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고양신문] 이재준 시장이 최성 전임 시장과 함께 일했던 정길채 전 보좌관을 고양시 공공자전거 ‘피프틴’ 대표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직 공개 발표한 사실도 아닌데, 지역사회 곳곳이 술렁인다. 여론이란 참으로 예민하고 영민하다. 다들 속속들이 어떻게 알까 싶지만 알고 있고, 그렇다고 뒤집기까지 하겠어 하지만 뒤집는다. 모든 여론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시간이 쌓이고, 같은 생각이 번복되면 화산이 폭발하듯 여론이 솟구치는데, 이때의 여론은 걷잡기 힘들다. 이번 정길채 보좌관 인사가 그렇다.

최성 시장에 대한 평가는 임기 이후 더 추락하고 있다. 고양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국내 최대의 전시시설인 킨텍스 지원부지를 오피스텔·아파트 부지로 헐값에 팔아넘긴 실책에 대한 여론은 분노에 가깝다. 최성 시장은 이 땅을 매각한 후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TV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대통령 후보로 깜짝 출마했다. 일련의 장면들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고양의 미래를 팔아먹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성 전 시장이 이 땅을 팔 때 행정 절차까지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그의 보좌관을 고양시 투자 기업의 사장으로 앉힌다면, 분노한 여론은 이재준 시장에게 고스란히 옮겨진다.

지난 시장 선거에서 이재준 시장은 국회의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김현미 의원과 유은혜 의원은 각각 다른 후보를 밀었고, 정재호 의원은 아무도 밀지 않았다. 때문에 이재준 시장의 공천은 의외로 평가됐고, 1등 공신으로 최성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거론됐다. 그 핵심에 정길채 보좌관이 있었을 게다. 현직 시장으로서 불법과 비리에 연루되지도 않았는데 공천탈락이란 물벼락을 맞은 최성 시장은 이재준 시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했고, 지지자들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재준 시장 입장에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관계였으리라.

그러나 이재준 시장이 공천경쟁에서 당선되고 시장이 될 수 있었던 힘은 정치적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이재준 시장이 도의원 시절 얼마나 치열하게 일했는지 공감했던 열렬 지지자들의 힘도 컸다. 정치적 관계나 언론플레이에 목매지 않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정길채 보좌관이 피프틴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이재준 시장은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보다 최성 시장 측의 지지가 더 큰 힘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뿐인가, 더 큰 과오는 최성 시장의 실책을 정면으로 옹호하는 인사라는 점이다. 이후 인사권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다.

이재준 시장이 믿고 의지해야 할 힘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부터 용기를 얻기 바란다.

정길채 보좌관은 선거 시기의 정치적 흐름과 관계없이도 이재준 시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준 시장을 지지했던 한 유권자로서, 시장이 거센 여론에 역행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양보하고 도왔으면 한다. 여론의 힘은 생각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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