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수남 소설가

정수남 소설가

[고양신문] 얼마 전 어느 외국 문학인들과의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분단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통일문학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면서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건립하지 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에게 변명하기에 앞서서 그것도 제대로 건립하지 못한 채 입만 열면 통일 운운했다는 자괴감이 나도 모르게 솟구쳤다.

다행히 분단 70년의 아픔을 형상화시킨 작가와 시인들의 작품은 아직 수거가 가능할 만큼 우리 주변에 많이 상존해 있는 편이다. 초창기 전후문학으로부터 시작해 분단문학, 통일문학까지, 그분들이 동시대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으며, 또 얼마만큼 통일을 갈망했는지는 그 작품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그 가운데 고양시를 통일문학관 건립의 적지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고 이호철 선생과 고 최인훈 선생이 타계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 고양시라는 점이다.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두 분의 ‘탈향’과 ‘광장’은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 외로도 이유는 또 있다. 먼저 전 시장이 몇 년 전 호기롭게 선언했던 ‘통일특별시’를 이제는 구체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점과 이곳이 다른 지역과 달리 분단 현장의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들 수 있다.

그 나라의 문학작품을 읽으면 그 민족이 걸어온 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더욱 더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보관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이현식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문학이 여러 문화 콘텐츠의 원-소스(one-source)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 사회공동체의 기본적인 상상력과 창의력,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통일문학관은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통일을 대비한 구체적인 문화현장이 될 것이며, 또 훗날 통일시대를 맞았을 때 우리 후손들에게 암울했던 분단 시기의 작가들이 과연 무엇을 고민했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산 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 같은 주장은 오늘 필자가 처음 제기하는 게 아니다. 벌써 몇 년 전 이 지역에 거주하는 몇몇 문학인들이 뜻을 모아 시장을 비롯해 관계기관을 찾아가 브리핑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혹시 문학관이 문학과 문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보존 전시하는 역사관이며, 이를 통해 연구와 교육,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동시대와 소통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더구나 2016년 제정 공포된 문학 진흥법에 의해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의 문학관 건립까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라도 지자체는 거절할 게 아니라 오히려 거시적 안목으로 받아들여 통일과 같은 큰 주제를 담고 있는 문학관 건립을 주도적으로 계획해야 할 것이다.

2016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문학관의 숫자는 모두 80여 개소가 넘는다고 한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신원동에 있는 송강 정철문학관과 대자동의 김영진 문학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세워진 기존 문학관의 문제점은 대부분 작가 개인의 문학적 성과나 치적, 대표작품을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시적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그렇듯 특별할 것 없는 그 문학관이 그 지방에서는 체험공간이 되고, 교육현장이 되고, 관광지가 돼 지방 경제까지 돕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얼마 전 은평구 기자촌으로 부지가 결정된 국립 한국문학관을 보면 더욱 잘 알 수가 있다. 그 문학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였던 과다한 경쟁은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가 있으므로 더 이상 부언할 필요가 없겠지만 유치에 성공한 은평구가 2022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 문학관을 앞으로 교육의 현장은 물론, 관광자원으로 크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더욱 잘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조속히 통일문학관을 세워 지식과 역사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 측면까지 활용할 수 있는 자랑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통일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져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이와 같은 산 교육장이 지금, 꼭 필요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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