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꿈을 꾸는 사람들> 로컬푸드로 도약하는 벽제농협

직매장 가공센터 체험장 교육장 한 곳에
건강한 식재료만 사용하는 레스토랑
생산자-소비자 만나는 ‘로컬푸드 종합센터’
전국 농협 최초의 야심찬 도전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이 조합 임원, 생산농가, 소비자들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로컬푸드직매장의 개장을 축하하고 있다.


[고양신문] 농협이 단순히 농업인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틀렸다. 오늘날의 농협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상호 이익과 만족을 창출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넓은 농경지와 커다란 소비시장을 함께 품은 도농복합도시 고양의 지역농협에서 특히 활발하다.

최근 선보인 벽제농협(조합장 이승엽)의 신축 종합청사는 농협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로컬푸드직매장, 로컬푸드 레스토랑, 로컬푸드 체험장, 문화센터 등의 복합공간은 지역은 물론 전국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차기 조합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승협 조합장은 “농협에 몸담아온 45년 동안 꿈꾼 공간을 이제야 완성했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정식 준공에 앞서 직매장과 문화센터, 농산물 가공센터와 레스토랑의 순차적 가동을 시작한 벽제농협을 방문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농협의 가장 ‘젊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2개의 건물이 동시에 선을 보인 벽제농협 신축 종합청사.


착한 농산물-로컬푸드직매장

벽제농협 신축 종합청사는 지상 5층의 본관 건물과 레스토랑과 가공센터를 갖춘 별도의 건물이 동시에 완공됐다. 이 중 본관 2층에 자리한 240평 규모의 로컬푸드직매장은 개장과 동시에 많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전 매장에 비해 공간이 2배 이상 넓어져 소비자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열된 농산물과 공산품의 종류와 수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매대 간격도 넉넉해졌고, 계산대 숫자도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자율포장대도 여유로워졌고, 택배 발송이나 교환, 배달 접수를 전담하는 서비스 코너도 만들어졌다. 서비스 코너 담당자는 “농협택배를 이용해 우리 지역의 로컬푸드 농산물을 타지의 지인들에게 바로 보내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로컬푸드 매대에는 지역의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해 당일 납품한 건강하고 신선한 농산물이 가득하다. 포장지에 생산자의 이름이 당당히 붙은 ‘얼굴 있는’ 농산물들이다. 직매장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타 지역 농협의 특산품 코너다. 벽제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은 전국 각지의 지역농협에게 일정 공간을 제공해 전남 완도농협, 강원 영월농협, 경남 함양농협 등에서 올라온 품질 좋은 건어물, 특산품, 고추장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인삼농사를 많이 짓는 김포농협에서도 별도의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구매한 인삼을 즉석에서 약탕기를 이용해 가공해주기도 한다.

로컬푸드 매대와 함께 다양한 공산품을 취급하는 하나로마트 매대가 이어진다. 구색도 진열도 웬만한 대형마트 못잖다. 수산물 코너와 정육코너도 원스톱 장바구니 쇼핑을 돕는다. 새로 문을 연 매장을 처음 찾았다는 한 고객은 “이전에 비해 매장이 훨씬 넓고 쾌적해 깜짝 놀랐다”면서 “무엇보다도 다양한 농산물과 생필품을 한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 참 편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기자를 안내한 김현중 상임이사는 “지금은 건물 뒤편 주차장에 차를 대고 2층으로 올라와야 하지만, 통일로와 접한 건물 전면 주차장이 다음 달 완공되면 로컬푸드직매장은 실질적으로 1층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소비자와 생산자의 접근이 편리해진다는 얘기다.
 

공간이 넓어지고 편리해진 로컬푸드직매장.


건강한 밥상-로컬푸드 레스토랑

본관을 나와 로컬푸드 가공센터와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로 발길을 옮겨보자.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이름 그대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외식업소다. 국내 로컬푸드 레스토랑의 효시로 손꼽히는 전북 완주의 경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농협이 추진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이곳이 전국 1호다.

