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전략회의, 생태보전 촉구 기자회견

고양·인천·김포 등 인접지역 15개 단체 참여
국회에서 생태보전방안 촉구 기자회견 열어
이용방안공개, 보전계획수립, 람사르등재 등 요청

 

고양·인천·김포의 생태관련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한강하구 전략회의’ 대표단이 국회 정론회관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 람사르 습지 등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양신문] 남북 화해와 협력 시대를 맞아 변화와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해 고양과 김포, 인천, 강화 등 인접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이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재하고, 자연자원과 서식지 보전을 전제로 한 이용계획을 수립하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한강하구 전략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남북공동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6명의 한강하구 전략회의 대표단이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표자들은 “남북화해시대의 도래를 환영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 구상이 한강하구 접경지대의 자연생태계를 배려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남쪽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개발 기대와 공약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이 지닌 탁월한 생태·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개연성이 높다”며 정부가 한강하구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 남북 공동으로 진행된 한강하구 중립수역 현장조사결과와 이용계획의 조속한 공개 ▲ 세부 내용이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과 공론화 필요 ▲ 남북 공동의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남북 공동의 자연자원·서식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계획 마련 ▲ 남북 공동의 ‘람사르 습지’ 등재 협의 등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강하구의 생태·문화적 가치의 탁월함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은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각 지역에서 수 십 년 동안 생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단체 대표들”이라고 소개했고,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한강하구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기수역 습지”라고 말했다.
 

한강하구의 다양하고 풍부한 생물자원을 보여주는 조류생태지도. <제공=한강하구 전략회의>


이들이 요구하는 ‘남북 공동 람사르 등재 추진’은 한강하구의 가치 보전에 대한 당국의 의지와 약속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존위원장은 람사르 등재로 얻을 수 있는 가치로 ▲ 남북한 주민들의 직접 접촉이 가능 ▲ 한반도 생태계에 대한 국제적 관심 촉발 ▲ 국제기구에 의한 안정적 사업추진 구조 형성 ▲ 경제·생태·감성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방안 제공 등을 꼽았다.

현재 환경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한강하구는 이미 2007년에 환경부에 의해 람사르 등재 추진이 발표된 바 있지만, 그동안 인접 지자체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며 10년 넘게 사업추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략회의에 김포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동참한 것도 주목을 끈다. 송재진 한강하구를 사랑하는 김포시민모임 대표는 “김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지자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환경단체가 여전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강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대화를 통해 지역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략회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강하구 전략회의’에는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에코코리아를 비롯해 DMZ생태연구소, 김포경실련, 녹색연합, 우리누리평화운동, 생태보전시민모임, 한강하구를 사랑하는 김포시민모임,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인천경기생태지역TF, 강화도시민연대, 카톨릭환경연대, 인천녹색연합, 교동어촌계, 한강하구교사모임, 사랑누리교회 등 15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의당의 협력을 받아 열렸다. 이현정 정의당 지속가능한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정의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강하구를 포함한 접경지역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원칙과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평화의 시대를 맞아 생태보전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종 사업들이 전개돼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제공=한강하구 전략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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