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구석기시대의 고양, 고양 역사의 시작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고양가와지볍씨 인문학강좌 특강

고양지역 8개 유적과 유물 통해
구석기시대 고양의 역사 밝혀

 

고양 가와지볍씨 인문학강좌에 초청돼 강의를 펼치고 있는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고양신문] “고양지역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요? 고양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유적과 유물들은 약 8만년 전부터 고양땅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은 고양의 역사가 중기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고양 가와지볍씨 인문학 강좌에 초청된 우 원장은 ‘구석기시대의 고양-고양 역사의 시작’이라는 강의를 통해 고양에서 발굴·조사된 구석기유적을 상세히 소개하며 고양땅의 깊은 뿌리를 더듬었다. 지난 15일, 고양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강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250여년 이어온 구석기시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후 약 250만 년 전 등장한 손쓴사람(호모 하빌리스)는 사냥활동으로 동물성 먹거리를 섭취하고, 돌을 깨트리거나 떼어내 도구를 제작·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생활양식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이어졌는데, 이 시기를 구석기시대라 한다.
구석기시대는 석기의 제작기술과 발달단계에 따라 ▲전기 구석기시대(약 25만년 전~12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호모 에렉투스) ▲중기 구석기시대(12만년 전~4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후기 구석기시대(4만년 전~1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구분하기도 한다.
고양지역의 구석기유적은 하낭 본류와 곡릉천, 창릉천 등의 지류 언저리에서 현재 8개의 유적이 조사됐다. 시기적으로 중기~후기 구석기시대에 해당되며, 유적 종류는 모두 한데(야외)유적이다.

용도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석기 제작

구석기인들은 의·식·주 해결을 위해 돌·뼈·뿔·나무 등의 자연재료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들은 대부분 돌로 만든 석기들이다. 이들은 여러 종류의 암석을 활용해 직접떼기, 간접떼기, 눌러떼기 등 다양한 제작방식으로 석기를 제작했다.
석기는 형태와 용도에 따라 주먹도끼, 찍개, 긁개, 밀개, 뚜르개, 홈날, 톱니날, 슴베찌르개 등다양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강가에 살았던 고양지역 구석기인들

일산 대화리 유적에서 발견된 주먹도끼.

고양지역은 남쪽으로 한강이 흐르고, 북한산 줄기가 동쪽을 감싸고 있으며, 그 사이를 흐르는 곡릉천과 창릉천 유역에 넓은 충적평야가 펼쳐져 있어 삶의 터전으로 삼기에 좋은 입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고양지역의 구석기유적들은 낮은 구릉의 경사면, 또는 구릉 경사면의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지질학적 특성상 동굴유적이 없고, 물이 가까이에 있고 조망이 좋은 지점인 한강과 곡릉천, 창릉천 언저리에서 생활했다.

8개 구석기 유적의 시기와 특징

고양지역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들의 연대값과 석기제작수법을 살펴보면, 7만7000년 전 중기 구석기시대부터 고양지역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일산 가와지 유적 : 1991년 일산신도시 개발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일산가와지유적은 고양땅에 중기구석기에 해당하는 약 8만년 전부터 구석기인들이 살았음을 처음 확인해 준 의미 깊은 유적이다. 신석기와 청동기층도 함께 발견됐으며, 특히 5020년 전 볍씨(고양가와지볍씨)가 발굴돼 고양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벼농사가 활발했음을 입증해줬다.

덕이동 유적에서 발견된 주먹찌르개.

▲ 일산 대화리 유적 : 1992년 대화4리 성저마을 앞 낮은 구릉사면에서 발견된 유적으로,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가 출토됐다.

▲ 덕이동 유적 : 2009년 파주시와 고양시 덕이동을 잇는 도로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기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하천 퇴적층에서 다양한 석기가 발견됐다. 생활유적이라기 보다는 사냥, 또는 도구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으로 추정된다.

▲ 탄현동 유적(1) : 중기 구석기시대 늦은 시기의 유적으로, 277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석기제작과정에서 사용되는 석기들이 많아 연모제작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 신원동·원흥동 유적 : 구석기인들의 삶터로 좋은 입지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2011년 삼송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돼 163점의 중기구석기 유물이 출토됐다. 이곳에서 출토된 주먹도끼는 임진·한탄강 유역 및 파주 운정지구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된 주먹도끼와 제작기법·크기 등에서 매우 유사한 형태이며, 체계적인 석기제작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고양 도내동 유적에서 발견된 슴베찌르개.

▲ 탄현동 유적(2) : 탄현동 택지개발 과정에서 2018년 발견됐으며, 출토 석기들은 대부분 하천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석영계 돌감을 사용했다. 사냥과 부엌석기가 많아 사냥, 또는 생활우적의 특징을 보여준다. 유적 형성시기는 약 7만 7000년 전으로 고양지역 구석기유적 중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한다.

▲ 도내동 유적 : 2018년 서울-문산 고속도로 사업구간에서 발견됐다. 중기와 후기 구석기시대로 해석하고 있으며 좁은 지역에서 3만 여 점의 석기가 출토돼 밀집도가 매우 높고, 석기의 소재인 석영암이 주변에 풍부하고, 다양한 종류의 석기가 동시에 출토됐고, 돌날격지로 만든 대형 슴베찌르개가 출토되는 등의 특징을 보이며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덕이동 유적에서 발견된 찍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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