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北漢山』 써낸 김석환 북한산 작가

전국의 산 중에서 1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은 고양시와 서울특별시, 그리고 의정부시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붓펜으로 북한산 이모저모를 그리는 건축가이자 대학교수, 화가인 김석환씨가 책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北漢山』을 냈다. 

올해 1월 1일 발행된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北漢山』은 북한산의 전경과 원경과 주능선, 봉우리, 계곡 그리고 내경과 성문 및 성곽, 주변의 산까지 아울러 작품으로 담아낸 책이다. 

김석환 작가는 “저에게는 북한산이 최고의 산”이라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등 큰 바위로만 이뤄진 정상부 봉우리들, 그 정상부로부터 굳세고 장엄한 능선들의 기세가 여러 갈래로 뻗쳐나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전국의 산 가운데 북한산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해에 그린 ‘지축역에서 본 북한산 전경’은 폭 5.4m에 달하는 작품으로 옛날 흑백사진을 마주하는 듯하면서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입체감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는다.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가는 붓펜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북한산 전경과 그보다 더 넓은 흰 여백. 그가 남겨둔 여백이 북한산을 더욱 북한산답게 만드는 듯하다.   

김석환 작가가 북한산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낙동정맥 단독 종주 이후부터였다.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북한산을 올랐고, 산행하면서 마주치는 풍광을 그려왔다. 처음 산행에서는 우연히 대하는 장면을 그렸지만 차츰 목차를 정해 북한산의 전모를 그림으로 그리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평소 답사나 여행을 할 때마다 붓펜과 스케치북을 가지고 어디서나 늘 그려왔지만 북한산의 전체적인 인상을 모두 화폭에 담겠다는 목적을 갖고부터 특별한 일이 됐다”고 한다.

그는 모든 그림을 현장에서 그렸다. 산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시간, 그림을 그려내는 시간, 그림을 그리는 동안의 날씨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그는 담아내고 싶은 장면을 바로 그 현장에서 그려낸다. 자신의 그림에서 실제 자연의 풍광을 대하며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호흡과 생동감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산에 올라 느끼는 수려함과 장엄한 산세, 주변의 봉우리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증폭되는 웅대함, 북한산 전체 능선의 장대한 펼쳐짐, 그리고 화강암의 골기가 드러나는 커다란 바위 봉우리들의 기세 등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 북한산의 큰 기세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의 그림을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실사와 사실정신으로 구현한 북한산 예찬’이라고 평한다. 금강산에 겸재 정선이 있다면 북한산에는 건축가 김석환 작가가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건축가이자 교수인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91년,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였다고 한다. 1980년대 초반,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보고 건축가의 길을 확신하게 된 그는 건축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주말 여가를 이용해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시절부터 조형감각, 직관력, 비례감각이 탁월하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그림을 남에게 배운 적이 없고, 남에게 배워야 된다는 의식도 없었다. 그림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다니엘 호돈의 책 『큰바위 얼굴』을 좋아한다는 김석환 작가. 그는 “인생은 꽃길만 걷는 행복으로 던져지는 것이 아니다. 풍파 속에 살아가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견뎌내며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될 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산의 웅대한 화강암 봉우리를 볼 때마다 그는 ‘큰 바위 얼굴’을 생각할 것 같다. 한 갑자를 넘어서고 있는 이때에도 고결한 인품으로 자신을 가꾸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모습이 마치 ‘큰바위 얼굴’의 어니스트를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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