이곳에서 구매하는 식재료 중 수입산이나 GMO 변형 농산물은 하나도 없다. 건강하고 바른 식단을 제공한다는 원칙은 조미료 선택에도 적용된다. 화학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고, 간장 된장도 건강한 재료로 직접 담근 슬로푸드를 사용한다. 소금도 북신안 농협에서 3년 동안 간수를 뺀 깨끗한 천일염을 공급받는다.

조리방식 역시 사라져가는 옛 어르신들의 손맛을 되살리는데 주력한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조리하기 때문에, 우리 음식을 처음 맛보는 분들은 조금 싱겁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그렇지만 조금 지나면 식재료 고유의 풍미를 깊이 즐기실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1월 4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이미 10여 차례 농협 자체 행사에서 나물과 김치, 샐러드, 고기요리 등을 골고루 갖춘 식단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그때그때 제철에 나는 가장 맛있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만나실 수 있다”고 말한다.
 

맛과 건강, 품격을 함께 담은 로컬푸드 레스토랑의 음식 차림.


이곳만의 비장의 카드도 있다. 인덕션과 1인용 압력솥을 이용해 밥을 지어 제공해 “밥맛이 정말 좋다”는 칭찬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애피타이저인 죽과 디저트인 전통차와 과일도 식사의 처음과 끝을 품격 있게 장식한다.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이승엽 조합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로컬푸드직매장에 매일 납품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생산자에게는 더 높은 소득을 돌려주고, 소비자들에게는 맛과 품격이 깃든 전통 식단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식사 가격은 13000원으로 책정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근 식당과 경쟁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가격에 걸 맞는 재료와 풍성한 요리를 제공하는 ‘고급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완주에서 로컬푸드 레스토랑 1~4호점의 창업과 메뉴 개발을 주도한 전문가를 초청해 직원 선발에서 메뉴 구성, 맛과 영양을 살리는 조리법까지 다양한 노하우를 꼼꼼하게 전수 받고 있다.
 

120석의 좌석이 마련된 로컬푸드 레스토랑 내부.


김치부터 떡까지 생산-가공센터

별관 1층에 갖춰진 농산물 가공센터도 주목할 만 하다. 이곳에는 지역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다양하게 갖췄다. 김현종 상임이사는 넓은 공간과 예산을 투자해 농산물 가공센터를 마련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정 시기에 동시 출하되는 농산물의 특성 때문에 농사를 잘 짓고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농산물들을 가공해 보관·판매하면 보다 높은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지요.”

가공센터에서의 첫 작품은 벽제농협 여성 조합원들이 만드는 다양한 떡이다. 이들이 생산한 떡은 벽제농협에서 납품받아 조합원들의 생일축하선물로 제공하고 있다. 상임이사는 “떡을 시작으로 잼, 즙, 장아찌, 건조식품 등 다양한 농산물 가공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공품은 고양시 8개 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이 가능하다. 든든한 판로도 이미 확보한 셈이다. 가공공장 한켠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로컬푸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체험교육장이 마련돼 있다.
 

로컬푸드 가공센터에서 맛있는 떡을 만들고 있는 여성조합원들.


지역주민과 호흡-문화공간까지

본관 4층에 꾸며진 문화센터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벽제농협이 자리한 관산동, 고봉동 지역이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인 까닭이다. 크기가 다른 2개의 강의실과 컴퓨터 교육장을 갖춘 문화센터에서는 이미 10여개 강좌를 신축사옥의 개장과 동시에 시작했다. 강좌는 개설공지와 동시에 신청이 마감돼 지역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고스란히 방증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곳은 후면 주차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빨간 벽돌 건물이다. 개인 소유의 미곡창고였던 건물을 벽제농협이 매입한 이곳은 고풍스러운 건물의 외양과 구조를 재활용한다는 원칙 하에 시와 협의를 거쳐 지역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김현종 상임이사는 “쇼핑과 외식, 문화활동까지 벽제농협 신축사옥에서 펼치는 사업 하나하나에는 지역주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벽제농협의 정성과 꿈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레스토랑의 건강 한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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