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창환 신임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장

행주나루 선상만세 등 고양 항일운동사 발굴·조명
시민과 교감하는 3·1운동 100주년 사업 추진
“고양·파주에 잔존하는 친일흔적 제거 힘쓰고파”

 

백창환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제9대 신임 지부장.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이하 민족고파)는 지난 24일 일산서구청에서 총회를 열고 백창환씨를 제9대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백창환 신임 지부장은 민족고파 제6·7대 최영봉 지부장(2013~2016년), 8대 서승의 지부장(2017~2019년)의 재임 기간 동안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민족고파의 사업과 살림을 꾸려온 준비된 일꾼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청산 문제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과제들을 연구하는 대표적 민간연구단체다. 특히 고양파주지부는 전국적으로 가장 탄탄한 조직력과 활동력을 가진 지부 중 하나로 알려졌다. 백창환 신임 지부장에게 소감과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 지부장 취임을 축하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된 연구단체로서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해명하고,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 사업으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주도하는 등 일제 파시즘 잔재의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 고양파주지부의 규모와 그동안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회원은 2019년 현재 468명이며, 2003년 설립 당시 초대 지부장은 이재준 현 고양시장이다. 지부설립과 아울러 고양과 파주의 진보정치세력과 시민단체들과 함께 힘을 모아 파주 백선엽 친일파 동상건립 반대투쟁의 선두에 섰다. 2015년부터는 시민과 함께하는 민족고파를 지향하며 경기북부 일대의 독립운동의 발생지를 찾아 그날의 함성을 중고생들과 함께 재연하는 일을 펼쳤다. 아울러 행주나루터 선상만세시위의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는 행사를 매년 진행했다.
 

민족고파에서 매 년 재연하고 있는 행주나루 선상시위 모습.


■ 회원들이 민족고파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친다고 들었다.

노동과 인권 등을 위해 행동하는 고양과 파주의 다양한 현장에 민족고파 회원들이 연대의 힘을 보태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4ㆍ16합창단, 산황동 골프장반대 범대위에서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올해 민족고파가 준비 중인 주요 사업은.

뜻깊은 해를 맞아 다양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쳐보려 한다. 소개하자면 ▲독립운동 유가족 모시기 ▲남과 북 학생들이 함께 ‘독립선언서’ 낭독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행진 퍼포먼스 ▲지속적 항일유적지 발굴 및 중고생과 함께하는 항일유적지 탐방 ▲항일운동가와 친일자를 비교하는 전시·강연 개최 등이다. 하나 하나 시민들과 교감하는 행사로 진행하고 싶다.
 

신임 지부장과 함께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뜻 깊게 펼치기로 다짐하는 회원들.


■ 고양지역에서 펼쳐진 항일운동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름 없는 민초들의 자발적 만세운동이 고양땅 전역에서 일어났다. 특히 만세시위를 하다 왜병에 쫒기자 배를 타고 한강 한가운데서 만세를 불렀다는 기록은 고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죽음도 불사하고 외적에 맞선 숭고한 자주독립정신이라 평가할 수 있다. 올해는 행주나루터 선상만세시위 재연행사가 지역을 넘어 보다 많은 이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 임기 중 꼭 추진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민족고파가 16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이어왔다. 이제는 좀 더 젊은 민족고파 운영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임기 만료와 함께 젊은 지부장을 세울 수 있도록 지금부터 노력하려 한다.
또 하나의 숙원사업은 고양·파주지역에 아직도 잔존하는 친일 흔적의 제거다. 고양·파주의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들 중에는 친일행적이 드러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가 교육당국의 방관 속에 버젓이 걸려 있다. 또한 관내 유명 공원에 친일파 박정희의 친필 현판도 존재하고 있다. 차근차근 지혜롭게 접근해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취임 인사를 들려 달라.

16년을 함께 달려온 역대 지부장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3ㆍ1혁명 100주년을 준비하는 해에 신임 지부장의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내부와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서승의 전 지부장과 운영위원, 100주년준비 추진위원단, 그리고 모든 회원들의 마음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전국에서 가장 힘차게 활동하는 고양파주지부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사진 왼쪽부터) 민족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이철민 회원, 백창환 신임 지부장, 서승의 직전 지부장.

 

1월 24일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총회 모습.

 

"젊고 힘찬 민족고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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