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최창의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최창의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고양신문] 얼마 전 김현수 선생이 새 책을 내겠다며 추천사를 부탁해왔다. 그 이가 청소년들에게 갖는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아는 지라 반가워서 선뜻 쓰겠다는 대답을 했다. 김현수 선생은 우리 고양지역에 있는 병원의 정신과의사인데 학업중단 청소년들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도 일한다. 그러면서 학업 중단, 가출, 비행,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하게 아픈 청소년들의 어려움과 함께 해 왔다. 그가 만나고 겪은 이 시대 청소년들 삶과 현실을 여러 권 책으로 펴내서 널리 알려진 편이다.

김현수 선생이 현장에서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서 책으로 알리는 진단과 경고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일찍부터 아이들이 겪는 약물 중독, 게임 중독 문제를 낱낱이 파헤쳤다. 이어 『중2병의 비밀』, 『공부 상처』, 『교사 상처』, 『무기력의 비밀』 같은 책에서 시기마다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 문제를 생생하고 분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여기에는 정신과 의사로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뿐만 아닌 처방까지 담겨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가 힘든 것이 단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기관, 시민모임과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펴내는 『청소년들 마음고생』을 다룬 책도 우리 모두가 귀를 활짝 열고 들어야 할 아이들이 터뜨리는 외침이다. 어른들은 보통 ‘어릴 적 고생은 사서 한다’면서 아이들 고생을 모른 척하거나 ‘요즘 아이들은 고생을 모른다’고 쉽게 덮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아이들 편에 서서 요즘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다. 해맑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자신들 의사와 무관하게 어른들이 쳐놓은 경쟁 구조와 대리 욕망 속에서 갖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사회적 화제가 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부모들 욕망의 덫 속에서 개고생하는 아이들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인간의 일차 기본 여건인 먹고 자는 조건은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벌이고 있는 성적지상주의 입시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고난의 행군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오직 서열화 된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피 말리는 경쟁을 거듭한다. 밤낮으로 학교와 학원, 과외 공부에 마치 양계장 속의 닭들처럼 갇혀 공부 기계로 살아간다. 왜 공부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시험점수 따고 남보다 순위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시험대비 훈련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숨 막히는 입시 경쟁 교육 속에서 해마다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고 있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공부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 어느 문명국가에서 우리처럼 학업 성적을 비관해 꽃 같은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이들 마음고생』 책에서도 김현수 선생은 요즘 아이들이 촘촘히 가시처럼 박힌 경쟁 구조 속에 신음하면서 이번 생에서는 자신들이 쓸모없거나 실패했다고 단정지어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유행병처럼 자기들 손목 동맥을 긋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탄식한다.

촛불로 탄생한 새 정부에서는 여러 혁신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아직까지 비정상을 지속하면서 시원스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여전히 절망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 시대의 책임 있는 어른이라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해 살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구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쓸어내고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적인 교육대안을 만드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김현수 선생은 아이들이 겪는 고생과 괴로움을 드러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행복,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담론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결론으로 제안한다. 그러면서 아이들 가슴속 희망의 불꽃을 지피는 점화술을 하나하나 내놓고 있다. 이런 그의 제안과 해결책이 우리 아이들을 마음고생에서 벗어나게 하고 살려내리라 믿는다. 우리 어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 곁에 진정으로 다가가 마음고생을 걷어내는 길에 너나없이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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