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건누리병원 재활치료 등산

척추·관절 환자들과 트레킹 전문가 동반 산행
스틱 이용한 ‘마더스틱 워킹’ 귀에 쏙쏙

 

스틱 잡고 계단오르기에 대해 설명 후 기념촬영


[고양신문] 맹추위가 시작됐다. 몸이 자꾸 움츠러든다. 이렇게 추운 날 등산이라니…. 올 겨울 제일 추운 지난 토요일, 회사 산악반에서 북한산을 다녀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참가자들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 다음날은 마니산 등산이다. 평소 등산 마니아는 아닌데 이틀 연속 산에 가게 됐다. 아침 7시 대화역 근처에 있는 건누리병원으로 향했다. 건누리병원 트래킹 팀과 등산 약속을 한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을까 생각하며 3층으로 올라가니 벌써 20명 이상이 모여 있다. 건누리병원의 서범석 병원장과 스텝, 한국트레킹학교의 윤치술 교장을 포함해 총 25명이다. 등산 참가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지인의 소개로 함께 참석한 이들이다.

건누리병원은 척추와 관절 환자들이 주로 찾는 병원이다. 속된말로 아픈 환자가 많아야 병원이 잘 될 텐데 등산 전문가를 초빙해 환자들과 등산이라니, 의외의 발상이다. 서 원장은 우연한 기회에 윤치술 교장이 고안한 ‘마더스틱 워킹’에 대한 기사를 보고 척추와 관절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보행법과 스틱 사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더스틱 워킹은 ‘스틱을 제대로 사용해 어머니의 품속으로 들어가듯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윤 교장을 병원 고문으로 위촉해 직원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후 환자들을 대상으로 트레킹팀을 운영하게 된 것.

산행에는 항상 서 원장을 비롯해 물리치료 전문가와 병원 직원들이 함께 하므로 안심이 된다. 벌써 4년째 이어오고 있는 트레킹으로 분기에 한 번씩 진행한다. 그 동안 감악산, 명성산, 안양 수리산, 검단산 등을 다녀왔다. 수술 후 재활치료 중인 이들이 주로 참가하기 때문에 멀어야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경기도권 산으로 정한다. 이날은 강화도에 있는 마니산이 목적지다.

7시 40분, 버스가 출발한다. 차 안에서 서 원장이 의학 지식을 곁들여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등산은 허리 근력을 강화하고, 산을 오르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척추 기립근을 튼튼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

“올해 마지막 산행을 함께 하게 돼 기쁘다”면서 “겨울철에 야외활동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게 귀이고, 손과 다리도 무척 중요하다”며 “손과 발을 계속 움직여서 춥지 않다는 느낌이 들도록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르막길 오르기에 대해 설명중인 윤치술 교장과 트레킹 참가자들


이어 윤치술 교장이 적정체온 유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건강하려고 산에 다니죠! 그런데 건강해지지가 않아요. 오히려 허리와 무릅이 더 아프다는 분들도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등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산에 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 중 현재 2천만 명 정도가 산에 다니는데 배우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앞으로 등산이라는 취미생활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려줬다.

먼저, 가을, 겨울, 심지어 여름철에도 높은 산에서 저 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때 옷을 겹쳐 입고 벗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등산복에 지퍼가 많고 큰 이유는 온도를 내려주고 가둬두기 위함이니 수시로 지퍼를 내리거나 올려 온도를 조절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머리에 쓰는 모자와 속옷에 이어 겉옷까지 산행에 적합한 복장에 대해 자세히 들려줬다. 대략 알고 있던 사실을 제대로 익혔다.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마니산에 도착했다.

산의 기운이 좋아 한국의 제1명산이라 불리는 마니산. 매표소를 지나 윤 교장의 설명을 듣고 한 줄로 걷기 시작한다. 보폭을 적당히 해 숨차지 않게 천천히 걸으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잠시 편한 길을 걷다 참성단으로 향하는 계단을 만난다. 멈춰 서서 윤 교장이 스틱 사용법을 설명한다. “올라갈 때 스틱 간격은 좁아야 돼요. 머리가 스틱 사이로 들어가 줘야 합니다. 끈을 눌러주면서 올라섭니다. 끌어올릴 때 스틱이 눕혀 지면 안돼고, 수직이 돼야 해요.”
 

마니산 트레킹 중 스틱 사용법에 대해 설명중인 윤치술 교장


그의 설명을 듣고 동작을 따라 걷다 보니 훨씬 수월하다. 잠시 후 윤 교장의 큰 목소리가 들린다. “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힘을 빼고, 천천히 끌어 올리고 누르고…. 정상을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예요. 얼마나 즐기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폭이 너무 넓어서 헉헉대는 거예요. 하나, 둘, 셋, 넷 리듬을 잘 타세요. 네, 너무 잘하고 있어요.”

병주고 약주고(?) 식의 그의 계속되는 설명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참성단에 도착해 멀리 듬성 듬성 보이는 섬들을 보고 소사나무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차가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많아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바로 하산이다. 계속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틱 사용법을 모르니까 스틱을 가지고 애걸복걸을 해요. 그러니까 몸에 무리가 와요. 걸리적거린다고 안 쓰고 배낭에 그냥 꽂고 다니는데요. 제가 평지와 오르막, 계단 오르막, 내리막으로 나눠서 스틱 쓰는 방법을 네이버와 유튜브에 올려놨어요. 한번 보세요.”

내려올 때 스틱 사용법을 설명하고 그의 강의는 끝났다. 설명을 따르려 애쓰며 스틱을 사용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왔다. 평소 한쪽 무릎이 아파 힘들었던 기자에게도, 이번 등산이 즐겁고 유익했다. 스틱 사용 동작이 잘 안될 때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면 교정도 해 주겠다니 개인 주치의가 생긴 듯 든든하다. 다음번 등산도 기꺼이 동행하리라 생각한다.

산악회 회원 소개로 처음 참석했다는 70세 여성 참가자는 “그동안 아무렇게나 산에 다녔는데 스틱 잡는 법, 올라가고 내려갈 때 주의할 점 같이 여러 가지로 배울 게 많아서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트레킹 팀원들

 

지난 10일 마니산 참성단에 등산한 건누리병원 트레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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