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지자체 최초 ‘나무권리선언문’ 선포

28일 호수공원에서 성대한 선포식 진행
나무 권리 7개 항목 담은 선언문 발표

가지치기·벌목 제한, 하천 바람숲길 조성
사람과 나무 공존하는 생태도시 지향

 


[고양신문] “사람과 나무가 벗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고양시를 만들기 위해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을 선포합니다.”
고양시가 28일 오전 일산 호수공원 장미원 잔디광장에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나무권리선언 선포식을 열었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재준 고양시장, 이윤승 고양시의장을 비롯해 환경관련 활동가들과 시민단체, 자원봉사자, 그리고 다수의 시의원과 관련 공무원 등 3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재준 시장은 “나무의 권리라는 개념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라고 밝힌 후 “오늘의 선언은 미래의 삶터를 보전해 더 아름다운 고양시를 만들자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고양 나무권리선언'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나무권리선언문 작성 과정에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오충현 동국대교수는 경과보고를 한 후 “시민 모두가 의지를 가지고 오늘의 선언을 완성해 나가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면서 “조례 제정과 예산 지원 등 지속적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준 시장과 이윤승 시의회의장의 주도로 호숫가 녹지대에 모감주나무를 기념 식수한 후, 나무권리선언문을 새겨 넣은 기념석 제막식을 가졌다. 또한 참가자 모두가 미리 준비한 비료봉지를 나눠들고 호수공원 곳곳으로 흩어져 나무 비료주기 행사를 진행했다.
 

선포식에 이어 이재준 고양시장과 이윤승 시의회의장이 호숫가에 모감주나무 1주를 기념식수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민선7기 고양시의 정책목표를 반영해 작성된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에는 나무를 이용 대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 존중하자는 의지와 합의가 담겼다. 선언문 7개 항목 첫머리에 나무의 존엄성을 천명한 후 이어 나무의 주거권, 숲의 가치, 과도한 착취로부터의 자유 등을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 7항은 나무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선언문 속에 의미와 내용을 함께 담기 위해 지난 8개월 동안 시민과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자문을 구했다”면서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무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나무 자체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고양 나무권리선언문'과 관련한 추진정책을 설명하는 이재필 푸른도시사업소장.


앞서 이재필 푸른도시사업소장은 지난 26일 기자브리핑을 열고 나무권리선언문 선포를 포함해 생태·환경도시 고양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나무권리선언 준수를 위한 정책을 살펴보면 ▲가로수의 무분별한 가지치기 제한 ▲30년 이상 된 나무의 벌목 원칙적 금지 ▲지축·향동 등 새로 조성되는 택지지구의 가로수 2열 식재 등이 눈에 띈다. 

또한 장기사업으로 ▲주요 도로변 가로수 2열 식재 ▲창릉천을 비롯한 4대 하천변 100리 숲길 조성 ▲열섬화 및 미세먼지 저감 가로숲길 조성 ▲도시숲 환경개선 ▲학교 명상숲 조성 ▲유휴공간 쌈지공원 조성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을 약속했다. 최근 과제로 떠오른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서도 시의 공유임야 특별화계를 활용해 사유지를 우선적으로 협의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숲과 나무의 총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종을 다양하게 식재하고 생물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전문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양 나무권리선언 선포식에 참가한 한 생태전문가는 “선언문의 내용과 문장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향한 선언적 의지를 잘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나무권리선언이 실질적인 열매를 맺으려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선언문에 담긴 취지를 의무화 하는 등의 구체적 행정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대표들이 함께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이 새겨진 석비.

 

이윤승 의장을 비롯한 고양시의원들이 고양 나무권리선언의 지속적 추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김서현, 조현숙, 이규열, 이윤승, 윤용석, 심홍순, 손동숙, 정봉식 시의원.

 

기념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호수공원 곳곳으로 흩어져 나무 비료주기 작업을 진행했다. 김평순 녹지과장이 마이크를 잡고 비료주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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