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창구 고양지역건축사회장

지역경제 살리는 조례 제정 앞장서
협회 자체 예산으로 연구용역 진행
105만 인구 걸맞은 자족도시 절실 
시, 중소기업 육성·유치·지원 나서야

이창구 고양지역건축사회장

[고양신문] “빈자의 미학. 여기에선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건축가 승효상은 1996년 출간한 『빈자의 미학』에서 자신이 지켜가려고 하는 건축철학을 딱 세 문장으로 표현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진정한 건축의 ‘미학’임을 선언한 것이다.  

“인구가 105만명이나 되는 고양시 관내의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너무 없다고 하소연하고, 반대로 젊은 청년들이나 구직자들은 지역에 일자리가 너무 없다고 불만이 높습니다. 지역 내 기업에서 일하면 비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서 지역 내에서 스스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족도시로 거듭나지 않으면 점점 더 고령화 되고 있는 고양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위주 산업생태계 짜야 
고양지역건축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창구 바우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자신이 가진 것보다 자신의 쓰임을 더 중요시하며 바쁜 와중에도 협회의 궂은일을 마다않고, 사업의 이익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만나는 사람들마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힘을 모으자고 설득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장항동에서 태어나 백마초교와 능곡중·고교를 졸업한 토박이다보니 요지마다 빼곡히 숨 막히게 들어차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들이 과연 이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지 걱정하며 갖는 지역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GM 공장폐쇄로 인한 군산경제의 몰락, 잘나가던 조선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까지 무너져버린 거제의 예에서 보듯이 대기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국 전자산업의 급성장으로 파주LCD단지도 최근 2년간 신규고용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보다는 지역 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또 내실 있는 기업들을 많이 유치해서 견실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합니다.”

국내·외 지역기업 육성정책 벤치마킹
이 회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기업 우선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발 벗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사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협회의 자체 예산으로 이미 용역을 발주했고, 계명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통계적으로 1년에 평균 약 2000억원에 이르는 발주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에서는 먼저 건설, 제조, 유통, 서비스 등 기존 고양시 소재 기업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공서에서 발주되는 공사나 물품과 다양한 용역 등이 지역업체나 기업에 어느 정도 우선 배정되는지 그 현황을 분석할 예정이다.  

 

 

또 지역 기업 육성 관련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이미 대전, 대구에서 실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해외의 기업 육성 우수 정책들도 조사해서 고양시에 맞는 제도를 도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외부에서 들어온 큰 기업들이 고양시에서 발주되는 공사나 업무를 수행할 때 지역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은 업체에 일정한 가산점을 주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고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지역 기업들에게 다양한 사업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기술력과 노하우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되면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관에서 지역 소재 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우선구매 해주는 것은 당연하구요. 지역기업들에게 이러한 혜택이 주어진다면 고양시로 옮겨와서 사업을 하려는 업체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나게 됩니다. 고양시가 기업유치와 육성 그리고 각종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수한 지역기업은 삶의 질도 높여
‘무슨 일이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대하면 반드시 길은 있다’고 믿는 이 회장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고양시 관내 기존 기업의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을 파악하고, 지역업체 우선 배정 정책의 개선 방향 등에 대한 큰 줄기를 잡아 반드시 조례로 제정되도록 앞장설 작정이다. 그는 이러한 방향이 기업이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위해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등 모든 이동수단을 통틀어 100km를 이동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10km 이내로 이동하는 사람들보다 5~10배 높다고 해요. 베드타운화 된 고양시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아닐까요. 지역 내에 좋은 기업이 많이 생겨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굳이 아침저녁으로 먼 곳까지 출퇴근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됩니다.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먹거리를 자체 생산하는 자족도시가 되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환경을 지키며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삶의 질도 개선되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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