 독일에선 쓰레기 운반 차량으로 인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기차를 지하로 연결해 쓰레기를 운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위원장 눈에 부러웠던 것은 헌신적인 공무원들과 담당자들의 태도였다.

“새벽 5시부터 쓰레기 국물 튀기며 쓰레기 반입 차량 둘러보기를 8년을 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젠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됐고 지켜왔다는 보람도 크다. 그런데 아직도 소각재 속에서 깡통같은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심지어 LPG 가스통에 자동차 엔진까지 나오기도 했다. 소각장 문제를 고양시민 모두의 현안이라 생각한다면 조금만 더 관심갖고 주의를 해주길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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