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연일 시끄럽다. 민주당은 신당파와 구당파로 나뉘어 결국 분당으로 가고 있고 한나라당은 젊은 층과 노년층으로 나뉘어 세대간 갈등을 빚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이 허구한 날 세력다툼을 벌이는 것도 그렇거니와 기본적인 정치도의도 버리고 선배정치인들을 향해 정치를 그만두고 나가라고 하는 것도 납득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상황을 외면하고 싶다. 그러나 신문을 펼칠때마다, TV뉴스를 볼 때마다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의 마음은 실망감과 배신감을 넘어 이제는 아에 체념해버린지 오래다.

3년전 우리는 왜 이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었던가? IMF체제하였던 그 때 아직도 경제는 먹구름이 많이 덮여 있었고 안보도, 사회도 다 산 같은 문제들이 많이 있었던 때라 일말의 희망을 그들에게 걸었었는데, 그러나 16대 국회는 허구한 날 당리당략에 싸움 그칠 날 없이 대결정국, 밥그릇 싸움으로 쉴 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4년 임기가 끝나가고 있고 내년 4월이면 제17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다시 맞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늘 고통과 실망을 안겨주는 국회의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뽑은 것은 우리의 한 표 한 표였지 않았나? 따라서 그런 정치환경을 만든 근본적인 책임의 일단이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지를 않은가? 우리들의 선구안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 그것도 마음 아파해야 할 일이다. 당이나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이 어떤가를 따져보기 이전에 내고장 출신이라 표를 주고, 나와 같은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표를 주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한다해서, 무얼 좀 얻어먹었기 때문에 표를 주지는 않았는가.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우리의 정치가 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투표를 열심히 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인들을 비난하거나 정치인의 의지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해 진다. 국민 모두의 민주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분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늘 패거리를 지어 싸움박질을 일삼으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소신도 없이 철새처럼 당적을 바꾸는 사람, 그러다가도 선거때만 되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하겠다며 목청을 돋우고 필요이상으로 낮은 자세를 보이는 사람은 아닌지, 애당초 내세운 공약을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노력했으며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할 때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정말로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를 했는지, 또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을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을 때 우리의 정치는 점점 에스컬레이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풍토에서 좋은 정치인이 나오고 그들이 모여 좋은 정당을 만들 수 있으며 그러할 때만 이른 바 희망을 주는 정치, 민생정치가 가능하고 상생의 정치가 가능! 하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분명해진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비용을 마련하고 장단기 민주시민대학의 개설, 각 동 각 구청 문화센터의 관련강좌개설, 문화의 질적 개선을 다양한 정책,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확대, 노사화합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등...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을 성취하는 것은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참여하여 함께 하고, 침묵하지 않고 발언할 때 우리의 환경을 스스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고양시 바른선거 시민모임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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