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빛운정교회 분립개척한 정성진 목사
거룩한빛 광성교회 교인 4000명 직접 이끌고 분립 시도
조기은퇴 앞두고 후임선임·교회나누기 ‘착착’
건강한 교회의 롤모델, 교계·사회에서 주목
[고양신문] 고양시를 대표하는 대형교회 중 하나인 거룩한빛 광성교회의 정성진 위임목사가 이달 초부터 파주의 거룩한빛 운정교회에서 주일설교를 하고 있다. 내년 11월, 정년을 5년 앞당겨 조기 은퇴를 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정 목사가 평소 지론인 대형교회 분립의 롤모델을 실천하기 위해 거룩한빛 광성교회의 등록교인 4000여 명을 직접 이끌고 운정교회로 ‘이주’를 감행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정성진 목사가 일산에서 처음 개척한 거룩한빛 광성교회는 교회의 사회적 사명에 충실하며 한국 교단이 주목하는 건강한 대형교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 목사는 교회가 지나치게 덩치를 불리는 것을 경계하며 후배 목회자들을 훈련시켜 지속적인 분립 개척을 추진했다. 거룩한빛 운정교회는 벌써 22번째 분립되는 교회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 목사 스스로가 초대형 분립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거룩한빛 광성교회를 이끌 미래의 지도자로 40대의 곽승현 목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후임 목사를 선정하는 과정도 무척 합리적이었다.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 평가기준을 만들어 후보자 선정을 추진했다. 모든 과정은 당연히 투명하게 교인들에게 공개됐다.
거룩한빛 운정교회 역시 모 교회가 지향했던 가치를 고스란히 계승한다는 다짐이다. 교회 살림살이 규모가 측정되면 거룩한빛 광성교회가 그랬듯 복지관 운영을 비롯한 사회선교사업에 주력하고, 언젠가 교회가 커지면 이곳 역시 분립을 시도한다는 점에 모든 교인이 동의했다고 한다.
조기 은퇴 결정의 이유를 묻자 정 목사는 “누군가는 잘 마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안타깝게 교회가 사회에 감동을 주기는커녕 욕을 먹는 시대가 됐습니다. 나라도 조용히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사회에 비교하면 결코 빠른 게 아니지요.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렇구요.”
정 목사는 목회자들이 은퇴 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위해, 교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목사 자신도 은퇴 후 그동안 교회목회에 전념하느라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새로운 분야의 선교사업을 위해 ‘십자가의 길’이라는 선교회를 조직했어요. 이 선교회를 중심으로 젊은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다윗의 물맷돌’, 민통선 안 작은 교회에서 통일을 대비하며 함께 기도하는 ‘통일기도의 집’, 보육원을 떠나는 고아들을 돌보는 ‘비빌언덕’과 같은 사역들을 하나하나 펼칠 생각입니다.”
그 중 통일기도의 집은 가장 먼저 가시적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거룩한빛 운정교회의 목회자마저 정해지면, 정성진 목사는 양쪽 교회를 모두 후임자들에게 맡기고 주말마다 민통선 안 해마루촌으로 들어가 통일기도의 집에서 기도모임을 인도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거룩한빛 운정교회 예배에서 정목사는 ‘말과 마음과 몸을 절제하자’는 주제로 설교를 했다. 성도들에게 성탄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말한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겸손히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돌아보는 연말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