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대학 장회익 총장

과학과 철학의 만남, 환경과 과학의 접목을 시도한 과학사상가 장회익 교수. 38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해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대학원 물리학 석사, 루이지애나대학 물리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작년 녹색대학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렵다고 소문난 이론 물리학 강의를 대상에 따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장교수는 일산동 산들마을에 살고 있는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 녹색대학은 어떤 곳입니까?
“녹색대학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학교, 가르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대 문명이 자연을 너무 많이 헤치고 있어 자연을 살리고 우리도 살리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녹색대학은 하고싶은 공부를 계속해왔고 건강하게 자란 사람을 위한 학교로 입학, 중간시험이 없습니다. 다만 글과 말로 자신이 공부한 것을 발표하면 되지요.”

- 어릴 적 꿈을 무엇이었나요.
“특별한 꿈을 없었습니다. 마음대로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다들 지긋지긋한 공부를 어떻게 일생동안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취미를 붙이기 나름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부모가 공부를 하면 아이들도 뭔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따라하게 됩니다. 예전에 우리 아버지는 책을 보다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조금 남겨둡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보게 된다는 거죠.”

- 어린 시절 얘기 좀.
“내가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요. 당시 6·25가 나서 시골집으로 가게 됐는데 할아버지는 공부를 탐탁치 않게 여겨 학교를 못다니게 하고 농사일만 시켰죠. 1년 동안 남들은 학교가는데 나는 지게 지고 산으로 가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올랐죠. 그때 혼자 공부하는 걸 배우고 자신감도 오히려 생겼습니다. 부모님들 영재교육 시킨다고 하는데 1년 동안 학교 보내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머리를 좀 비워둬야지 꽉꽉 채우면 머리가 안 돌아갑니다. 요즘 학교 끝나면 학원 여기저기 다니는데 그렇게 하면 당장은 성적이 좀 올라가겠지만 자기 능력개발은 안됩니다.”

- 물리학강의를 쉽게 하시는 비결이라면.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에게 어떻게 그 어려운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냈냐고 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남들은 다 쉽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를 계속 고민했다고 합니다. 저도 잘 모르는 걸 계속 공부해서 왜 이해가 안가는 지를 생각해 설명해줍니다. 공부를 할 때 선생님한테 많이 배우려들지 말고 자기 혼자 터득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알고 쉽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 물리학자가 된 이유가 있다면.
“자연계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을 알아내는 학문이 물리학입니다. 세상에 있는 건 다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처음의 시작은 물리학에서 해야합니다. 저는 현재 물리학자라기보다는 인문학자에 가깝지요.”

- 서울대에 대한 비판적 주장을 하기도 하셨는데.
“서울대 학부생을 뽑지 말라는 얘기를 했지요. 사람들이 서울대를 가기 위해 너무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 서울대는 강의만 하고 어느 대학을 가도 서울대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사실 서울대라고 더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 조언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유명한 과학자 다이슨은 항상 일류만 쫓아다녔죠. 카빈디시 연구소에 친구 크릭과 함께 있었는데 당시 크릭은 물리학에서 쳐주지도 않는 연구를 하고 있었죠. 그래서 다이슨은 크릭을 우습게 여겼고 연구소도 다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결국 크릭은 DNA를 발견하고 노벨상을 받았지만 다이슨은 일류로 인정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약간 손해보는 듯한 삶을 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다가는 길 따라가고 요만큼도 손해보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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