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윤 인문학모임 ‘귀가쫑긋’ 신임회장

책 20여 권 집필, 전국 누비며 인문학강연
자유청소년도서관 ‘청년놀이터 자유’로 재단장
“귀쫑 회원의 문화생산자 변신 지원할 것”

 

고양시 대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경윤 인문학 작가
[고양신문] 김경윤 작가는 고양시의 대표적인 인문학자다. 문학과 철학, 신학,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그의 내공은 책과 강연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그가 지난 달 일산의 대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이하 귀쫑)’의 신임회장에 취임했다. 이와 함께 9년 차에 접어든 귀쫑이 새롭게 변화를 맞고 있다.

김 작가는 서울 신당동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다 15년 전 일산 주민이 됐다. 그동안 그는 자유청소년도서관을 운영하며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 성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금도 귀쫑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는 동양철학을, 부천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단테의 신곡을, 서울 구로동에서는 맹자 강의 등 전국을 다니며 인문학 강의를 펼치고 있다.

1994년 첫 책 『철학사냥·1』을 쓴 이후 『철학의 쓸모』,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처음 만나는 동양고전』,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청소년 농부 학교』, 『논어-참된 인간의 길을 묻다』, 『장자-가장 유쾌한 자유와 평등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 등 20권이 넘는 책을 썼다.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 이듬’에서 김경윤 신임 회장을 만나보았다.

 

자유청소년도서관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입시와 관련돼 아이들을 너무 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현장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논술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독서를 할 장소가 없었다. 전용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고양시 제1호 청소년 전문도서관을 오픈했다. 이곳에 청소년보다는 학부모들이 많이 왔다. 그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과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여러 모임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름도 조금씩 알리게 됐다. 지금은 전국단위로 강의를 다니고 있다.
 

‘청소년 농부 학교’의 교장을 맡았다. 작년에는 동명의 책도 공저했다. 계기는?

청소년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인문학을 같이 공부했던 한 어머니가 농사지을 땅을 빌려준 것이 계기가 돼 농부학교에서 1년 정도 농사를 직접 배웠다. 이후 ‘청소년 농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장으로 일했고, 함께 농사를 짓는 김한수, 정화진 작가와 공동으로 동명의 책도 썼다. 이 책은 작년 고양시도서관센터에서 주관한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 중 한 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글을 쓰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농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다. 현재는 경기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거의 무료로 농사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해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직을 젊은 후배에게 넘겼다. 이유는?

노자와 장자 강의를 오래 하다 보니 명예나 권세를 추구하기에는 이미 나이도 많이 먹었고,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도서관을 처음 운영할 때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이곳에서 집필과 강연을 주로했다. 점차 강연을 하러 다니다 보니 도서관 자체를 활용하는 데는 마이너스였다.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다 지역의 청년들이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이곳을 시작할 때는 내 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자산과 같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칭 ‘청년놀이터 자유’로 공간의 이름을 바꾸면서 나경호 관장과 지역의 청년들이 같이 운영할 수 있게 지원 중이다.
 

귀가쫑긋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귀쫑에는 초기에 강연을 하러 갔다가 정회원이 됐다. 내년이면 귀쫑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된다. 고양시의 대표 인문학 모임이 된 지금, 10년이라는 나이에 걸맞는 비전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회장직을 맡게 됐다. 큰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오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서 깔끔하게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젊어서 청년운동을 했는데, 당시에도 1세대에서 2세대로 물려주는 과도기에 회장을 잠깐 맡은 적이 있다. 운동이나 모임은 자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귀쫑 임원을 뽑을 때도 ‘힘들면 하지 말자,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일이 모이게 하거나 지치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귀쫑에 바람이나 꿈이 있다면?

회장으로서의 꿈은 ‘귀쫑 인문학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끼리 즐겁자’라는 마음으로 운영된 면이 없지 않은데, 이제는 정회원도 70명이 넘었으니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한 번 공개강좌로 역할을 다했다고 자족하지 말고, 좀 더 지역적인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귀쫑 회원들은 서예, 음악, 캘리그래피,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 있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가능한 곳에서 강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문화의 수용자로 남는 게 아니라, 능력을 잘 살려서 작가가 되고 강사도 되고, 문화 생산자이자 유통자로서의 기회를 자주 주고 싶다. 명퇴자나 경력 단절자들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강좌를 열어 소소하게 수입을 만들어가면서 작은 행복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혼자서 하는 것은 작은 행복이지만 같이 하면 큰 행복으로 확산될 수 있다.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회원들 개개인을 만나서 그들의 욕망을 들어보고 싶다. 모임이 잘 되도록 지원해주고, 새로 생겨나는 동아리가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다양한 공부반들을 여러가지로 실험하면 좋겠다. 귀쫑의 인문학 정신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면 자발적인 모임이 계속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인문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강연과 집필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을 다루고 있는 ‘인문학 레시피 II’와 청소년을 위한 맹자 관련 책을 집필 중이다. 창비교육에서 교사들을 위한 방송 연수로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는 ‘교사들의 서재’라는 강좌도 제작했다. 고양시에서는 지역서점 살리기 프로젝트로 올해 초부터 1달에 1번 이재준 시장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4월 3일(수) 7시에는 후곡문고에서 『명견만리』 4번째 책을 가지고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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