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좋은 이웃 4년차 공동체 사단법인 ‘사람나무’

지난해 9월 화정역 광장에서 열린 제2회 고양커피축제에 참여한 사람나무 회원들

농업인·소상공인 등 구성원 다양
행정지원 없이 자발적 주민축제도
분야 아우르기 위해 가볍게 출발 
아이디어 많고 자생적 힘도 생겨


사람공동체, 마을공동체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공동체를 꿈꾼다. 올해로 창립 4년째를 맞이한 ‘사단법인 사람나무’가 표방하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농업인, 소상공인, 교육활동가, 수공예가 등 겉으로 보기에는 도무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없는 이들이 모였지만 결속력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끈끈한 이곳 사람나무. 그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 행사, 커피축제 등 행정의 지원 없이 자발적인 주민축제를 조직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나무 공동체. 이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고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19일 사람나무 임윤경 대표와 조원실 사무총장, 나도은 사람과사람 협동조합 대표, 양승연 노루뫼 딸기농장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분야 사람들 수다모임으로 시작

사람나무는 2015년 7월 고양시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를 위해 농민, 소상공인, 수공예가, 교육활동가, 종교인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했다. 창립 초기부터 사람나무가 내세운 지향점은 ‘서로 품고, 서로 돕고, 함께 세우는 지속가능한 마을생태 공동체’였다. 조원실 사람나무 사무총장은 “출발 당시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아우르기 위해 일부러 목적을 정해두기 보다는 일단 수다 떨고 생각을 공유하는 가벼운 모임으로 출발했다”며 “처음에는 좀 막연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인들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복지·교육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면면이 다양한 만큼 참여이유도 제각각이었다. 구산동에서 ‘노루뫼 딸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승연 대표는 “당시 사회적기업 기초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멤버들끼리 한번 뭉쳐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함께하게 됐다”며 “일단 모이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고 그래서 뭘로 모일까 하다가 마침 다들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먹는 모임으로 시작하게 됐던 것이 공동체까지 발전했다”고 이야기했다. 임윤경 사람나무 대표는 “다들 아이디어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인데 행정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마이너들이다보니 그동안 어딘가에 참여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며 “모임을 지속하다 보니 우리끼리 자생적인 힘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나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처음 진행한 활동은 풍동에 위치한 라벤하임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진행한 프리마켓 행사였다. 이 활동을 통해 회원 간 단합도모와 다양한 상품판매를 진행했고 행사를 통해 모은 금액은 연탄나눔과 ‘채소먹는 어린이’ 캠페인 등을 위한 성금으로 전달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끼리 즐겁기 위해 시작했지만 더 많은 일들을 하려고 보니 뭉칠 수 있는 구심점 같은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간담회도 열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어가며 알아본 끝에 이들이 내린 결론은 비영리 사단법인의 설립이었다. 그렇게 자본금 300만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사단법인 사람나무. 2016년 8월 28일 주엽동의 한 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정월대보름, 커피축제 등 자생적 행사기획

단체 설립 후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은 정월대보름 행사였다. 창립 이듬해인 2017년 정월달에 구산동 노루뫼마을에서 주민들과 지인들을 초대해 다양한 민속놀이와 먹거리장터를 여는 정월대보름행사를 진행했다. 조원실 사무총장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고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콘텐츠를 도입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3년째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제는 동네주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진정한 마을축제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16일 일산서구 구산동 노루뫼마을에서 열린 사람나무 정월대보름 놀이 모습

사람나무가 진행하는 메인 콘텐츠는 바로 커피축제다. 커피수요는 많은데 왜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커피에는 관심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주요 모티브가 됐다. 지난해 9월 화정역 광장에서 진행된 고양커피축제에는 고양시 최초 생두생산농장인 뜨렌비팜 정현석 대표 등 커피를 재배하는 고양시 농민들이 축제부스에서 직접 생산한 커피를 로스팅해 시음회를 진행했으며 커피부산물을 활용한 예술작품 전시회, 커피모종판매 등 다양한 커피문화행사도 함께 마련됐다. 올해 커피축제는 꽃박람회 행사와 함께 치를 계획이다.

‘사람관계중시’해 결속력 단단
자원분배보다 공익추구 ‘공감’
실제 경제수익도 목표로 할 것


“사실 우리가 했던 행사들은 모두 우리끼리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커피축제도 공동체 내에 커피농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축제와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왔죠. 중요한 것은 기존 행사처럼 시에서 지원금 받아서 사람을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생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그래야만 축제가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람나무에 참여하고 있는 나도은 사람과사람 협동조합 대표의 설명이다. 나 대표의 말처럼 사람나무는 어떤 행사를 추진하기에 앞서 공동체 내에서 기본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맞춰 일을 추진해왔다. 때문에 지원금 사업에 굳이 목메지 않는다.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사람간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원칙 덕분에 사람나무는 지금도 회원 간의 우정과 연대라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 

작년 발간된 사람나무 소식지

임윤경 대표는 “매번 회원들 소유의 농장을 돌면서 일종의 포트락파티 같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좋은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회의를 하다 보니 힐링도 되고 구성원 간의 친목도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고 사람나무만의 결속력의 비결에 대해 귀띔했다.

농민과 소비자 연결하는 O2O플랫폼 구상

“사실 여기 모인 면면이 하나같이 만만한 분들이 아니에요. 다들 고집도 세고 자기주장도 강한 사람들이죠.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는 일단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해요. 또 말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너무 빼앗지 않도록 선을 지키려고 하죠. 3년간의 시간 동안 이러한 묘한 합의점이 이뤄지면서 자생적으로 내부규칙이 만들어지고 구성원 간에 이를 훈련하는 과정이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집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나무 구성원들은 3년간의 부딪힘 속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직접 경험을 통해 체득해왔다. 이러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이제 사람나무는 더 큰 목표를 구상하고 있다. 바로 사람공동체를 넘어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이다.

사람나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중인 나도은 사람과 사람 협동조합 대표, 임윤경 대표, 조원실 사무총장, 양승연 노루뫼 딸기농장 대표..(사진 왼쪽부터)

나도은 대표는 “기존의 공동체 사업은 외부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져와서 분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항상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하고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했다”며 “사람나무는 구성원 개개인이 공익을 추구하는 경영체이기 때문에 서로의 먹고사는 문제를 신경 쓰기 보다는 같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고 실천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사람나무 경제공동체의 최종 목표는 고양시 내에서 농산물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O2O플랫폼(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직접 연결되는 공간적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취향의 음식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고 생산자들은 다품종 소량재배를 통해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한편 소득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임윤경 대표는 “이러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면 지역 내에서 경제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 모두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일종의 시민경제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람나무에서는 지난해 경기도 따복공동체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공동체 통해 사회적 자본 창출

사람나무가 그동안 진행해왔던 프리마켓과 커피축제 또한 궁극적으로 이러한 플랫폼의 장을 마련하는 시도 중 하나다. 임 대표는 “우리가 여는 커피축제는 외국원두를 가져와서 판매하고 시음하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재배한 커피를 체험하고 부산물을 통해 염색약도 만들고 커피체리차 같은 제품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커피축제를 기점으로 사람나무는 이제 콘텐츠 개발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수익을 목표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도은 대표는 “우리사회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나무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 사회적 자본을 큰 자산으로 창출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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