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한 지, 13년. 아파트는 나의 삶에서 점점 멀어졌다. 원룸 혹은 작은 빌라에서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11년이다. 가족과 함께 살 때와 혼자 살아가는 삶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 중 한 가지가 집에 들어갈 때의 마음과 태도의 변화다. 집에 들어가기 직전, 왠지 더 신날 것만 같은 순간, 또 무엇을 하며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설레야 하는 순간, 나는 그렇지 않았다.

빌라 입구를 들어가기 전에 나는 주위를 살핀다. 주변에 낯선 사람이 있는지를 살핀 후 입구에 들어선다. 그리고 매우 조용하게 복도계단을 올라온다. 집의 번호키를 누르고 황급히 들어와 다시 문이 잠겼다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린다. 문이 온전히 잠기고 나서야 집에 돌아왔다는 편안함을 느낀다.

나의 행동과 태도는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 조심하자는 차원은 아니었다. 누군가 나의 집에 머무르기로 하고 일행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알았다. 평소처럼 신나게 대화를 나누면서 돌아오는 길, 복도 계단을 올라갈 때 대화를 멈추는 나를 깨달았다. 집을 오갈 때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집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를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부터 나의 집에 들어가는 길이 평안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집에 내가 산다는 것을 주변 이웃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분명 가족과 함께 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되짚어보면 혼자 사는(1인 가구) 여성이라는 현실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고부터였던 듯하다. 일상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범죄들이 보도되면서 방어적으로 ‘조심’해야겠다는 감각이 몸에 배었다. 더군다나 집에 가기 위해 복도계단을 오르면서까지 조심하는 나의 태도는 이웃도 믿지 못하는 무의식의 발현인 듯했다.

이것을 깨닫고 문득 슬퍼졌다. 동네에서 주민들과 뭔가 일을 벌이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도 해나가려고 하면서도 1인 가구 여성으로서는 모든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순간에 가장 긴장하고 있다는 모순 때문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범죄, 그리고 이를 선정적으로 다루는 언론,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 등이 나의 탓은 아니다. 이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동네살이를 지향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궁금해 하기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어쩐지 슬픈 일이었다.

이웃과 함께 하고프면서도 이웃을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의 격차, 이것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7년간 살아온 나의 동네를 사랑한다. 그리고 어느 시간이든 누구와 함께든 원하는 거리를 걸으며, 누군가 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겁먹지 않아도 될 동네를 원한다. 

신지혜 노동당 당대표

이런 마음들이 모여 여성들은 ‘달빛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안전한 동네에서 내 이웃들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를 위해선 누군가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예민함’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불안함과 두려움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를 갖게 만드는 이유들을 함께 포착하고,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뿌리가 탄탄한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보호’하는 여성안심귀가동행서비스를 넘어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나의 삶 곳곳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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