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공감공간> 백마마을 지산문고 & 후곡마을 후곡문고

[고양신문] 지역 서점들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에서 문화를 나누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후곡마을과 백마마을 학원가에 각각 자리 잡고 있는 후곡문고와 지산문고를 다녀왔다. 둘 다 오랜 친구처럼 20년 정도 주민들과 함께 해 온 곳이다. 두 곳 모두 독서모임과 인문학 강좌, 음악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작가 강연과 음악회... 책이 있는 문화사랑방

- 후곡마을 후곡문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커피향이 나는 후곡문고


지난 19일 저녁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후곡문고 (대표 김남인)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나 시인은 불안정한 성장기를 거쳤고, 실연의 아픔 때문에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강연을 시작했고 독자들은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날 초청 강연회는 김남인 대표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직접 준비했다. 2002년 후곡마을 학원가에 서점을 낸 그는 두산그룹의 출판사 출신이다. IMF를 맞아 퇴직한 후 다른 일을 거쳐 서점을 오픈했다. 몇 년 후부터 그는 ‘서점은 근본적으로 뭐하는 곳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서점의 본질과 정체성을 살려내는 길만이 앞으로 살아날 길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몰두한 김 대표는 ‘서점은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곳’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와 함께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음악적인 지식을 나눠야 겠다’라는 생각으로 시낭송 음악회를 최초로 열었다. 이후 새로운 것,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찾게 됐다. 홍대 근처에 생기기 시작한 독립서점들을 둘러보고, 그들의 장점을 일반서점에 접목시키려는 노력들을 계속했다.
 

19일 후곡문고에서 강연중인 나태주 시인

현재 고양시에는 30여 개의 서점이 있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고양시 서점연합회가 재설립됐고 그는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회원사 대표들에게 “서점다운 서점을 만들어 나가자. 앞으로 목표와 이상을 좀 다른 곳, 한 차원 높은 곳에 가치를 두고 일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작은 동네서점에서 어떻게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느냐며 주저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들에게 작은 규모에 맞게 진행하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 나태주 시인 초청 강연회도 서가 한쪽을 막아 테이블을 옮기고 의자를 놓아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옛날처럼 참고서 팔아서 서점을 근근이 유지하고자 한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이제까지의 타성에서 벗어나서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동네서점의 공공도서관 납품처럼 정책이 뒷받침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되고, 이런 도움이 없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게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후곡문고에서는 1년에 두 번, 2월에 신춘음악회를, 수능이 끝나는 11월 말에는 송년음악회를 연다. 반응이 아주 좋다. 현재,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3시 30분부터 ‘그림책 읽어주기’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를 초대해 진행하다 보니 참여도도 높고, 가장 보람있는 행사다.
 

지난 19일, 나태주 시인 초청강연회에서 인사말 중인 후곡문고 김남인 대표
곳곳에 녹색 식물이 있는 후곡문고

 
서점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 덕분인지 김 대표는 지난해 ‘올해의 서점인상’을 받았고, 문체부 도종환 장관으로부터 ‘미디어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과 종이와 잘 어우러지는 커피향, 싱그러운 녹색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후곡문고 김남인 대표의 꿈은 ‘그림책 읽어주는 책방 할아버지’이다. 생각만으로도 푸근하고 반갑다. 그는 젊고 순수한 학생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을 행운처럼 여기고 있었다.
 

주소 : 일산서구 일산로 577
문의 : 031-92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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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책방으로 리모델링... 인문학강좌 운영, 무료개방

- 백마마을 지산문고
 

널찍하고 깔끔한 지산문고


백마학원가에 자리잡은 지산문고 (대표 김정숙)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작년 말에 매장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 지하에 위치했지만 입구부터 밝고 깨끗한 분위기에 매장도 훨씬 더 넓어 보인다. 그동안의 책 진열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보였던 학습지를 단행본으로 바꿨다. 서점 내에서 60프로 정도를 차지했던 학습지 비중도 단행본 위주로 업그레이드했다.

2000년 오픈할 당시, 책을 좋아했던 김정숙 대표는 즐겁고 신나게 서점을 열었다. 남편 박성수씨도 출판사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 막상 해 보니 고객들과의 소통이 힘들어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좋아졌다. 김 대표 스스로 독서모임, 리더교육, 자기계발 교육에 꾸준히 참석한 덕분인 듯 싶다. 이런 모임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자기계발서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 주민들과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참여자들을 모집 중이다.
 

지산문고 신간 코너

가장 주목할 공간은 새로 마련한 강의실 ‘드림룸’이다. 지난 12일에는 이곳에서 김경윤 작가의 인문학 강의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26일에 두 번째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도 고정적으로 인문학 강의나 문화특강, 모임 등을 진행해 이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곳의 서가에는 지산문고만의 추천도서를 비치할 계획이다. 올 1년 동안은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독서, 문화, 예술 모임과 독서토론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려고 한다.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매장 오른쪽에 별도의 공간을 꾸몄다. 매장 곳곳에 의자가 있어 편안하게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카운터 옆쪽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커피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3년 전 백석역에 대형서점이 생겨 조금 영향은 있지만, 김 대표는 단골들이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이런 공간, 서점이 있어서 고맙다”고 말할 때 감사하다.

그동안 군부대와 오지 섬에 책 기부도 했고, 좋은 일을 하려고 신경쓰고 있다. 서점 바로 옆에 위치한 성당과 교회에 다니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적립 쿠폰을 따로 만들어 혜택을 주는 등 지역민들과 상생을 꾀하고 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이곳만의 차별화된 자랑거리를 물었다. “학생들이 원하는 책은 완벽하게 갖췄어요.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단행본이나 절판된 책도 필요로 하시면 어떻게든 구해드려요.” 당장 없는 책도 주문을 하면 바로 그 다음날 받을 수 있다. 신간도 총판에서 배달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가져오는 등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하루라도 빨리 구해드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극히 일부 품목에 예외는 있지만, 다른곳과 달리 10% 할인에 5%를 적립해 준다.
 

주소 : 일산동구 일산로 238 대일빌딩
문의 : 031-903-0462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구비된 지산문고

 

지산문고 김정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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