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포커스 – 아트랩미술학원

전체와 부분 동시에 보는 눈으로 
사물 본질 꿰뚫는 통찰력 키워줘
그리고 만들며 자유롭게 표현해야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습에 매몰된 나머지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에만 익숙해져 생각마저 경직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바라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저도 아이를 키우고 돌봐야 하는 주부이다 보니 시간적 제약 때문에 개인레슨을 주로 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저에게 미술을 배우는 아이들에 대한 욕심은 점점 더 커지는데 자꾸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개인레슨에서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양명은 아트랩미술학원 원장은 학원을 새로 열기에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경기가 어려워 다니던 학원도 끊는다는 시기에 굳이 왜 영어, 수학도 아닌 미술학원을 열게 됐냐는 질문에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미술 재료

이렇게 보면 화실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목공소 같기도 한 곳곳에 크고 작은 스케치북뿐 아니라 찰흙, 종이박스, 다양한 종류의 물감, 크레파스, 색연필, 수십 가지 색상의 스프레이, 톱, 글루건, 플라스틱, 심지어 공구들도 여기저기 놓여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미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여기만 오면 집에 안가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거죠? 제발 선생님이 우리 아이 좀 이제 그만 집에 가라고 혼내거나 내쫓아주시면 안될까요?”  

지난해 12월 덕양구 삼송동에 문을 연 이 학원에서는 ‘수업 끝났으니 이제 집에 가자’고 손을 이끄는 엄마와 그 손을 뿌리치며 ‘학원에 더 있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아이의 실랑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다가 바로 옆으로 이동해 직접 톱질을 해서 나무로 집을 짓기도 하고, 박스를 활용해 나만의 비행기나 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바다를 항해하는 상상을 마음껏 펼쳐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나 봐요. 그래서 매번 더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는 거 아닐까 싶어요.”

정답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

아이들은 너무 어릴 때부터 학습에 매몰된 나머지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에만 익숙해져 생각마저 경직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트랩에 온 아이들은 정답을 찾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정답이 있는 문제만 풀어왔기에 처음엔 자신없어하며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라거나 ‘이 색으로 칠하면 되나요?’라고 묻던 아이들도 “미술에는 정답이 없어. 네가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에 맞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표현하면 되는 거야”라는 설명을 듣고는 갇혔던 생각의 문을 연다. 그리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필요한 부분에 대해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 역할이라고 본다.  

이게 무엇처럼 보이니?” 아트랩의 수업은 늘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정해진 주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유추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물간의 유사성을 발견해가는 유추의 과정은 혁신과 창의성의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주제를 찾아 스토리를 만들고 화면을 구성하며 문제의식과 해결능력을 키워가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간의 관계 속에서 통찰력을 기를 수 있고, 유추하는 사고력 훈련을 바탕으로 미술적 조형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아트랩의 교육철학이다. 

‘미술관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함께 현대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으로 말로, 또 글로도 표현해본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우리가 살아가기 편한 방식으로 시각을 조정한다고 해요. 실제 사물의 본래 모습과는 달리 생활의 편의를 위한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왜곡된 형태로 인식하도록 작용하는 거죠. 그런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보는 통합적 사고력을 요하기 때문에 왜곡된 형태가 아닌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사물의 실제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즉 통찰력이 생기게 됩니다. 천재적인 예술가는 그 통찰력이 발현된 직관으로 당대를 꿰뚫어보면서 시대를 넘어서는 명작을 창조해내는 사람인거죠.”

나 스스로가 우주의 중심
양 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민이 참 많았다고 한다. 인간의 자존감은 무엇이고 또 세상의 어떤 일이 옳은 것이고 어떤 일이 그른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답을 찾기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미술을 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편견에 갇혀 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나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기에 나의 우주도 소중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우주도 소중하다고 인정할 수 있게 됐다. 우주에 그 어떤 우열이 없듯 나도 타인도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존감을 내세워야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제 이메일 하단 서명파일에 ‘세상의 중심에서, 명은’이라는 문구를 쓰기 시작했어요. 미술이 저를 세상의 중심에 서게 해준 거죠. 미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이 한 것과 같다거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모든 아이가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유입니다. 아이들 자신을 스스로 세상의 중심에 서게 해주 것 그것이 바로 미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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