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전 국방장관 초청> 제74회 고양포럼

송영무 전 국방장관

서해NLL 완충구역, 북이 더 넓어
DMZ내 철수 GP도 북 100개 많아
한강하구 민간선박 공동이용 기대


[고양신문]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해군참모총장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이 18일 고양시를 찾았다. 2017년 7월 장관 취임 후 지난해 9월 퇴임까지 남북 간 주요 군사협의를 지휘했으며 국방개혁에 전력을 기울였던 송 전 장관. 그는 이번 강연에서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안보 불안은 기우임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남북군사합의를 마치 ‘나라를 팔아먹은 것’처럼 보도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남북군사합의 주요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송 전 장관이 밝힌 주요내용을 정리한다.

군비축소 논의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주요 내용은 크게 5가지로 ▲상호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NLL일대 평화수역화 ▲남북교류협력 군사적 보장 ▲군사적 신뢰구축이다. 세부 협의내용 중에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JSA 비무장화, 남북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그것이다.

남북군사합의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의 협상 원칙을 세웠다. 일회성 협상이 아닌 점진적·단계적 협상을 통해 향후 군비축소까지의 논의도 이어가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일방적 협상이 아닌 상대적·상호적 협상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사합의 중 국내에서 가장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서해NLL 완충구역이다. 일부 언론에서 남측이 손해 보는 협상을 했다고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백령도 위쪽으로 북한은 50㎞를 완충지역으로 했고, 남한은 연평도 인근 위도에서 남쪽으로 32㎞를 완충지역으로 했다. 즉 북한은 NLL 최북단기준에서 50㎞ 뒤로 물러났으며, 남한은 NLL 최남단기준에서 32㎞ 물러났기 때문에 분명 북측 지역에 완충구역을 더 넓게 잡은 것이다. 하지만 보수 신문에서는 남측의 완충구역을 NLL 최북단에서부터 계산해 85㎞나 뒤로 물러난 것처럼 보도했다. 굉장히 악의적인 보도다.

18일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

 
휴전선 완충지역 남측에 유리

공중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휴전선 부근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했는데, 남과 북이 모두 동일한 거리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남측에게 유리한 면이 많다. 우리는 미국이 보유한 인공위성으로 북한의 동향을 충분히 살필 수 있다. 지상 10㎝ 크기까지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은 비행금지구역 설치로 우리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GP는 11개를 우선적으로 철수시켰는데, DMZ 내에 있는 남북한의 모든 GP를 올해 안에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DMZ 내 GP 수는 남한이 60여 개, 북한이 160여 개로 북한이 100개나 많다. GP가 없어지더라도 남한은 GOP에서 첨단 감시망을 활용해 경계작전을 수행할 수 있지만 북측은 우리와 같은 감시체계를 구축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북군사합의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강하구 남북공동 이용, 큰 기대

당초 정전협정은 한강하구(강화·김포·파주)에서 남북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했다. 중립수역으로 설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남북이 비군사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 참여정부 때는 한강하구에서 모래(골재)를 엄청나게 채취했을 정도로 활용이 활발했다. 지금은 그게 막히니깐 바다 모래를 채취하면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하구 민간선박 공동이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골재채취·관광·휴양·생태보전 등 다각도의 사업이 가능하다. 고양, 파주, 김포 사람들이 자유롭게 한강에 가서 낚시도 하고, 요트같은 것도 탈 수 있었으면 한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

 
‘인격’ 있는 민주군대 지향해야

이번 정부의 국방개혁은 과거의 국방개혁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격이 있는 민주군대’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병영문화에도 ‘인격’이란 것이 살아있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군사문화를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한국 군대를 생각해보자. 병사를 탄알받이로 쓴 일본군대는 인격이 없는 군대였지만, 우리 군은 그런 문화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 핸드폰을 사용하고, 평일에 외출을 허용한다고 해서 우리 군의 기강이 해이해지거나 전투력이 약화된다는 인식은 우리 젊은이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제초작업을 하고 보도블록을 까는 것은 전투병이 할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병영문화는 낙후돼 있다. 과거의 군사문화를 버리고 병사 개개인을 인격체로 대우하고 건강하게 전역시키는 것이 국방개혁의 기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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