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숙 ‘상상공간 별짓’ 관장

주교동에서 14년 활동한 ‘책놀이터’
어른들 위한 창작·놀이공간으로 변신
“일상 바꾸는 흥미로운 작업 펼칠 것”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며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박미숙 관장.

 

[고양신문] 고양시청 인근, 오래된 연립주택과 다가구빌라가 밀집한 주교동 한 건물에서 14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민간 작은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여 온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가 잠정 휴관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해 가을. 뭔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려니 여기며 기다리던 중 책놀이터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상공간 별짓’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공간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눈에 보면 넓고 깔끔해졌고, 꼼꼼히 살펴보면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숨어있었다. 책놀이터를 이끌어 온 박미숙 관장을 만나 새로 단장한 공간에서 어떤 ‘별스런 일’들을 펼칠 작정인지 들어봤다.

 

▲ 귀에 익숙한 이름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는 사라지는 것인가.

인근에 공공도서관인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이 생겼다. 그동안 책놀이터에서 쌓아 온 콘텐츠와 정체성, 그리고 커뮤니티를 이 곳에서 이어가고 싶다. 14년 된 독서동아리도 최근 마상공원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민간이 시작한 작은도서관의 역사를 공공의 영역이 이어가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
 

▲ 책놀이터 14년, 가장 큰 보람은.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을 모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들렀던 엄마·아빠들이 공동체 모임을 만들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삶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책놀이터에서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키가 큰 청년들이 됐다. 그들에게 책놀이터는 고향이자 마을, 기억의 일부다. 그 친구들과 잔을 기울이며 “이제 너희들이 하고 싶은 새로운 것을 마음껏 해 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 민간도서관의 바람직한 모델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영 면에서는 일정한 개장시간, 양질의 책 구입 등 민간 작은도서관도 공공도서관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좋은 독서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했다. 덕분에 실력과 열정을 갖춘 활동가들이 꾸준히 배출됐다.
 

▲ 위탁을 받은 공공도서관도 늘고 있다고 들었다.

기존의 호수공원 작은도서관과 강촌공원 예쁜걸음 작은도서관에 이어 가까이의 마상공원 작은도서관과 모당 작은도서관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조만간 내유동 커뮤니티센터에 만들어지는 작은도서관도 위탁받는다.
각각의 도서관에는 2명씩의 사서들이 배치되는데, 모두 책놀이터에서 배출한 전문 활동가들이다. 공공적 역할에 걸맞는 자격증도 꼼꼼히 따 뒀다. 작은도서관 정책은 이처럼 공공의 영역에서 공간을 마련하고, 운영은 민간에서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모임과 작업 등을 진행할 '상상공간 별짓'의 중심 공간.


▲ 공간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자. 새로운 이름의 정확한 표기가 ‘상상공간 별-짓-’이다. 어떤 뜻을 담았나.

‘상상’은 상상하다(想像), 언제나 항상(常常), 서로에게 갚는다(相償) 등 여러 가지로 읽으면 된다. 풀어보자면 ‘일상을 상상하고 만든 것을 팔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별짓’ 역시 ‘별의별 짓거리’라는 의미와 ‘별처럼 고운 것을 짓는다’는 의미를 함께 품는다. 공간의 주체인 ‘별책부록’ 협동조합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이기도 하다. 글자 사이의 ‘-’은 공간과 활동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계속 함께 가자는 약속을 담았다.
 

▲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민간 봉사자의 열정만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을 지속하는 데 한계를 느껴, 공공의 영역과 결합하는 것을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가까운 곳에 공공도서관인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며, 같은 역할을 경쟁할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을 굳혀 어른들의 일상을 바꾸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 멋지게 리모델링했다.

경기문화재단의 창생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돼 계획보다 앞당겨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있었다. 공간 구성의 핵심은 가변성이다. 모임공간이 강의공간이 되고, 공연장이나 파티장소로도 변신할 수 있도록 개방형 칸막이를 달고 책상도 이동이 쉬운 것으로 구비했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세울 수 있는 가벽을 활용해 이런 저런 전시도 열 생각이다. 천장을 비롯해 수납공간도 많이 만들었고, 주방도 아주 공을 들였다. 모두가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 크고 넓고 환한 개방형 부엌을 만들었다(웃음).
 

넓고 편리하게 탁 트인 주방.

 
▲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일상 속에서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모여 뭔가를 만들고, 책을 읽고, 재미나게 놀다 가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가장 큰 포인트인 ‘만들기’를 위해 미싱, 오븐, 발효기, 각인기, 실크스크린 등의 기본적인 창작도구를 갖췄다. 동네 예술가들이 이런 도구들을 활용해 다양하고 재밌는 제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리라 기대한다.
그림책을 테마로 한 굿즈(상품)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봤다. 내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도서관에 간 외계인』 캐릭터를 활용했다. 그밖에 한성민 작가와 함께 페이퍼커팅을 활용한 책도 내고 싶고, 목각으로 걱정인형도 만들고 싶고, 동네의 다양한 자료를 기록하고 모으는 아카이빙 작업도 꾸준히 펼치고 싶다. 공간 꾸미기가 마무리됐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 활동의 중심이 되는 모임이 있다면.

우선 책놀이터 시절부터 아이들을 돌보며 모임을 이어 온 ‘까망이’들이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한다. 예를 들면 청년이 된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엄마의 밥상’을 차려주며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궁리 중이다.
두 번째는 경기문화재단 지원사업 생활문화플랫폼을 진행하며 만난 고양시의 예술가그룹 ‘수작부리다’의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다. 분야는 목공예, 패브릭, 놀이도구, 악기 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의 운영주체인 협동조합 ‘별책부록’이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 세 그룹의 활동을 중심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열린 공유공간을 꾸릴 예정이다.
 

▲ ‘상상공간 별짓’이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채로운 색깔을 품은 어른들을 위한 창작·놀이공간으로 성장하고 싶다. 잠정적으로 정한 대상은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조금 낙후되고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책놀이터 14년의 역사를 함께한 공간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의미와 보람이 훨씬 크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지만, 긴 호흡을 갖고 천천히 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만나고 즐겁게 소통하는 일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새로 꾸민 '상상공간 별짓'의 창가 공간. 강의와 모임, 작은 공연 등을 펼치기에 딱이다.

 

<도서관에 간 외계인>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한 책갈피 상품. 귀여운 디자이에 실용성까지 더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책장에 모여 있는 다양한 장르의 만들기 책들. '상상공간 별짓'의 성격과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그림책을 소재로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인 전시 모습. <사진제공=상상공간 별짓>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축하와 바람을 나눴던 개관식 모습. <사진제공=상상공간 별짓>

 

상상공간 별짓에서 진행한 '그림책ⅹ지구별" 창작활동 프로그램을 함께 한 참가자들. <사진제공=상상공간 별짓>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