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2동 도시재생 준비하는 주민공동체 ‘와야누리’

40~50대 주부중심 주민공동체
도 도시재생대학 수료하며 준비
일산초, 빈교실을 교육실로 제공
“도시재생 덕분에 마을 알게 돼”
어려움 많아도 책임감으로 버텨


[고양신문] “주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죠. 하지만 이 동네를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돌아오고 싶은 고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일산2동은 작년 9월 국토부 선정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국도비 등 12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낙후된 옛 일산 구도심 지역을 젊은 층이 찾는 활력 있는 공간으로 다시 살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된 것은 아니지만 이곳 주민들은 장차 변화할 동네모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일산2동이 도시재생 대상지로 선정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재작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최종후보지까지 올랐지만 안타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상실감이 클법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재도전에 성공한 일산2동. 그 중심에는 이곳 40~50대 주부들이 중심이 된 주민공동체 ‘와야누리’가 있었다.

‘와야누리’는 일산2동 옛 지명인 검은 기와를 굽는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이라는 뜻의 ‘와야’와 세상이라는 뜻의 ‘누리’가 합쳐진 이름으로 지역 고유의 가치를 살리고 자긍심을 높이자는 비전을 내포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전현숙 일산초 학부모회장, 최정희 와야누리 플리마켓팀 대표, 양은정 일산초 운영위원장, 이경희 통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상 깊었던 마을공동체 ‘성미산’
“4년 전 즈음에 안곡중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학교선생님들이 진행하는 인문학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날 강의가 마포구 성미산 사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매우 인상 깊었죠. 이웃들이 돈을 모아서 커피를 마시던 곳이 마을카페로 발전하고 주민 각자가 재능을 살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온 마을이 학교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 저거 우리 동네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후 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이경희 통장. 그때까지만 해도 도시재생이 뭘 하는 건지 잘 몰랐고 그저 일산역 주변이 바뀌면 동네가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감만 높았다고 한다. “시에 물어봤더니 사업에 신청하려면 당시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도시재생대학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일단 참여인원이 많아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주변 젊은 엄마들에게 명단을 받아 일단 제출부터 했었죠.”

부랴부랴 15명을 끌어모아 참여명단을 써내긴 했지만 막상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인원은 고작 3명 남짓에 불과했다. 게다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물까지 내는 과정은 젊은 엄마들에게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었다. 

“분당까지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다 보니 참여율이 많이 낮았어요. 저희쪽을 담당하던 전문가 선생님도 처음에는 많이 실망하시기도 하고…. 매주 아이디어도 내야하고 과제도 제출해야 했는데 정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중도에 그만두면 다시 기회가 없다고 해서 오기로 버텼죠.” -이경희 통장

“제 인생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했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마지막에는 저희를 담당하던 교수님도 칭찬해주셨어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매번 포기한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해낸 여러분이 너무 대단한 것 같다면서. 그리고 최종발표 자리에서 통장님이 ‘아들이 고3인데 떠나지 않고 머물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양은정 일산초 학교운영위원장

와야누리 멤버들은 “무엇보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용선 전 고양시 도시재생팀장은 도시재생 교육기간 내내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뒷바라지 했다. 박창식 일산초 교장은 회의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이들을 위해 학교 공간을 흔쾌히 내어 줬으며 도시재생대학이 끝난 이후에는 아예 빈 교실을 활용해 마을교육실로 제공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플리마켓 열며 도시재생 홍보
일산2동은 작년 9월 선정 이후 현재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의 실무를 책임질 현장지원센터장을 모집하는 공고도 나온 상태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참여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와야누리에서 작년 6월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플리마켓 모습

와야누리는 이러한 측면에 있어 일산2동 주민협의체를 위한 밀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뉴딜사업으로 선정되기 전인 작년 6월부터 일산역 인근에서 플리마켓을 2주 간격으로 꾸준히 진행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홍보하고 주민참여를 이끌어왔다. 집에 있는 물건들뿐만 아니라 재능을 활용해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셀럽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일산초 학부모들은 별도 부스를 마련해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산역 광장에서 열린 첫 행사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함께 진행돼 지나다니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경희 통장은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젊은 층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참여하기 어려워하고 노년층은 아직까지 개발만을 원하시는 상황”이라며 “일단 40~50대가 먼저 나서서 주민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후지역 꼬리표 떼고 재조명됐으면
작년 자치공동체사업 지원을 받아 ‘와야촌 가꾸기’라는 주제로 공간자원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을자원을 조사하면서 구 일산농협 창고 인근에 당산나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맹꽁이가 사는 습지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동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마을이정표 만들기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시민체육대회에 참여해 도시재생을 홍보했던 와야누리 식구들.

전현숙 일산초 학부모회장은 “작년 시민체육대회에 참여해 일산2동 도시재생을 열심히 홍보했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며 “도시재생 덕분에 지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양은정 일산초 운영위원장 또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다 보니 우리 지역이 지닌 가치를 알게 됐고 그전까진 불평만 늘어놨던 부분에 대해 이제는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통장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낙후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는데 이제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적,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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