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조형연구소 전진숙 작가

20년째 화정동에서 작업·교육공간 운영
지식과 경험 담은 『한지 이야기』 출간
예술과 상품화 병행하며 한지의 지평 넓혀

 

화정동 한지조형연구소에서 만난 전진숙 작가가 자신이 펴낸 책 『전진숙의 한지 이야기』를 들고 있다.


[고양신문] 화정동에 ‘전진숙 한지조형연구소’를 열고 작품활동과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는 한지조형작가 전진숙씨는 지난해를 유난히 바쁘게 보냈다. 8월에는 20년 동안 몰두해 온 한지작업의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한 책 『전진숙의 한지 이야기』를 선보였고, 10월에는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전진숙의 얼굴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10번째 개인전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지공예에 처음 입문한 후 줄곧 고양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공예의 한 장르로 인식돼 온 한지조형의 지평을 예술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책 속에 한지의 가치와 아름다움 담아

“제가 처음 한지공예를 배울 때 한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책이 없어 답답함을 느꼈어요. 내가 직접 책을 써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난해 비로소 용기를 냈지요.”

전진숙 작가는 자신의 책 『전진숙의 한지 이야기』가 한지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책은 한지조형의 재료가 되는 한지의 역사와 우수성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어 한지로 만든 조명과 문화상품의 종류와 쓰임새를 친절히 제시하며 실제 조형작업의 과정과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진숙 작가의 주력분야인 닥종이 인형 이야기를 재미있는 작품사진을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책에 실린 모든 작품은 전부 제 손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작품을 만들며 직접 느끼고 경험했던 점을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이 책이 한지공예를 배우는 이들 뿐 아니라,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8개의 얼굴' 중 기쁨을 표현한 '희'.

 

작가로서의 역량 유감없이 펼쳐

 

지난해 10월 인사동을 시작으로 여러 도시를 돌며 순회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얼굴 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많은 전시를 연 그에게도 무척 뜻 깊은 전시였다.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주제인 ‘얼굴’에 대해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하며 작가로서의 열정을 펼친 전시였기 때문이다.
“헤아려보니 그동안 1000명이 넘는 얼굴을 내 손으로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의 얼굴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전시에 선보인 ‘108개의 표정’이라는 작품은 108개의 손바닥 만 한 사각형 얼굴 속에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을 제각각 표현한 작품이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표정이 귀엽고 절묘하다. 전 작가는 하루에 하나씩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날그날의 마음의 표정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시리즈 ‘피카소와 가면’은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지와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큐비즘을 접목해 철사, 삼베조각, 나무 등을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었다. 완성된 작품들은 형태와 색깔, 기법 등 모든 면에서 무척이나 대범하고 독특하다. 관람객과 미술계의 관심과 반응도 뜨거웠다.
“한지가 단순히 공예의 수준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표현해낼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한 소재라는 점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얼굴 이야기' 전시에서 선보인 '피카소 얼굴' 시리즈 중 일부.


작업하다보면 ‘몰입의 즐거움’ 찾아와

그는 예술가로서의 열정과 함께 상품 제작자로서의 감각도 뛰어나다. 최근 신상품으로 개발한 LED무드등은 닥종이인형 특유의 귀여운 매력에 실용성을 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제 빙어등축제, 세종문화회관 송강정철전시, 강서구 허준축제 등 다양한 행사와 전시장을 장식하는 멋진 조형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전진숙 작가는 취미로 닥종이인형을 배우기 시작해 아예 제 2의 인생길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자신에게서 배운 제자들 중 공모전 입상의 기쁨을 누린 이들이 많다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는다. 한지공예를 배우려면 손재주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전진숙 작가는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한지인형 자체를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자격이예요. 애정이 생기면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다 보면 커다란 행복감이 찾아오거든요.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한지공예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조형미와 실용성을 겸한 LED무드등

 

몰입의 즐거움에 빠져 작품을 만든다고 말하는 전진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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