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배수로인 한류천' 열어둬야 하나, 닫아야 하나

일산호수공원 서쪽 도시개발 예정지를 관통하는 한류천. 호수공원 외곽 남서쪽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바로 연결된다.

[고양신문] 고양시 도시개발과 관련해 ‘한류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니 신도시급으로 개발 중인 킨텍스 남단에 걸쳐 흐르는 하천으로 개발지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도심하천이다. 그런데 요즘 이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공원화할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고양시 미래를 책임져야할 도시개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천과 관련된 내용을 Q&A로 쉽게 정리했다. 한류천에게 물었다. 도대체 넌 누구니?

Q 한류천, 너 어디에 있는 거야?

지금까진 사람들이 살지 않은 들판을 흘렀기 때문에 나에 대해 잘 몰랐을 거야. 호수공원 남쪽(선인장 전시관 인근)에서 시작해 킨텍스제2전시장 인근을 지나 한강과 연결돼 있지. 그런데 요즘 인근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CJ가 테마파크를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어. 하류쪽에는 일산테크노밸리가 조성된다고 해서 나도 조금은 들떠있다고.

Q 넌 원래부터 하천이었니?

처음엔 이름도 없는 ‘수로’였지. 일산신도시 개발 전부터 수로였어. 하천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가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없었고(상수원 없음), 반대로 하류에서 한강물이 올라왔어. 일산 신도시 개발 전에는 밀물과 썰물 때마다 한강물이 드나들면서 한강이랑 수질이 비슷했어. 지금은 더럽지만 말이야. 그때는 아이들이 수로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으니 깨끗한 물이었지.

Q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니?

1993년에 일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나는 그때부터 신도시의 중앙배수로가 됐어. 그 전까진 인근 농민들이 내 물을 퍼올려 농사짓는 데 사용했는데 말이야. 일산신도시의 빗물을 모아서 나랑 연결했어(우수관 연결). 큰 배관(폭 17.5m, 높이 2.5m)이 호수공원 밑(제2주차장)에서 시작해 나와 연결돼 있지.
 

일산신도시 배수관(파란색) 위치도. 일산신도시의 배수관은 모두 지하에 묻혀 있지만, 호수공원 밑을 지나 한류천(붉은색)으로 연결되면서 열린 형태로 남겨져 있었다. 호수공원 지하를 통과하는 약 600m 길이의 중앙배수관은 폭 17.5m의 대형 콘크리트 배관이다. 
호수공원 밑을 지나는 지하 중앙배수관 모습. 사진은 한류천(수변공원)과 만나기 직전 배수관의 끝 지점이다. 비가 오지 않은 날임에도 배수관으로는 오염된 물(오접하수)이 고여 있고, 사진 왼쪽의 동그란 관(바이패스관)을 통해 평소에도 하루 1만3000톤의 오염된 물이 한류천을 통해 한강으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배수관의 오염된 물은 지하에 고여 있다가, 비가 오고 수위가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면 한류천 상류로 방출된다.
강수량이 많은 경우엔 이렇게 지하에 고여 있는 더러운 물이 멀리 한강까지 휩쓸려가면서 한류천 수질악화에 영향을 덜 주지만, 소량의 비가 오는 경우엔 배수관의 더러운 물이 한강까지 가지 못하고 한류천에 고여 있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Q 지금은 물에서 냄새도 나고 더럽던데?

자연수로가 아닌 배수로(우수로)가 되면서 물이 더러워졌어. 비가 오지 않는데도 도시에서 매일 1만3000톤의 더러운 오접하수가 흘러들고 있어. 또 하나 큰 문제는 하류도 막혀있어서 물이 흐르지 않아. 난 원래부터 경사가 거의 없는 수로였기 때문에 한강물이 드나들면서 수질을 유지했는데, 배수로로 쓰이면서 한강과 맞닿은 쪽은 밀물 때 한강물이 올라오지 못하게 수문으로 막아놨어. 이렇게 물이 고이면서 썩고 있어. 더러운 물이 도시에서 매일 1만톤 이상 흘러나오지만, 하류가 막혀있는 게 문제야.

Q 한류천이란 이름을 가진 건 언제야?

2008년에 처음 법적으로 하천으로 지정됐어. 내 주변으로 도시개발이 계획되면서 나를 정비하려면 하천으로 지정해야 했거든. 그 후에 상류쪽은 ‘수변공원’으로 개발됐어. 산책로를 만드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몇 년 전에 끝났는데도 지금까지 날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물이 아주 더럽거든. 여름엔 코를 막아야할 정도야. 경기도가 270억원을 들여 공원을 만들었지만, 수질을 잡지 못해서 실패한 사업이 됐지. 조경은 예쁘게 됐지만 수질이 문제야.

Q 그래서 널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수질개선사업을 다시 제대로 하자는 의견이 있어. 수질을 깨끗하게 해서 도심하천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지. 또 다른 의견은 도시 배수로는 보통은 묻혀 있으니, 나를 땅에 묻고 큰 관으로 흐르게 하자는 의견도 있어. 그 위는 공원용지로 쓰겠다는 거야.

Q 하천으로 둘 거면 수질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니?

고양시가 밀고 있는 방안인데,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처리수를 상류로 연결해 물을 강제로 흐르게 할 계획이야. 상수원을 하수처리수로 하겠다는 거지. 오접하수는 한강으로 바로 연결해서 한류천으로 흘러들지 않게 하겠대. 물론 수질을 잡는 다른 방법도 있어. 단순한 방법인데, 예전처럼 한강물이 넘나들도록 하면 물이 깨끗해질 거란 거지. 

Q 최근엔 널 땅에 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며?

맞아. 난 배수로니깐. 배수로는 도시가 개발되면 열어두지 않고, 땅에 묻는 게 보통이거든. 그래서 나도 땅에 묻겠다는 계획이지(배수관 설치 후 매립). 도심하천으로 사용하기에 수질개선 방법도 마땅치 않으니 말이야. 한강물을 열어두면 수위변화가 심해서 산책로를 수면 가까이 만들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또 하수처리수는 녹조와 냄새에 대한 우려가 있어. 그래서 날 땅속에 묻어버리고 그 위를 공원으로 개발하자는 의견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상류는 땅속에 묻고, 하류는 열어두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어. 하류(한강)쪽 수문을 열어서 한강물이 넘나들게 하면 수질도 적당히 개선되고, 생태계도 다양해질 테니까 말이야. 수질이 걱정된다면 덮는 게 맞지만, 하천기능을 모두 포기하기엔 아까운 면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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