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저자초청 북토크

[고양신문] ‘2018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저자들과 함께하는 북토크가 지난 20일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2회를 맞는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은 고양에 거주하는 작가가 쓴 책을 고양에 거주하는 선정위원들이 뽑고, 고양의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 책의 가치를 조명하는 상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동네 사는 이웃들이 책을 중심으로 멋진 문화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는 든든한 연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 북토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4부로 나눠 진행됐다. 매 시간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졌고, 독자들의 질문과 응원이 이어졌다. 수상자들에게는 고양시서점연합회(회장 김남인)의 후원으로 제작한 상장과 상패가 전달됐다.

 

“누군가에게 빛을 비추는 당신이 바로 빛”

▲ 어린이책분야 - 김윤정·최덕규 『빛을 비추면』

『빛을 비추면』은 김윤정·최덕규 부부 작가가 함께 만든 책이다. 진행을 맡은 엄혜숙 그림책평론가는 “아날로그 예술의 따뜻함이 가득한 멋진 책”이라고 소개했다. 페이지를 펼치면 단순한 그림책이지만, 책장 뒤에 스탠드 불빛을 이용해 빛을 비추면 신기하고 환상적인 반투명 창과 그림자가 나타난다. 두 작가는 북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을 위해 직접 빛을 비추며 책을 낭송해줬다.
2004년 부부의 육아체험을 담은 『여름이네 육아일기』를 함께 완성해 주목을 받았던 두 사람은 이후 각각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책을 발표하기도 하고, 때때로 서로의 장점을 살려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엄혜숙 평론가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두 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박덕규 작가는 “첫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들려줬을 때 호응이 좋으면 책을 잘 만들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고, 김윤정 작가는 “발표된 책의 구매평을 보며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지만 “누군가에게 빛을 비추는 당신이 바로 빛”이라는 책의 주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마음결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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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함께 일군 삶의 지혜

▲ 어린이청소년분야 - 김경윤·김한수·정화진 『청소년 농부학교』

다수의 인문·철학서를 쓴 김경윤 작가, 소설과 에세이집을 발표하고 있는 김한수·정화진 작가는 20년 지기 도반(道伴)들이다. 이들은 십여 년 전부터 글쓰기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함께 만들어오고 있다. 유기농 생태농법을 실천하는 도시농부들인 것.
작가들은 자신들이 함께 ‘청소년 농부학교’를 진행했던 경험을 특유의 입담으로 들려줬다. 김경윤 작가는 “청소년 농부학교를 진행하며 단순한 농사 체험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꾸는,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화진 작가는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며 책에서 음식만들기를 강조한 이유를 설명했다.
진행을 맡은 박미숙 문화활동가가 “생태주의적 유기농법을 시도해봤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항변하자,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장하게 하지 말고, 누군가와 어울려서 재미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자들은 책갈피마다 숨겨놓은 공동체 만들기, 교육현장, 순환적 생태주의와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나같이 묵직하고 심각한 주제였지만, 유쾌한 입담 덕분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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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 문학분야(시) -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 문학분야(산문) - 노승영·박산호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시집 『소피아 로렌의 시간』으로 올해의 책에 선정된 기혁 시인은 “상금이 없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에 제 책이 3권이나 나와 있어 반갑다”는 말로 좌중을 웃게 했다.
북토크 사회를 맡은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이 많아)많은 페이지를 접었고, 기혁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의 저자는 인문 도서를 번역해온 노승영 번역가와 장르 소설을 번역해 온 박산호 번역가다. 노승영은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박산호는 스릴러 소설을 많이 번역했다.
박산호는 “책을 내면서 처음에는 번역가의 책을 누가 읽을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첫판을 다 판매했고, 고양시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돼서 매우 기쁘다”면서 “번역가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또 다른 사회자인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은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읽고 나니 옮기는 작업을 하는 이에게 작가적인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혁씨의 시집은 시 각주에 과거의 문헌과 책을 참고하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서, 과거의 책을 시로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두 번역가들에게는 좋은 번역의 기준과 번역 작업을 한 후 달라진 점이나 보람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또한 기 시인에게 언제 시를 쓰는지, 좋은 시상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면서도 간간이 웃음이 터졌고, 막판 종료 시간이 초과 될 정도로 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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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된 사고 깨뜨려야 저항할 수 있어”

▲ 인문사회분야 - 김경집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 자연과학분야 - 이명현 『이명현의 과학책방』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김경집 인문학자의『김경집의 통찰력 강의』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들은 다 아니라고 말하는 조금 삐딱한 책 같다”면서 “성격도 조금 까칠한 분” 아니냐고 물어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김경집 작가는 “요즘은 검색은 넘치지만 사색은 안 된다”며 이제까지의 지식 습득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는 섬세한 사유, 다양한 감정, 깊은 생각을 위한 것이라며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목적으로 “‘제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어떤 명제와 의제를 정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순응된 사고를 깨뜨려야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 본질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잘못됐을 때 저항할 수도 있다”면서 “생각을 한번 바꿔보라는 예고편으로 이번 책을 냈고, 앞으로 좀 더 강도 높은 책을 더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는 이명현 작가를 “둘 다 청년에 가까웠을 때 사제관계로 만난 사이”라고 소개했다. 전직 천문학자, 과학저술가, 책방 주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명현 작가는 고양시에 있는 출판사 ‘사월의책’에서 출간된 『이명현의 과학책방』으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 직업적인 과학자가 되었는데, 지금 직업은 변했지만 계속 별 이야기를 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에는 김병민 작가와 함께 이현서 동화작가, 엄혜숙 그림책 평론가, 안희곤 사월의 책 대표 등 고양시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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