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여성독립운동가 흔적·자료 한 자리

 

[고양신문] 덕양구청 건너편에 자리한 국립여성사전시관(관장 기계형)에서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이 열리고 있다. 3·1만세운동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에 전개된 수많은 저항운동에 참여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전시다. 사실 해방 이후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은 누락되고 잊혀진 역사였다. 1만 5000여 명의 남성들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반면, 여성 독립유공자 숫자는 여전히 5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기계형 원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공헌과 역할을 거시적으로 조명하고, 주요 유물과 기록 등을 새롭게 구성해 ‘반쪽의 독립운동사’를 채워보자는 의도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원형으로 꾸민 패널무대가 눈길을 끈다. 관람객이 중앙에 자리하면 다섯 개의 패널에 차례대로 불이 들어오며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전시는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6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문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파트 제목은 전시의 흐름과 주제를 잘 설명해준다. 인트로 주제는 ‘오늘 위대한 여성독립운동가를 만나다’이다.


▲1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가 따로 있나’
19세기 말 ‘여권통문’의 출현에서 시작해 강제병합 이전까지 전개된 의병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을 거치며 양성된 여성들의 정치적 자의식이 3·1만세운동의 자양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2부 ‘3·1만세운동의여성들, 천지들 뒤흔들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3·1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도쿄유학생들이 주도한 2.8독립선언에 참여한 김마리아, 차경신, 황에시덕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간호사, 전도부인, 기녀들을 비롯해 수많은 여성들이 만세운동에 동참한 가슴 벅찬 역사를 짚는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앞서 1919년 2월 중국 길림성에서 작성·배포된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통해 독립의 주체로 우뚝 선 여성들의 당당한 모습을 보게 된다.

▲3부 ‘국내외 여성독립운동가들, 임시정부의 깃발 아래 모여들다’
3·1만세운동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를 보여주는 기록을 3부에서 정리했다. 러시아 연해주, 하와이, 북미 등 해외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펼친 항일독립운동의 흔적들과 함께, 국내에서 전개된 비밀결사운동과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등의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4부 ‘여성광복군,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가다’
|식민지 기간이 길어지며 독립운동이 위기를 맞던 시절에도 여성들은 애국부인회를 재건하고, 광복군에 당당히 입대해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하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에필로그에서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숭고한 정신을 형상화한 조형작품 ‘미래를 비추는 지혜의 탑’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다양한 정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진과 설명, 영상 등을 다채롭게 활용했다.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풍부한 자료와 이야기를 한 자리에 담아내기에는 채 50여 평이 안 되는 전시공간 자체가 너무 협소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규모의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해설사가 전시안내를 돕는다.
 

국립여성사전시관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04번길 50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층
문의전화 : 031-819-2288
 

전시장 중앙 원형패널 - 방문자가 중앙에 서면 왼쪽부터 순차적으로 불이 들어오며 내레이션이 진행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독립운동의 장면을 보여준다. 관람객에게 전시의 전체적 흐름과 구성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 교사와 여학생, 전도부인, 기녀, 산파, 간호사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일제가 작성한 감시대상인물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만세운동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근우회 춘천지부 명단 - 3·1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민족의식을 각성하고 항일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며 다양한 단체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갔다. 1927년 신간회 자매단체로 조직된 근우회는 60여 곳 지부를 설치하고 여공파업의 진상조사, 문맹퇴치 운동 등을 전개했다<기증=박미현>.

 

천연희 독립지사의 노트 - 사진 한 장으로 혼인의 연을 맺고 이주노동자로 바다를 건너가 미주지역에 정착한 여성들은 재미한인사회를 형성하고 독립운동자금을 모아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일에 앞장섰다. 하와이의 ‘사진 신부’ 천연희가 남긴 유물이다<제공=이덕희>.

 

지복영 독립지사의 앨범 - 광복군에서 활동한 지복영 독립지사가 제작한 앨범. 광복군 당시 촬영한 사진을 비롯해 해방 이후 생활사진까지 모아놓은 소중한 자료다. 지복영 지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이 빈부와 신분의 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남녀평등을 강조한 데 자극을 받아, 미력이나마 일조하기 위해 광복군에 입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화벽 독립지사의 가죽가방 - 독립선언서를 솜버선 속에 숨겨 들여와 야양 장날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일으킨 조화벽 독립지사가 사용한 가죽가방이다. 조화벽 지사는 양양감리교회 청년들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며 만세를 외쳤고, 일본경찰이 이를 무력 진압해 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양양 만세운동은 주변 면과 동리로 확대된 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한국광복군 여성군복 - 1940년 창설된 한국광복군에 여성들도 당당히 참여했다. 당시 여성 광복군이 입었던 군복이다.

 

미래를 비추는 지혜의 탑 -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기록을 디지털 책으로 전환시킨 조형작가 강애란의 작품. 대부분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경험을 제조명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는 염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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