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동 공원에서 찍은 무궁화꽃.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우리나라 비무장 지대를 끼고 있는 강원도 고성·인제·양구·화천, 경기도 포천·연천·파주를 따라 고양까지 걸은 적이 있습니다. 포천을 걷다 신장삼거리 광명휴게소 식당에서 암호 같은 글귀를 적어 놓은 액자를 만났습니다. 백두산 천지 사진 위에 두 줄로 적은 글자는 이러했습니다.

“하보길으대사대강화천화무만나우하보님하도고마산백물동/세전이로한람한산려리삼궁세라리사우이느록닳르이두과해”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에 들어오더군요. 독자들과 함께 호수공원 나무 산책을 할 때 나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퀴즈로 내기도 했습니다. 애국가 노랫말을 오른쪽에서부터 써나가면서 위아래 두 줄로 차례로 적어놓은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드러내어 나타내는 다섯 가지 국가 상징이 있습니다. 국기, 국가, 국화, 국새, 국장으로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나라 도장, 나라 문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가 상징 가운데 하나인 애국가는 안익태가 작곡했고, 작사가는 미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안익태가 ‘일본 군국주의와 나치즘에 부역’했다고 해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이해영 교수가 『안익태 케이스』란 책을 통해 밝혀서 언론과 방송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안익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친일 전력으로 이름이 올랐습니다. 이런 사람이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 상징으로 사용하고 행사 때마다 연주하고 제창하는 게 국가와 국민 정기를 흐린다는 것이지요. 참 한심하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애국가 노랫말 속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여기 나오는 무궁화는 아욱과 잎떨어지는 작은키나무입니다. 무궁화는 꽃이 7월부터 9월까지 끝없이 피고 집니다. 그래서 무궁화(無窮花)란 이름이 왔습니다. 나라꽃인 무궁화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말이 많습니다. 한반도에 자생지도 없는 무궁화를 굳이 나라꽃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학명에도 중앙아시아 시리아를 나타내는 ‘syriacus’를 적은 것으로 보아 중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닌 것이지요. 또 무궁화는 진드기가 많이 꼬이는 식물이라 지저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삼는다는 법 조항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호수공원의 무궁화동산. <사진=김윤용>


나라 문장인 국장(國章)은 태극 문양을 무궁화 꽃잎 다섯 장이 감싸고 있습니다. 대통령 표장, 국회의원 배지 등으로 씁니다. 태극기 깃봉은 무궁화 꽃봉오리입니다. 훈장 가운데 무궁화대훈장, 무궁화장도 무궁화를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호수공원에는 무궁화동산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장미정원 입구 옆 녹지에 소나무와 함께 무궁화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지금, 잎이 모두 지고 꽃 필 시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 상징인 애국가와 무궁화를 지면에 불러낸 까닭은 오는 3월 1일이 3·1운동 100주년이며, 4월 11일은 삼일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 때문입니다.

삼일운동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입니다. 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가 상징을 생각합니다.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여전히 대한민국 국가로 부르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백범 김구의 무궁화(효창공원). <사진=김윤용>
이봉창 열사의 무궁화(효창공원). <사진=김윤용>

 

봄을 기다리는 호수공원(2월 6일).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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