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는 “이미 모든 결론은 나와 있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지하화, 반지하화 모두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오히려 초기투자비가 더 소요되지만, 지상권 활용과 일산역 착발기능 유치 등 반지하화보다 지하화가 더 유리하다.”고도 한다. 전자는 시장이 시의회에 구성된 경의선특별위원회에서 행한 답변의 요지이고, 후자는 9월 4일 경기개발연구원이 고양시로부터 수탁한 “경의선 복선전철화 사업 고양시구간 통과방안 개선대책 수립”이라는 최종 보고서가 내린 검토결과의 요지이다.

필자는 이런 결론이 나오기 전에 ‘지하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가로질러 수십 킬로미터의 대형 다리를 놓고, 유럽 대륙과 영국간에 해저터널을 뚫어 자동차와 열차가 달리는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고양시라는 맨땅에 지하철 하나 건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에 참으로 귀가 막혔을 따름이다. 마침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의 전문가들이 뻔한 논쟁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주어 뒤늦게나마 막힌 귀가 뚫어져 참으로 시원하다.

도시파괴를 막으려면 지하화 해야
경의선은 장차 남북이 연결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연결되는 '철의 실크로드'가 될 것이다. 부산과 일본간의 해저터널이 연결되면 엄청난 물동량이 오고갈 것이다. 대륙을 달리는 화물열차는 50량 100량을 달고 달릴 것이다. 여객전용 열차는 여기에 비하면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2분30초마다 일산 도심을 관통한다고 상상해보라. 10미터의 콘크리트 방음벽이 양쪽에 교도소 담처럼 들어선다고 상상해보라. 소리는 위로 올라간다고 볼 때 방음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바로 이점 때문에 경의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와 북아현동 구간을 콘크리트로 완전히 복개하고 지상에 녹지축과 산책로를 건설하는 사업에 착수하지 않았는가.

지상화가 되었을 때 일산 신도시는 두 조각으로 파괴되어 최악의 환경이 조성된다. 첫째, 소음과 안전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경의선을 중심으로 일산을 남북으로 단절시켜 심각한 교통대란을 유발할 것이다. 둘째, 수억년 동안 지속된 고봉산 - 풍동 - 정발산 - 호수공원 -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명줄인 생태축이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에 의해 완전히 단절된다. 고봉산과 풍동 야산의 엄청난 파괴를 불러오는 주택공사의 일산2지구택지개발사업 착공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어 일산은 정말 최악의 환경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도시미관과 경관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다. 넷째, 경의선을 따라 조성된 폭 30·40미터 길이 6킬로미터의 산책로와 자전거길은 포함한 경관녹지대는 소음과 시정장애로 그 효용가치를 상당부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영원히 향유해야할 공유자산의 생명줄을 끊어놓는 야만행위를 수수방관한다면 우리는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하화가 반지하화보다 편익 훨씬 커
이번 경기개발연구원의 최종결론에 따르면, 7.9km(곡사~탄현역 구간)를 반지하화한데 따른 추가공사비는 3,527억원, 반지하화(고산~백마역 구간 3.2km) 및 지하화(백마~탄현역 구간 6.39km)에 따른 추가공사비는 4,824억원이다. 반지하화 할 경우 유수지 조성을 위한 부지매입비에 따른 추가비용이 뒤따르고 지상권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지하화할 경우 앞서 말한 엄청난 문제점이 해소되거나 이익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엄청난 지상권이 확보되어 녹지대와 산책로 체육시설로 활용할 수 있고, 새로 조성될 녹지는 현재 조성된 인접 녹지와 맞물려 효용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시민들이 영원히 누릴 수 있는 교통과 생태환경적 편익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며, 지상권 땅값(평당 300만원)만 어림잡아 계산해도 약 2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4천824억원은 버리는 돈이 아니라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정당한 투자이다. 이제 결론은 지하화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그런데 주민들이 선출한 시민의 공복이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한 이 말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또 어떤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반대로 1천600억원의 금년 공사 사업비가 날라간다’면서 공기지연을 염려한다. 과연 그럴까? 안되는 것도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 공복의 의무이자 시민의 명령이다. 또 건교부나 철도청을 대변하는 관변학자의 말이나 듣고 기술적으로 안된다는 근거도 없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과연 시민들 때문에 예산이 날아가고 공기가 지연되는 것인가? 불용 예산은 국고로 귀속되고 다음 년도에 추가로 반영하면 된다. 어디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경의선 복선전철사업은 2008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 민족의 대동맥을 잇는 초대형국책사업이다. 주민들의 반대나 일개 선량의 말 한마디로 공기가 줄고 연장될 사안이 아니다. 정작 김대중 정부가 2006년까지 완공하기로 한 것을 최근에 다시 2008년으로 연장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화물열차를 서울역과 서대문 신촌역 등을 거치지 않고 우회시키기 위한 계획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단코 일산의 지하화와 관련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하화에 대한 결정이 나서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2008년 이전이라도 완공할 수 있다고 본다. 주민들의 지하화 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시민들을 분열시킬 수 있는 발언을 삼가하기 바란다.

충정로, 북아현동 구간도 복개화 진행중
서대문 북아현동과 충정로 구간의 복개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차 화물열차가 이곳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고양시를 관통하는 화물전용 경의선을 용산에서 바로 한강변 자유로를 따라 문산방향으로 이설하고, 복선전철사업은 여객전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의선이 대륙으로 연결되고 수십칸을 달고 달리는 화물열차가 2분30초마다 지나가면 현 경의선을 복복선으로 만들지 않은 한 여객 수송을 거의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만 예상해도 경의선 복선전철사업 가운데 고양시 도심구간은 마땅히 지하화 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는 간선철도나 도로를 시 외곽으로 이설하고 지하화하거나 복개하는데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도 오래전에 도심을 관통하는 철도를 송정리에서 화순방향으로 이설하였으며, 광주도심을(당시는 완전히 허허벌판이었음) 관통하는 호남고속도로를 장성에서 담양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물며 이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완전히 도심이 된 고양시 구간을 관통하는 철도, 그것도 엄청난 물동량이 총집중되는 경의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을 계획하면서 지상에 놓겠다는 것은 무지와 무책임의 극치이다.

브라질의 변방도시 꾸리찌바를 유엔이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로 선정하도록 가꾸어 수많은 세계인을 꾸리찌바로 불러들이고 있는 자이메 레르레르라는 전 시장은 “보다 나은 도시에 대한 꿈은 언제나 그 주민들의 머리 속에 있다. 내일의 시민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다루는 일보다 더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는 말을 했다. 이 말뜻을 가슴에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광운대학교 환경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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