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래 헐값에 넘겨, 베드타운 더욱 심해져”

고양시 삼송지구 내 택지개발 현장.

이재준 “눈앞 개발이익과 후대 생존권 맞바꿔”
삼송지구 자족시설용지, 오피스텔 용도로 매각
“도시미래 헐값에 넘겨, 베드타운 더욱 심해져”


[고양신문] 이재준 고양시장이 다시 한 번 LH의 비공공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공공택지지구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LH가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18일에는 LH가 도시기반시설 용지를 졸속으로 용도변경해 매각한 것를 비판했다.

이 시장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외면하면서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오피스텔은 대거 허용하는 LH의 택지개발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기반시설 없는 택지개발로 고양시가 더욱 베드타운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는 2014년 삼송지구 내 자족기반 확충을 위한 ‘도시지원시설용지’ 중 매각되지 않은 S1-2, S1-4블록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했다. 도시지원시설 유치가 여의치 않자 대규모 부지를 세분한 후 오피스텔 건축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

그 결과 도시형공장·벤처기업·연구소·공연장 등 자족시설이 들어서야 할 신도시의 요충 부지에는 엉뚱하게도 4400여 세대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됐다. LH의 용도변경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흥지구 이케아 부지는 당초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도시지원시설 용지였다. 하지만 유통판매시설 용도를 추가 허용해 사실상 판매시설로 매각해 버렸다.

LH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고양사업본부 관계자는 “팔리지 않는 땅의 공급여건을 개선해 매각한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도시 활성화를 위해 공익적 취지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합법하다고 해서 그 조치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도시계획은 최소 30~50년 후를 내다보며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LH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후대를 위한 자족기반을 물건 떨이 처분하듯 헐값에 매각하고 있다”며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부지매각에만 급급하다면 그것은 공익이 아니라 민간 토건업자와 다름없는 사익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준 고양시장.

지역사회에서도 특별한 대책도 없이 LH가 자족시설용지를 매각해 버리는 것은 ‘도시의 일자리와 먹을거리마저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족시설이 부족한 고양시가 3기 신도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시 관계자는 “LH가 적극적으로 자족시설 유치를 하지 않고, 용도변경으로 땅장사를 함으로써 손쉽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도시계획과 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행태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기업과 연구소 등과 같은 자족시설 확보가 어렵다며 쉽게 포기하고 용도를 변경해 땅을 팔아서는 도시의 미래가 없다”이라며 “자족시설용지를 오피스텔 용도로 바꾸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택지지구 승인 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LH의 요구대로 용도변경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용도변경을 할 때 지자체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시가 강하게 반대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자체가 택지개발에 대한 승인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 스스로 도시계획을 세울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재준 시장은 “도시지원시설용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통해 도시 요충지를 오피스텔로 매각하는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공공택지 준공 협의 시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권한을 행사해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 시장은 지난 9월 킨텍스 인근 C4부지가 도시기반시설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반시설 유치가 어렵다고 택지용도로 쉽게 땅을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이 시장이 이번에 LH가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LH의 협조로 어려운 시 재정여건을 극복하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택지지구에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서인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