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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순간이 모여 역사가 되듯고광석 <높빛시론>
  • 고광석 대명한의원장
  • 승인 2019.03.04 14:30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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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석 대명한의원장

[고양신문] 오랜 시간 방황하던 조카가 드디어 자기 길을 찾아 만학의 꿈을 안고 학교로 떠났다. 넉 달여 함께 부대끼던 할머니가 가장 서운하실 듯하나 내색은 안 하신다. 지금쯤 빈 방을 보며 홀로 울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싸우며 든 정이 얼마나 깊을지, 말로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분명 많이 서운하실 터이다. 그래도 그런 내색 하나도 안 하시는 걸 보며 오랜 시간 의지할 사람 없이 홀로 세상과 맞서 온 사람의 강인함을 느꼈다.

오늘은 또 멀리 베트남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만남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 집에선 가슴 아픈 이별이, 다른 곳에선 역사를 바꿀 대단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에서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것은 마치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인 줄 알았던 내게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마치 기차로 새 역사를 써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디 그것이 새롭고 위대한 역사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제 요즘 가장 핫한 한국의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의 기사를 봤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자기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는 얘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슬퍼하는지 보았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미치는 영향(대체로 악영향)은 실로 크다. 기득권 세계로의 진입은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된다. 내 주변에서 실제로 목도한 바가 있기 때문에 그이의 발언에 수긍이 갔다. 기득권자들은 자기의 기득권을 위해 공공연히 친일 발언을 하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평화를 원하고 외쳐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당당하게 반대를 외치는 그들의 뻔뻔함이 놀랍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지식인)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 동물인지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세상을 잘 알지 못한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 무슨 대단히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지도 못한 채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인 줄로 알고 살다가 난관에 봉착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만 꿈이 대단치 않았으니 그 실패나 시련도 작았을 뿐이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금 잘 나간다고 끝까지 잘 나간다는 보장을 못한다. 지금 시련이 지옥처럼 느껴져도 언제고 끝나고 그 시련이 좋은 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현실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맞서 싸울 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을 피하지 말고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그나마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가장 잘 풀어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대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고 쓰러진 많은 사람들 덕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에 늘 감사한다.

하루하루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해결해가다보면 많은 걸 이루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사다. 자기 생긴 모양대로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이런 노력들이 쌓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에서는 ‘高下不相募하니 其民을 故로 曰朴이니라’ 하였다. ‘높고 낮은 것이 서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순박하다’는 뜻이다. 폐가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해서 특별히 고귀하지 않고 대장이 더러운 변을 담고 있다고 해서 더럽다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각 장부들이 자기 위치에서 제 일에 충실한 것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유이듯 세상 또한 그렇다.

능력 있는 사람은 큰일을, 우리 같은 소시민은 작은 일을 충실히 해내면 된다. 그러므로 이기적인 인간들의 억지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이 순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광석 대명한의원장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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