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와 콩

“콩을 삶아서 국 끓이려/ 콩을 걸러 즙을 네네,/ 콩깍지가 솥 밑을 태우니/ 콩이 솥 속에서 우는 구나!/ 본디 한 뿌리에서 나왔건만/ 서로의 마음 졸임이 어찌 이리 급박한가?(煮豆持作羹 漉菽以爲汁 萁在釜下燃 豆在釜中泣 本自同根生 相煎何太急)『世說新語』<文學第四>”위의 시는 조식(曹植)의 칠보시(七步詩)이다. 조비(曹丕)가 동생인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하자, 조식이 위의 시를 지어 위급에서 벗어났다고 전해지는 시이다. 위의 시에서 콩깍지가 불을 지펴 콩을 삶는다는 것은, 곧 이해득실에 따라 어제의 형제가 오늘은 적이 된 상황을 읊은 것이다.

이 시처럼 형제의 대립과 싸움은 옛이야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사회도처에서 콩깍지와 콩의 싸움이 급박하다. 콩깍지는 불을 피우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콩은 삶기기 싫다고 한다. 서로가 스스로 합리화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콩깍지와 콩이 싸워서 누가 이기든, 결국 자기 집안을 해치는 짓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회산서당훈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