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환 호서대 교수 <기고문>

학생의 미래에 큰 영향 주는 대입제도
글로벌 기준으로 디자인하고 추진돼야

정남환 호서대 교수

[고양신문] 현행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크게 나뉜다. 수시에는 학생부위주전형과 논술위주전형 그리고 실기(특기)위주전형이 있다. 학생부위주전형은 교과를 전형요소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교과·면접 등을 전형요소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2020학년도에는 수시전형이 77.3%, 정시전형이 22.7%로 수시가 대세다. 학생부위주전형은 전국 4년제 대학 신입학정원의 66.9%를 선발하는 핵심 전형이다. 전형별로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이 42.4%, 학생부종합전형이 24.5%를 차지한다.

수치로 보면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높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을 관심 있게 봐야 하는 이유는 상위권 주요대학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선발비율로 보면 45.6%를 차지한다. 물론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대학도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핵심전형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여전히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로벌 교육 시각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보며 교육정책 변화 방향을 잘 읽고 세밀하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원래 이름은 입학사정관제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모델로 삼은 미국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이 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능, 내신 등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뽑자는 취지였다.

2007년 처음 도입된 후 단계적으로 확대됐으며 특히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2014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은 토의, 토론, 발표, 문제 해결, 논리적 사고력, 창의성 기반 역량중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입학시험은 객관식 시험보다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올해 프랑스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에서는 '모든 진리는 결정적인가'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불의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가'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독일 대학 시험에서는 시와 소설 등에서 제시문을 발췌해 '분석하고 당신의 생각을 써라'라는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일본 정부는 대학입시센터 시험과 대학별 본고사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행 입시제도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2019학년도부터 대입에 정성 평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는 글로벌 교육 시각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 비중,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 등 대학입시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자인 학생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입 평가제도의 개혁에서 평등성, 수월성, 효율성, 형평성, 공정성, 객관성, 타당성 중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와 다양성이 가속화되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를 고려할 때 선발방식과 평가방식을 세밀하게 디자인해 나가야 하는 교육제도의 실행은 글로벌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 라즐로 복(Laszlo Bock) 구글 인사책임자는 “구글은 영리하기만 한 게 아니라 겸손하고 성실한 지원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머리가 좋거나 스펙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책임감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구글이 원하는 인재라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의 기준이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은 이런 원리다.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도 맥락은 같다. 글로벌 교육의 시각으로 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세계시민교육이며 글로벌 리더를 찾는 전형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런 마음으로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준비해 원하는 대학의 인재로 선발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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