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한 달째... 고양시 문제 해결 나서야

시의회 앞에서 13일(4일 기준)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조정 범대위 대표. 그는 "사업자 회생신청이 받아지기 전에 시에서 직권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년 동안 싸워왔지만 행정절차는 벌써 막바지에 돌입했어요. 이번 겨울이 지나고 사업자의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제 골프장 증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절박함 때문에 이렇게 단식농성을 시작하게 됐죠.”

고양시의회 건물 밖에 설치된 산황산 골프장 증설반대 천막농성장이 추운 날씨 속에 벌써 한달 째를 맞이하고 있다. 증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범대위와 직권취소는 불가하다는 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현재 7명의 시민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급기야 조정 범대위 대표가 지난 24일부터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일 농성장에서 만난 조정 대표는 열흘이 넘는 단식으로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목소리만은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조 대표는 “당초 천막농성장 설치와 함께 시민들이 릴레이단식에 돌입했지만 시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범대위 대표로서 책임지고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인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증설사업과 관련된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시장이 행정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12년 그린벨트 내 9홀 증설허가신청으로 시작된 산황산 골프장 증설사업은 국토부 중도위 도시관리계획결정 변경 승인과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현재 사업시행자지정 등 실시계획단계만을 남겨놓고 있다. 범대위 측은 “현재 골프장 증설사업을 신청한 사업자 측이 부도위기를 맞아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법원에 제기된 법인회생 인가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곧바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사업주체인 (주)고양스포츠는 최근 한 아파트관리법인으로부터 500억 규모의 투자를 받아 회생인가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일 시의회 앞 천막농성장 모습

조정 대표는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곧바로 증설사업을 위해 토지를 매입한 다음 사업신청을 낼 것인데 그때 가서 행정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사업자의 위치가 불안정하고 토지구매를 하지 않은 지금 시점이 직권취소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정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인천 계양산 골프장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며 이미 시민들이 6년간의 반대운동을 통해 직권취소를 위한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천막농성장 설치 이후 골프장 증설 백지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하루 평균 20명의 시민들이 지지방문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는 동조단식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범대위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15일에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 고양시 인권증진위원들이 농성장에 방문하기도 했으며 고양시 시민단체들은 신년 해맞이 행사를 농성장 앞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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