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풍경』 출간한 권정우 교수

충북과 일산 8년째 오가며
인문학 모임 귀쫑 문학반 강의
"문학은 철학 역사 인생 수업"

 

지난 2일 산문집 '세상에 없는 풍경' 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 중인 권정우 충북대 교수


[고양신문] 평론가이자 『허공에 지은 집』이라는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한 충북대 권정우 교수가 산문집 『세상에 없는 풍경』을 냈다. 지난 2일 일산의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권 교수의 출간 기념식이 열렸다. 그는 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귀가쫑긋 문학공부반에서 8년째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시인이 읽어주는 도덕경 수업’도 하고 있다. 이날은 문학반에서 그의 수업을 듣고 있는 회원들과 큰 누나 등 지인들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큰 누나는 그의 산문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어서 반가움을 더했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고흐의 마지막 작품인 ‘까마귀가 날고 있는 밀밭’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권 교수는 “너무도 익숙해서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고흐가 알아차리고 세상에 없는 풍경을 그렸다”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책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남들에게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 세상에 없는 풍경을 글로 그려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학반 회원들은 그의 글이 “일상을 주옥같이 아름다운 글로 써서 쉽게 읽히면서도 잔잔한 울림이 있다”며 “소통이 부재한 현대인들에게 타인과의 소통과 배려, 사랑의 가치를 전한다”면서 “진실한 웃음과 눈물, 감동이 있는 책”이라고 반가워했다.

인사말에서 권 교수는 “이 책은 골방에서 혼자 쓴 글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열심히 쓴 글이고, 그 글들을 묶은 것”이라면서 “이 책의 제3의 주인공은 제 문학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책을 출판한 파라북스의 전지영 편집자는 “교수님의 글들을 만나면서 산문이 뭔지에 대해 감을 잡기 시작했다”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 산문집에 제시된 책을 읽고, 주제에 따라 산문을 꾸준히 써보라”고 권했다. 책 출간을 축하하면서 권 교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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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글쓰기로 가는 느린 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어떤 의미인가.

요즘 글쓰기 책을 보면, 짧은 시간에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당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글을 오래 써봐야 한다. 책만 제대로 읽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을 읽는 능력이 올라가면 글 쓰는 수준이 올라가고 글 쓰는 수준이 올라가면 책을 읽는 안목이 높아지는 식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왜 산문쓰기가 중요한가.

근대 사회는 소설의 시대다. 소설은 주인공이 있는데 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고전소설에서는 영웅이 주인공이다. 근대소설에서도 영웅이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달라졌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주인공일 때 그가 영웅인 것이고, 지식인이 주인공이라면 지식인이 영웅인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이 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영웅이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산문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제일 소중한 사람은 나이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내 이야기다. 보통 70대나 80대가 되면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글로 쓰겠다고 글쓰기 교실을 찾는데 훌륭한 생각이다. 그런데 좀 더 미리 했어야지, 왜 그리 늦은 나이에 올까? 안타깝다. 10대에 겪은 이야기를 20대에 쓰고, 20대에 겪은 이야기를 30대에 쓰면 쉽게 쓸 수 있다. 혹은 내 현재 이야기를 쓰면 세세하게 써 놓을 수 있다. 산문으로 한 편씩 써 놓으면 내 자서전을 미리 써 놓는 것과 같다. 얼마나 좋은 방식인가.

재미있는 것은 10대에 대한 내 기억이, 10대 때 쓸 때와 20대 때 쓸 때 다 다르다는 것이다. 20대에 썼던 10대 이야기는 그때밖에 못 쓴다. 그게 산문의 매력이다. 근대 사회에서는 사회가 중요했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중요했지만, 탈근대 사회에서는 내가 중요하다. 탈근대 사회에는 소설보다 산문이 주된 장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문학교육의 문제점은.

문학 시간에 이론만 가르치거나 문학을 흉내 내는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삶의 문제를 생각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 이론을 공부하고 문학적인 기술이나 스킬을 익히는 것은 내 삶과 큰 연관이 없다. 문학과 철학, 역사 수업이 인생 수업이어야 한다. 문학은 인문학이 핵심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내가 누구인지, 주변 사람들은 어떤지를 직접 써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나? 자기를 돌아보는 글쓰기가 가장 필요한 글쓰기이고 그게 문학의 기본이다. 자기를 안 다음에 남을 아는 것, 나를 알기 위해서 남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기의 글을 쓰는 게 아주 중요하다.
 

권정우 교수 신간 출간을 축하하는 지인들

 

권정우 교수의 신간 산문집 '세상에 없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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